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파업 앞두고 긴급조정권 카드 부상재계도 '긴급조정' 요구하지만 속내는 '복잡'이익투쟁의 쟁위행위 대상여부 학계·재계·노동계 의견 분분 긴급조정권 발동시 이익투쟁 합법성 정부가 공인하는 격 자칫 이익투쟁 산업계 전반에 들불처럼 번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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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삼성전자 파업을 막기 위한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을 두고 재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해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행사하는 순간, 이익을 공유하는 영업이익 N% 성과급 투쟁의 합법성을 사실상 인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는 삼성전자 파업을 막기 위한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2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하니 안타까움과 걱정을 금할 수 없다"며 "만약 파업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경제6단체도 정부에 긴급조정권 발동 요청 등을 포함한 파업 반대 촉구 성명을 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긴급조정권을 둘러싼 재계와 정부의 속내는 복잡하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쟁위행위의 대상을  임금, 근로시간, 복지, 해고 등 근로조건에 대한 사항으로 명시하고 있다. '영업이익  N%를 성과급으로 지급해달라'는 소위 이익투쟁이 쟁위행위의 대상이 되는지 명확하지 않다. 

    법조계와 산업계 일각에서는 이익의 일부를 근로자와 나눌 지 여부는 경영판단의 영역으로 임단협이나 쟁위행위의 대상이 아니라는  해석이 많다.  임금 인상률, 수당 신설, 복리후생 증액은 통상적인 근로조건 결정 문제일 수 있지만 영업이익 자체의 배분 비율을 고정하는 것은 기업의 전략 자산 배분 문제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반면 노동계는 성과급 역시 실질적인 임금의 일부인 만큼 당연히 단체교섭과 쟁위행위의 대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정부가 사후조정에 이어 긴급조정권까지 발동하면 이익투쟁의 합법성을 정부가 암묵적으로 공인해주는 격이 되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익의 몇%를 달라는 요구는 임단협이나 쟁위행위의 대상이 아니라는게 공식 입장인 만큼 논리적으로 이익투쟁은 불법 파업일뿐 긴급조정권의 대상이 아니다"며 "만일 삼성전자 파업에 대해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면 이는 이익 투쟁의 합법성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 파업에 대해 긴급조정권을 행사하면 일단 급한불은 끌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익 투쟁의 합법성이 인정되면서, 다른 기업에까지 도미노처럼 이익투쟁과 파업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익투쟁이 하청업체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청 노조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하청 노조의 원정에 대한 단체교섭 요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긴급조정권 발동으로 성과급 투쟁의 합법성이 인정되면, 하청 근로자의 원청을 상대로 한 이익 투쟁이 들불처럼 번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성명서 발표를 준비 중인 경제단체들도 표면적으로는 긴급조정권 발동을 주장하고 있지만 내심 이익투쟁의 합법성 인정이라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과거에는 한 기업의 수백조원의 이익을 내는 사례가 없어 이익투쟁이 합법인지 불법인지를 논의할 필요조차 없었다"고 했다. 

    그는 "반도체 호황으로 몇몇 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거두는 상황에서 이익투쟁의 합법성에 대한 해석 없이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면 ,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자칫 이익투쟁 자체가 사실상 합법적인 노동쟁의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어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노조와 사측이 자율적으로 이익 공유를 합의하는 것은 사적 자치의 원칙상 문제가 없고 해외에도 다양한 사례가 있다"며 "하지만 정부가 긴급조정권이라는 공권력을 발동해 합법성을 인정해주는 것은 추후에 다양한 법적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