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조정법 통과, 징벌적 사법 넘어 '회복적 복지' 시작되길의사 면책 함의는 '진료 연속성' 확보 … 환자 생명권 지키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의료계. 이제는 '라포 재건'으로 화답할 때
  • ▲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 ⓒ뉴데일리DB
    ▲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 ⓒ뉴데일리DB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의료계의 숙원이었던 '의료인 형사처벌 면책'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대다수 환자단체는 거세게 반발했지만 한국중증질환연합회 김성주 대표는 정반대의 논리를 제시하며 환영의 입장을 냈다. 

    김 대표는 24일 뉴데일리를 통해 "환자 단체는 무조건 의사 처벌에 목을 맬 것이라는 생각은 어불성설"이라며 "중증 환자들에게 진정으로 무서운 형벌은 사고 후의 법적 공방이 아니라 메스를 든 의사가 현장을 떠나 필수의료 체계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단언

    특히 이번 개정안이 해묵은 '인기과·기피과'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그간 필수의료 영역은 고난도 수술과 응급 상황이 잦아 사법 리스크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왔다"며 "형사처벌의 공포가 젊은 의사들을 바이탈(Vital) 현장이 아닌 피부·성형 등 비필수 분야로 내몰았고 그 결과 중증 환자들은 '응급실 뺑뺑이'를 도는 처참한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진의 형사처벌 면제는 특정 직역에 대한 혜택이 아니라, 사법 리스크라는 족쇄를 풀어 필수의료 생태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의사가 소신껏 고위험 수술에 임할 수 있을 때 환자의 생명권도 비로소 온전히 보호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처벌의 시대 가고 '회복적 신뢰'의 시대 열어야"

    김 대표는 이번 법안 통과를 대한민국 보건의료 현장의 고질적인 병폐였던 '응보적 처벌' 관행을 끊어내는 전환점으로 정의했다. "그간 우리 의료 현장은 예기치 못한 사고 앞에서 서로를 향해 삿대질하며 법정으로 달려가기에 바빴다"고 회고한 그는 "징벌적 사법 제도를 넘어선 '회복적 복지 제도'의 안착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환자가 원하는 본질은 '보복'이 아닌 '안정'임을 재차 확인했다. "의사가 처벌이 두려워 방어 진료를 하거나 수술실을 떠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라며 "이번 법안 통과는 의사와 환자가 다시 상생의 파트너로 거듭나는 역사적 분기점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면책이라는 안식처 얻은 의료계, '진정성'으로 화답할 때"

    다만 김 대표는 법안의 실효성이 담보되기 위해 의료계와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제도적 보호 장치가 마련된 만큼, 이제는 의료계가 환자와의 '라포(Rapport, 신뢰관계)' 회복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처벌 면제라는 제도적 안식처를 얻은 만큼 의료계는 사고 발생 시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네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며 "환자가 '내가 소외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질 때 비로소 이 법은 상생의 도구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의료분쟁조정법 이제 시작, '협치와 신뢰' 강조  

    김 대표는 인터뷰 내내 '협치'와 '신뢰'를 역설했다. 

    그는 "의료분쟁조정법 통과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상생 모델의 시작"이라며 "이제는 서로를 불신하며 대치하기보다 환자의 생명을 지키고 진료 현장의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의료계와 환자 단체, 정부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중증질환연합회는 향후 법안 시행 과정에서 중증 환자들의 특수한 상황이 조정 과정에 반영되는지 감시하는 한편, 갈등보다는 소통을 통해 제도를 안착시키는 데 앞장설 계획이다.

    김 대표는 "이번 법안이 의료 현장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필수의료를 다시 살려내는 든든한 초석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