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바로젯, 최대 매출 품목 부상 … 성장 중심축 이동위다플릭-위·수탁 확대 … "판매 넘어 처방 생태계 선점"H&B-유통 강화 속 영업이익률 10년 최고 … 수익구조 변화생산중단 변수 부각 … "제조 안정성-품질관리 역량 중요성 확대"
  • ▲ 경기 과천시 소재 안국약품 본사. ⓒ안국약품
    ▲ 경기 과천시 소재 안국약품 본사. ⓒ안국약품
    안국약품의 성장 공식이 바뀌고 있다. 한때 회사를 대표했던 호흡기 치료제 '시네츄라'를 제치고 순환기 복합제 '페바로젯'이 처음으로 최대 매출 품목으로 올라선 가운데 '인다파미드' 기반 고혈압 복합제까지 확대되면서 회사의 성장축도 이동하는 모습이다.

    실적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다만 최근 정제 제형 제조업무 일부 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시장에서는 단순 호실적보다 생산 안정성과 품질관리체계를 더 주목하기 시작했다. 공격적인 복합제 확대와 위·수탁 생산전략 속 제조 리스크가 함께 드러났다는 평가다.

    15일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안국약품의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989억원으로 전년동기 757억원에 비해 30.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8억원에서 160억원으로 173% 급증했고, 순이익은 35억원에서 123억원으로 뛰었다. 영업이익률은 16.1%로 최근 10년새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번 실적의 핵심은 외형보다 비용구조 변화다. 매출원가가 증가(328억원, +19.4%)했지만, 매출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원가율은 33.1%까지 하락했다.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판관비율 역시 46.7%로 최근 5년 최저치로 떨어졌다. 외형 확대와 비용 효율화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수익성 레버리지가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셈이다.

    무엇보다 시장이 주목하는 부분은 안국약품의 성장축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안국약품을 상징했던 품목은 진해거담제 시네츄라였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페바로젯이 매출 112억원으로 처음 시네츄라(81억원)를 넘어섰다. 회사 최대 매출 품목이 호흡기에서 순환기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변화는 단순 대표 품목 교체 수준이 아니다. 안국약품은 현재 약 하나를 파는 회사를 넘어 순환기 처방 흐름 자체를 넓히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다파미드 기반 고혈압 복합제 전략이다. 안국약품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발사르탄-에스암로디핀-인다파미드 조합의 '레보살탄플러스'를 허가받았다. 기존 '레보살탄' 처방 이후 혈압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환자를 겨냥한 3제 복합제다.

    여기에 글로벌 제약사 조지 메디신스의 '위다플릭'까지 도입하면서 초기 치료부터 2차 치료까지 연결되는 복합제 라인업 구축에도 나섰다. 위다플릭은 텔미사르탄-암로디핀-인다파미드 조합의 3제 복합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초기 고혈압 치료용으로 승인받은 제품이다.

    핵심은 단일 품목 확대가 아니라 처방 생태계 선점이다. 안국약품은 자체 품목뿐만 아니라 위·수탁 생산품목까지 동시에 늘리면서 인다파미드 기반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실제 최근 대화제약과 코아팜바이오, 한풍제약 등의 관련 품목 생산도 맡기 시작했다. 후발 경쟁자 진입 전에 생산과 공급, 처방 기반을 함께 넓히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 제약·바이오 담당 연구원은 "과거 안국약품은 시네츄라 중심 호흡기 치료제 회사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순환기 복합제 중심으로 성장축이 확실히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레보살탄과 페바로젯 계열이 동시에 성장하면서 회사 수익구조 자체가 바뀌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 ▲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페바로젯'. ⓒ안국약품
    ▲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페바로젯'. ⓒ안국약품
    페바로젯 역시 같은 흐름이다. 안국약품은 최근 피타바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인 페바로젯 저용량 제품(1/10㎎)까지 추가 허가받으면서 시장 방어에 나섰다. 기존 고용량 시장에 이어 저용량 영역까지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점유율 확대를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페바로젯은 JW중외제약의 블록버스터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리바로젯' 제네릭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며 안국약품의 실적 성장을 이끄는 핵심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리바로젯은 지난해 연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품목이다.

    H&B(헬스앤 뷰티)사업 확대도 연장선에 있다. 안국약품은 '토비콤'과 '리쥬비더마'를 중심으로 건강기능식품과 더마코스메틱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다이소, 올리브영, 자사 온라인몰 '에이원더' 등 B2C 채널 활용도 강화 중이다. ETC(전문의약품) 중심 제약사에서 유통과 브랜드 기반 헬스케어기업으로 사업구조를 넓히는 흐름이다.

    문제는 이 같은 확장 속도가 빨라질수록 제조 안정성 중요도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안국약품은 최근 약사법 위반에 따라 정제 제형 제조업무 일부 정지 처분을 받았다. 정지 기간은 22일부터 6월5일까지 15일간이다. 정제 제형 매출 규모는 1998억원으로 지난해 별도 매출 2933억원의 68.1% 수준이다.

    회사 측은 제조행위만 중단될 뿐 기존 생산제품 유통과 판매는 가능하며 충분한 재고를 확보한 만큼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재고자산은 473억원으로 6년 연속 증가하며 최근 10년 최고 수준까지 확대됐다.

    다만 시장이 보는 지점은 단순 15일 생산중단 여부가 아니다. 지금 안국약품 성장의 중심축 자체가 정제 기반 순환기 복합제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 페바로젯과 레보살탄 계열, 인다파미드 복합제 확대와 위·수탁 생산까지 모두 정제 생산 안정성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생산중단 이슈는 단순히 15일 제조정지보다 정제 기반 복합제 전략이 확대되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라며 "확장 속도가 빨라질수록 제조 안정성과 품질관리 중요성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국약품은 최근 원가율 개선과 생산 효율화를 동시에 밀어붙이고 있다. 3월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도 생산설비 증설과 공정 최적화, 원가경쟁력 강화를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재무 흐름 역시 확장 국면 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차입금은 774억원으로 최근 10년 최고 수준까지 증가했고, 부채도 1553억원까지 늘었다. 반면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495억원으로 10년 최고 수준까지 확대됐다. 사업 확장 과정에서 레버리지가 함께 커지는 구조다.

    반면 연구개발 흐름은 다소 엇갈린다. 1분기 연구개발비 비중은 3.84%로 최근 10년 중 가장 낮았다. 숫자만 놓고 보면 안국약품은 지금 신약개발보다 수익성, 복합제, 유통 확장 중심으로 무게를 옮기는 모습에 더 가깝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실적은 증명됐다. 다만 시장은 이제 얼마나 많이 파느냐보다 넓어진 생산·유통구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를 보기 시작했다"며 "생산 안정성과 품질관리체계가 향후 기업가치 핵심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