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차량 소유권 분리 샌드박스 시행, 구독 모델 실증 폐배터리 재사용·소재 추출까지, 자원 확보 경쟁 선점
  • ▲ 2025 아이오닉 5 외장 이미지.ⓒ현대차그룹
    ▲ 2025 아이오닉 5 외장 이미지.ⓒ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배터리 구독 사업에 나선다. 배터리와 차량 판매를 분리할 수 있게 되면서 차량 판매 확대와 금융 수익 확보가 기대된다. 아울러 그룹사 내에서 폐배터리 회수 인프라까지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1석3조’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현대캐피탈은 올해 상반기부터 아이오닉5 법인택시를 대상으로 배터리 구독 실증사업에 나선다. 배터리 교체 주기가 빠른 택시를 통해 실제 운행 데이터와 비용 구조를 검증하겠다는 포석이다.

    배터리 구독 모델이 도입되면 이용자는 차량을 보유하거나 리스하면서 배터리는 별도로 구독료를 내고 사용할 수 있다. 배터리는 차량 구매자가 아닌 현대캐피탈 자산으로 귀속되기 때문에 사용이 끝난 배터리는 현대캐피탈에 반납한다. 

    기존 자동차관리법 체계에서는 차량과 배터리를 하나의 자산으로 분류했기 때문에 소유권 분리가 불가능했다. 배터리 성능 저하에 따른 감가와 교체 비용이 전기차 수요 확대를 제한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차체와 배터리 소유권을 분리해 등록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해당 사업이 본격화 되면 소비자는 배터리 비용을 제외한 차량 가격 기준으로 구매하거나 리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기존에는 보조금을 받기 위해 차량을 일시불로 구매해야 했지만, 구독 모델을 활용하면 보조금을 수령하면서도 장기 리스를 병행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수익 구조 다층화가 기대된다. 현대차는 차량 가격 인하 효과를 통해 전기차 보급 확대를 기대할 수 있고, 현대캐피탈은 구독료 기반의 장기 이자 수익을 확보하고 다양한 금융상품을 설계할 수 있다.

    나아가 폐배터리를 전량 회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면서 향후 급증할 폐배터리 시장에서 원재료 확보 경쟁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NE리서치는 글로벌 폐배터리 시장 규모가 2030년 약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한다. 배터리 수거, 재사용(ESS), 금속 회수 등 전체 밸류체인을 포함하면 60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40년에는 시장 규모가 200조원 이상으로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기차에서 분리된 배터리는 통상 초기 용량의 70~80% 수준의 성능을 유지해 태양광·풍력 발전과 연계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력 피크저감용 저장장치, 전기차 급속충전소 보조 전원 등으로 재사용된다. 실제로 여러 개의 폐배터리 모듈을 묶어 수십 kWh~수백 kWh 규모의 저장 시스템으로 구성하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또 폐배터리는 파쇄·분리한 뒤 습식 또는 건식 제련 공정을 거쳐 리튬·니켈·코발트·망간 등의 핵심 금속을 추출할 수 있다. 현재 상용 기술 기준으로 니켈과 코발트는 90% 이상, 리튬은 80% 수준의 회수율이 확보된 상태다. 회수된 금속은 배터리 원재료로 다시 투입되며 신규 광물 채굴 대비 비용 절감과 공급망 안정화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국가 차원의 폐배터리 활용 경쟁이 본격화된 상태다. 중국의 경우 CATL 을 중심으로 배터리 교환·회수·재활용을 통합한 사업 모델이 확산되고 있으며,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폐배터리 확보를 위한 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 역시 보조금과 배터리 회수 인프라 지원을 병행하며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저는 "(배터리 구독 모델로)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전기차 전환이 본격화되는 시기에 완성차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폐배터리 활용 여부라고 생각한다"며 “벨류체인을 먼저 효과적으로 구축한 기업이 향후 미래차 산업에서 더욱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