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압 변압기 물량 확보하며 슈퍼사이클 본격화변압기 설계부터 커스터마이징까지 고객 맞춤설비 자동화보다 숙련공 통해 기술 경쟁력 갖춰
  • ▲ 효성중공업 창원공장 전경 ⓒ효성중공업
    ▲ 효성중공업 창원공장 전경 ⓒ효성중공업
    "수주를 안 하고 생산만 해도 소화해야 하는 물량이 3년치, 내년에는 꽉 찼고 내후년에는 70% 이렇게 하면 5년에서 6년치까지 물량을 확보한 셈입니다."

    지난 8일 찾은 효성중공업 창원 공장. 공장 주변 야적장에는 출하를 앞둔 초고압변압기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고, 이를 옮기기 위한 대형 트레일러들이 쉴 새 없이 오갔다.

    전력기기 슈퍼사이클을 맞은 효성중공업의 창원 공장은 '소문난 잔치집에 먹을 거 없다'라는 옛 속담과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효성은 새로운 먹거리를 위해 꾸준한 연구개발과 생산에 회사의 역량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인터뷰를 진행한 장재성 전력PU 창원공장장은 "새롭게 짓는 HVDC 3공장은 원래 800대 정도 주차가 가능한 공장 주차장이었다"며 "내년 3분기 완공을 목표로 건설공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거기 들어가는 설비들도 리드타임이 20개월을 훌쩍 넘어 다 들어오는 시점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 준비 기간이 길기 때문에 설비가 들어오면 바로 가동해야 하고, 멈춰 있는 시간 자체가 손실이라는 설명이다.

    초고압 변압기 생산시설을 본격적으로 둘러보기에 앞서 찾은 초고압 변압기 설계 사무실. 그 안에는 100여 명의 변압기 설계자들이 고객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 ▲ 효성중공업 창원공장 직원이 초고압변압기를 검사하고 있다. ⓒ효성중공업
    ▲ 효성중공업 창원공장 직원이 초고압변압기를 검사하고 있다. ⓒ효성중공업
    홍의진 초고압변압기부품제작팀장은 "변압기는 하나하나 오더마다 개발급으로 진행된다"며 "전기, 전선, 본체, 탱크 설계자들이 한 팀을 이뤄 국내부터 미국, 유럽, 오세아니아, 중동, 아프리카 등을 커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양 연구소에는 변압기 기술 개발팀이 별도로 있어 변압기만 따로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고객들의 요구 수준도 높아져 지진 해석과 유동 해석, 전기 해석 등 다양한 엔지니어링 데이터를 요구하면서 기술 대응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홍의진 팀장은 "유럽 등 품질 시장 고객들은 각종 해석 데이터와 검증 레포트를 요구한다"며 "기술 개발팀에서 직접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설계 사무실에는 회의실도 다수 마련돼 있었다. 고객들이 직접 방문했을 때 디자인 리뷰를 진행하고, 일주일가량 머물며 설계에 대해 협의한 뒤 승인을 받아 제작에 돌입한다.

    홍 팀장은 "설계 사무실이 바로 제작 현장 옆에 있다 보니 작업자들이 도면을 이해하지 못할 때 설계자가 즉시 현장으로 내려가 설명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고객 맞춤형 커스터마이징을 진행하고 있어 외국 손님들은 이런 부분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시험 과정에서도 고객들이 직접 컨트롤룸에서 입회한 상태로 성능 검증이 진행된다.

    홍 팀장은 "설계 단계부터 제작과 조립, 인탱킹 작업, 시험 과정까지 고객들이 계속 방문한다"며 "설계 조직이지만 사실상 영업 역할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심지어 공장을 방문한 고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구내식당에서는 한식부터 양식, 베지테리언, 할랄 음식까지 맞춤형 식사도 제공하고 있었다.
  • ▲ 효성이 독자기술로 개발한 전압형 HVDC ⓒ효성중공업
    ▲ 효성이 독자기술로 개발한 전압형 HVDC ⓒ효성중공업
    이러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효성중공업의 자체 기술력이 있었다.

    글로벌에서는 HVDC 핵심 기술을 ABB·히타치·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만큼 중국 일부 업체들은 초기 기술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해 여전히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공장을 둘러보니 최근 전 산업군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자동화 공정이 거의 없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장 입구의 철심 적층 공정에서도 20m가 넘는 대형 설비가 규소강판을 판 형태로 쌓아 올리고 있었는데, 이 또한 자동화 설비가 작동하고 있었지만 나머지 50% 정도는 작업자가 직접 개입해 수작업을 병행하고 있었다.

    또 스카이라인을 통해 공장 내부를 둘러보니 철심을 쌓은 뒤 회로를 완성하기 위해 작업자들이 나란히 앉아 낱장을 하나씩 수동으로 끼워 넣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홍 팀장은 "사람 손이 많이 가고 제품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외국 고객들이 손재주가 좋은 국내 변압기 제조업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미국에도 공장이 있지만 생산 속도가 상당히 느리다"고 말했다.

    이처럼 효성중공업은 수주 이후 설계와 개발, 구매, 제작이 모두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에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10~19년 경력의 숙련공을 투입하고 있었다.

    이에 효성중공업은 국산화한 DC 기술력을 바탕으로 변압기와 차단기, 전장품 등 기존 제품을 넘어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단순히 전압만 높은 변압기로는 앞으로 경쟁력이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차별화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 장재성 효성중공업 창원공장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효성중공업
    ▲ 장재성 효성중공업 창원공장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효성중공업
    이에 효성중공업은 시선을 국내 최대 프로젝트 중 하나로 꼽히는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로 옮기고 있다.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는 서남권에서 생산되는 대규모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송전하기 위한 국가 핵심 인프라로 장거리·대용량 송전에 유리한 HVDC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효성중공업은 해당 사업 1단계 구간인 새만금~서화성 프로젝트를 목표로 2GW급 전압형 HVDC 시스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시스템의 ‘두뇌’로 불리는 제어기술 중심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이미 양주 프로젝트를 통해 200MW급 시스템을 구축했고 제어시스템은 1GW까지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를 완료한 상태다. 이를 기반으로 2GW급 확장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임희수 DC시스템사업팀장은 "2012년부터 자체적으로 DC 기술을 개발해왔고 국책과제를 통해 꾸준히 기술을 축적해왔다"며 "당시만 해도 DC 사업은 모험에 가까웠지만 결과적으로 시기와 방향이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15년 가까이 DC 기술 개발을 이어오고 있으며 앞으로는 DC 토탈 솔루션 프로바이더 역할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효성중공업은 밸브와 제어기를 자체 개발하고 있으며 변압기 역시 국가과제를 통해 개발을 진행 중이다. 회사는 2027년까지 전체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 생산에 돌입해 2029년 현장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장 공장장은 "2027년 완공 예정인 HVDC 공장은 기존 초고압 변압기 공장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생산 환경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나사의 우주선 조립 공간 수준의 환경에서 조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길이지만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에 적용될 전압형 HVDC용 변압기 개발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