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BYD·지리 총 출동 … 데이터·소프트웨어 중심 경쟁 전환주행거리→충전속도·L3 자율주행 … 기술 경연장으로 바뀐 모터쇼중국 완성차·ICT 전면 부상 … 전통 OEM 중심 질서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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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베이징 중국국제전람중심 순의관과 수도국제회전중심에서 2026 베이징 국제 모터쇼 ‘오토차이나’가 개최됐다.ⓒ김서연 기자
“아직은 중국차가 예쁘거나 성능이 좋지 않은데 싸서 타는 차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러나 지난 몇년 간 우리가 축적한 기술과 속도, 성과를 생각한다면 허무맹랑한 자신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국의 현대차는 진짜 긴장해야 할 겁니다.”모터쇼 현장에서 만난 소프트웨어 개발자 리쥔따오씨는 중국 업체들의 기술 경쟁력에 대해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자동차가 단순한 기계로 기능하던 시대는 지났고, 이제는 전자와 소프트웨어가 핵심 경쟁력”이라며 “이 분야는 중국 업체들이 가장 잘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주인공이 자동차를 전자라 외치던 장면이 떠올랐다. 20년이 흘러 자동차가 전자되는 현실로 다가왔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모터쇼였다.중국 베이징 중국국제전람중심 순의관과 수도국제회전중심에서 열린 2026 베이징 국제 모터쇼 ‘오토차이나’는 올해 19회째를 맞았다. 지난 24일 개막해 다음달 3일까지 10일간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글로벌 모터쇼 중 최대규모로 21개 국가·지역에서 온 2000여개 기업이 참여했다. 전시면적은 38만㎡로 CES의 1.65배에 달한다. 전시 차량은 총 1451대로 이 중 세계 최초 공개 차량은 181대, 콘셉트카는 71대에 달한다. -
- ▲ 지리자동차가 이번 베이징 모터쇼에 전시한 휴머노이드 로봇 워커 S가 관람객을 따라 손을 흔들고 있다.ⓒ김서연 기자
올해 오토차이나의 키워드는 “Future Mobility, Intelligent Future”다. 전시장에서는 출력과 주행성능 대신 대형모델 기반 콕핏, L3급 자율주행, 초고속 충전, 전고체 배터리 등 ‘지능화’ 기술이 상용화 되는 과정을 여실해 보여줬다. 로봇이 관람객의 움직임에 맞춰 손을 흔들고, 영하 33도의 꽝꽝 얼은 냉동고에서 전기차를 충전하는 모습을 보며 막연한 미래로 꿈꿨던 기술이 우리의 가까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베이징 모터쇼를 전기차 전시장이 아닌 ‘AI·배터리·자율주행 기술 경연장’으로 만들었다.전시장 곳곳에서는 주행거리보다 충전 속도, 차량 성능보다 소프트웨어, 디자인보다 AI 운영체계를 앞세운 발표가 이어졌다. 폭스바겐, 벤츠와 같은 전통적인 글로벌 완성차 ‘강자’들의 명성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그룹 CEO 역시 지난 24일 중국 시장 대응을 위해 NEV(신에너지차) 기술과 현지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해 다시 리더십을 되찾겠다고 발언했다. 오랜 기간 패권을 유지해온 정통 완성차 업체 중심의 글로벌 경쟁 구도에 중국 업체들이 균열을 내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특히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떼는 ‘핸즈프리’ 주행 기능을 내세운 차량들이 잇따라 공개되며 자율주행이 미래임을 보여줬다. 샤오펑과 리오토는 등은 AI 기반 주행 시스템을 통해 운전자 개입을 최소화한 실제 주행 시나리오 시뮬레이션과 영상으로 공개했다. 중국에서는 이미 베이징·충칭 등 일부 도시를 포함해 20여개 지역에서 고속도로와 도시 고속화도로 등 제한 구간을 중심으로 L3 자율주행의 법적 테스트가 허용된 상태다.샤오미와 샤오펑의 AI 콕핏 대결도 인상적이었다. 샤오펑은 목적지를 좌표로 입력하는 대신 “카페 근처에 주차해줘”와 같은 자연어 명령을 이해하는 AI 모델을 선보였다. 단순한 음성 인식을 넘어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는 차와 대화하듯 목적지를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스마트폰과 보조배터리 등 전자제품으로 성장한 기업답게 샤오미는 차량에서도 다양한 IT 기반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운전 중 식당 예약, 메모 작성, 커피 주문까지 처리하는 운영체계와 운전자의 건강 상태와 기분을 인식해 조명과 음악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기능도 함께 소개했다. -
- ▲ 샤오미가 전기차 플랫폼과 차량 스택 내부를 공개했다.ⓒ김서연 기자
전자와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완성차 뒤에 위치한 공급업체가 아니라, 차량의 두뇌와 운영체계를 설계하는 주체로 전면에 나서며 전시장 구도를 바꾸고 있었다. 화웨이는 자율주행 플랫폼 ‘ADS’를 중심으로 차량용 운영체계와 센서·칩·소프트웨어를 통합한 솔루션을 선보였고 바이두의 아폴로는 로보택시 운영 데이터와 연계한 자율주행 알고리즘, 고정밀 지도, 클라우드 기반 학습 구조를 소개했다. 게임 그래픽 엔진 기업인 유니티도 부스로 참여해 3D 기술로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화면을 게임처럼 실시간으로 렌더링하는 차량 UI·UX 구현을 선보였다.한 해외 합자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전자·소프트웨어 기업이 차량의 핵심을 설계하게 되면 완성차 업체는 단순 하드웨어 조립자로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며 “앞으로는 전환 속도가 완성차 업체의 생존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