경찰 불송치·지검 불기소 처분 불복에 공은 고검으로 … 기소 가능성 희박검찰 인력난·수원고검 특수성·與 현역의원 등 고려시 신속한 처리 기대 난망손해배상 등 민사가 명예회복 최후의 보루 … 이대, 소멸시효 내 골든타임 지켰나
-
- ▲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뉴데일리DB
이화여자대학교가 이른바 ‘이대생 성상납’ 막말 파문으로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의원을 고소·고발했으나 이렇다고 할 성과가 없어 이대생들의 실추된 명예 회복에 빨간불이 켜졌다.경찰과 검찰에서 연이어 사건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사실상 고소·고발인 측의 법적 대응 여지는 극도로 좁아진 상황이다. 그나마 손해배상 등 민사소송이 명예회복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다만 보수적인 관점에서 소멸시효가 이미 지났다고 보는 시각이 적잖아 골든타임을 지켜냈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20일 검·경에 따르면 수원남부경찰서는 지난 2024년 6월 김 의원을 상대로 제기된 공직선거법 위반, 명예훼손, 사자 명예훼손 등 혐의의 고소·고발 건에 대해 같은 해 10월 29일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경찰은 일부 고소 건은 공소시효가 지났고, 개별 고발 건은 피해자가 특정된 게 아니어서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김 의원의 발언도 과거 김 의원이 역사학자로서 작성한 논문 등 근거 자료를 고려할 때 특정 인물을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임을 인지한 상태에서 고의로 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이에 학교법인 이화학당과 이화여대 측은 이튿날인 30일 이의신청을 제기하겠다고 했고, 사건은 같은 해 11월 검찰로 의무 송치됐다.이후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지방검찰청은 1년이 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하다가 올해 1월 26일에야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에 고소·고발인 측은 또다시 불복해 해당 사건은 지난달 수원고등검찰청에 접수돼 수사 중이다. -
- ▲ 지난 2024년 6월 20일 김혜숙 전 이화여대 총장(오른쪽)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민원실에서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김활란 총장 이대생 미군 성상납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뉴시스
그러나 법조계에선 수원고검이 해당 사건을 발 빠르게 기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경찰과 지검에서 모두 사건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만큼 (수원)고검에서 항고를 기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고검에서도 불기소 처분이 내려진다면 이화여대 측에선 마지막 수단으로 10일 이내 수원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재정신청 문턱을 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점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고법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대략 100건 중 1건쯤인데, 현장에서 체감하기론 1000건에 1건 정도가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도 고소·고발인은 원칙적으로 대법원에 재항고할 수 있으나 어렵게 문턱을 넘더라도 대법원은 고법의 판단 과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었는지만을 검토하므로 기각 결정이 뒤집힐 확률은 실무적으로 매우 낮은 실정이다.현재로선 고검의 절차가 신속하게 이뤄진다는 보장도 어렵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개혁 이전부터 나쁜 제도였는데, 지방고검은 (본청의) 차장, 부장 승진에서 누락된 사람들이 좌천성 인사로 가는 곳”이라며 “고검에서 큰 수사를 맡아 해야 하는데, (실상은) 인사 구조상의 한계로 인해 사건 처리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열정적으로 일할 거라고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
- ▲ 지난 2024년 4월 8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김활란 이화여대 초대 총장이 과거 미군에 여학생들을 '성상납'했다는 취지의 주장이 담긴 영상을 담은 게시물을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가 1시간 만에 삭제했다. 당시 이 대표 측은 "실무자의 실수"라는 입장을 밝혔다.ⓒ연합뉴스
설상가상 정부·여당의 검찰 개혁 드라이브 여파로 일선 현장의 인력난이 심화하면서 처리 못하는 미제 사건이 폭증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범죄 혐의자의 공소시효를 놓쳐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는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대검찰청 등에 따르면 전국 검찰청 검사 1명당 평균 미제(수사 개시 후 3개월 이내 처리되지 않은) 사건 수는 2024년 12월 73.4건에서 지난해 11월 135.7건으로 11개월 만에 1.8배 증가했다. 베테랑 검사들이 검찰을 떠나면서 정원 35명 중 17명밖에 남지 않은 대전지검 천안지청의 경우, 지난달 기준 검사 1인당 미제 사건이 512건을 넘은 것으로 알려지며 ‘파산지청’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더불어 수원지검과 고검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경기도 법인카드·예산 사적 유용 의혹 등 이재명 대통령 관련 주요 사건의 수사와 기소를 맡았거나 항소심 공판을 담당하게 되는 특수성도 있다. 박재억 전 수원지검장은 대검찰청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반발해 집단 성명을 냈다가 법무부가 이를 집단 항명으로 간주하고 인사 조처를 검토하자 검사장들을 대표해 사의를 표명했다. 수원지검장으로 재임한 지 4개월여 만이었다. 권순정 전 수원고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첫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앞두고 검찰 내부망을 통해 이재명 정부의 검찰 개혁은 개혁이란 외피만 두른 채 국가의 부패 대응 기능을 무력화하는 선동적 조치라고 강하게 비판한 뒤 사퇴했었다.이런 배경 때문에 수원고검의 기류는 경직된 분위기가 역력하다. 김 의원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여당 현역 의원이라는 점도 신중론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원고검 한 관계자는 김 의원 수사 관련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며 “요즘 말 잘못하면, (더욱이 현직) 국회의원이면 보통 일이 아닌데”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
- ▲ ⓒ이화여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손해배상 등 민사소송이 실추된 명예회복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견해다. 형사소송이 시간만 끌며 불리한 상황으로 흘러가는 양상에서 민사를 통해 배상을 일부라도 인정받으면 처벌은 아니어도 이대 구성원들 최소한의 자긍심은 되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김 의원은 지난 2022년 8월 14일 유튜브 채널 ‘김용민TV’에 출연해 “종군 위안부를 보내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한 사람이 김활란(이대 초대 총장)”이라며 “미 군정 시기에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 장교에게 성 상납시키고 그랬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2024년 4월 총선 과정에서 알려지며 막말 논란과 함께 후보 사퇴 촉구에 직면했었다. 명예훼손죄·모욕죄의 경우 발언 시점으로부터 3년 이내에 민사소송을 걸어야 한다. 발언 시점을 기준으로 해 보수적으로 계산하면 김 의원의 경우 지난해 8월 14일이 소멸시한이었다는 시각이 적잖다.일각에선 이대 측이 시효 만료 전 민사소송을 제기했을 가능성도 제기되나, 현재까지 언론에 공개된 소송 절차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만약 시효를 놓쳤다면 형사 사건에서 기소라는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한 실질적인 명예회복 수단은 사실상 봉쇄되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