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 확대 생색냈지만 '급여' 한정 … "입금 없는 통장 쥐여준 꼴"F코드 유도로 '보험 블랙리스트' 낙인 우려 … 부모들 공분 경증 환자 본인부담금 50%로 '슬쩍' 상향 … 보험사 손실 방어용 교묘한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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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제5세대 실손보험 개편을 통해 발달장애 보장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의료계와 환자 단체는 "보험사의 손실을 막기 위해 부모들을 기만하는 교묘한 설계"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겉으로는 보장 확대를 외치고 있지만 비급여가 태반인 상황에서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만 보상을 한정하고 본인 부담은 대폭 높였기 때문이다.

    18일 다수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등에 따르면 5세대 실손 개편안에서 가장 큰 독소 조항은 보상 범위를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급여 항목)'로 한정했다는 점이다. 현재 발달장애 아동들이 필수적으로 받는 언어치료, 작업치료, 감각통합치료 등 핵심 치료는 대부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다.

    박양동 대한소아청소년행동발달증진학회 이사장은 "발달치료는 비급여가 태반인데 보험사는 교묘하게 '급여가 된 항목만 해주겠다'는 옵션을 덧붙였다"며 "결국 정부가 발달치료를 급여화(수가화)하지 않는 이상 5세대 실손은 부모들에게 '입금 없는 통장'이나 다름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사회주의적 통제라는 비난을 피하려 정상화하는 척하면서 실제 돈은 안 나가게 구조를 짜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 전국 39곳뿐인 '급여 병원'… "대기만 5년, 치료 골든타임 놓쳐"

    설령 급여 항목이라 해도 보장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의 어린이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기관에 한해 급여 치료를 제공하고 수가를 청구할 수 있는데 전국에 단 39곳에 불과하다.  

    이소희 한국장애인부모연대 발달지연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은 "시범사업 기관은 대기를 걸어도 5년은 기다려야 한다"며 "병원이 없어 급여 치료를 못 받는 상황에서 급여만 보장해 주겠다는 것은 사실상 보장하지 않겠다는 소리와 같다"고 성토했다. 

    오히려 보험사는 5세대 출시를 기점으로 비급여 치료 아동에 대한 의료 자문과 실사를 강화하며 지급을 더 옥죄고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 'F코드'의 덫… "눈앞의 소액 위해 아이 미래 포기하라?"

    보험사의 정교한 '손실 방어 전략'은 부모들에게 잔인한 선택을 강요한다. 그동안 부모들은 보험 가입 시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상세 불명 코드인 'R코드(R62)'로 치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5세대 실손은 보장을 빌미로 확실한 정신과 진단인 'F코드(F80~F89)'를 요구한다.  

    개편안 세부 내역을 담은 자료를 보면 '일부 정신 및 행동장애(F80~F89)'의 급여 보장을 18세까지 확대한다. 여기에는 F80(말하기와 언어장애), F84.0(소아기 자폐증) 등이 보장 대상으로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보상 조건이다. 자료에 따르면 피보험자가 '보험 가입 당시 태아인 경우'에만 한정하여 보상한다는 단서 조항이 붙어 있다. 보상 범위 역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에 해당하는 의료비로 국한되어 있어 실제 현장에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는 비급여 항목은 여전히 보장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결국 보험사가 보장 확대를 빌미로 환자의 정신과적 확진(F코드) 기록을 확보하면서도 실질적인 보험금 지급은 최소화하려는 정교한 장치를 마련했다는 비판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이 부위원장은 "엄마들이 단기적인 치료비를 받으려고 F코드를 내는 순간 그 아이는 나중에 성인이 되어 암보험이나 종신보험에 가입할 때 '정신질환 히스토리'가 발목을 잡아 가입이 거절되는 페널티를 입게 될 것"이라며 "F코드를 유도해 장기적으로 고위험군 고객을 걸러내는 구도를 잡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폭로했다.  

    ◆ 경증 본인부담금 50%로 껑충… "보장 확대 아닌 개악"

    결정적으로 이번 개편에서 경증 환자의 본인 부담률은 기존 30%에서 50%로 대폭 상향 조정됐다. 

    박 이사장은 "보험사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머리를 아주 잘 쓴 구조"라며 "경증 아이들에게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나중에 국가 복지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음에도, 보험사는 오직 수익성만을 위해 부담을 부모에게 전가했다"고 꼬집었다.  

    결국 5세대 실손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보험 약관 수정보다 ▲발달치료의 전면 건강보험 급여화 ▲표준화된 수가 체계 마련 ▲지정 병원의 획기적 확충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학회와 부모 단체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건보 체계를 개편하지 않으면 5세대 실손은 보험사의 배만 불리고 부모를 기만하는 '빈 껍데기 대책'으로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