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제주감귤지도', 하우스귤 경매 데이터 AI 분석고가격 이후 2일 뒤 거래량 급증·가격 역전 패턴 확인
  • ▲ 제주 감귤 16개 판매법인별 가격·거래량 시차 반응변화 ⓒ제주감귤지도
    ▲ 제주 감귤 16개 판매법인별 가격·거래량 시차 반응변화 ⓒ제주감귤지도
    제주 감귤 농가 사이에서 오랫동안 떠돌던 말이 있다. "내가 출하하면 왜 하필 값이 떨어지냐"는 것이다. 단순한 푸념처럼 들리지만 이 현상이 실제로 통계적으로 반복되는 구조적 패턴이라는 사실이 빅데이터 분석으로 입증됐다.

    제주 애그테크(AgTech) 스타트업 주식회사 제주감귤지도는 2025년 5월부터 10월까지 전국 67개 판매법인에서 경매된 여름하우스감귤 데이터 23만여 건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 결과를 12일 공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어느 판매법인에서 높은 경매가(고가격 이벤트)가 발생하면 이를 확인한 농가와 유통업체들이 일제히 해당 법인으로 출하를 몰아 공급 과잉이 발생하고 결국 가격이 하락하는 패턴이 분석 대상 16개 주요 법인 전원에서 동일하게 반복됐다.

    메커니즘은 단순하다. A 판매법인에서 오늘 최고가가 나왔다는 소식이 퍼지면 수십 개의 농가와 유통업체가 동시에 "내일 A법인으로 출하하자"는 결론을 내린다. 각자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판단이지만 동일한 정보를 받은 출하자 모두가 같은 행동을 취하는 순간 공급이 폭증하고 가격은 무너진다.

    여기에 물리적 시차가 구조적 함정을 만든다. 제주에서 출하된 하우스감귤이 서울·수도권 도매시장에 도착해 경매되기까지는 이틀(T+2일)이 걸린다. 부산·대구·광주·대전 등 비수도권은 하루(T+1일) 뒤 새벽 경매가 열린다. 오늘의 '좋은 정보'를 보고 출하를 결정하더라도 실제 경매가 이뤄질 때는 이미 같은 판단을 내린 수십 명의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진 뒤다.

    수도권 판매법인의 경우 고가격 이벤트 발생 후 T+2일에 거래량이 평균 15.7% 급증하고 가격은 하락 반전했다. 비수도권에서는 T+1일 거래량이 5.7% 늘었고, T+2일에는 11.2%가 추가 증가한 후 가격이 역전됐다.

    서울 가락시장의 동화청과·중앙청과, 대구북부시장의 대구중앙청과, 부산반여시장의 반여농협 등 전국 주요 판매법인에서 동일한 패턴이 확인됐다. 거래량 곡선이 고가격 직후 가파르게 상승하면, 가격 곡선은 어김없이 그 뒤를 따라 하락했다.

    제주감귤지도 고건 대표는 이를 "농산물 도매시장의 머피의 법칙"이라고 명명했다. 잘 될수록 꼬이는 구조가 데이터로 입증된 셈이다.

    제주감귤지도는 이 패턴을 피하기 위한 '역발상 출하전략'을 함께 제언했다. 핵심은 대다수 농가의 선택과 반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고가격이 형성된 판매법인으로의 출하를 2~3일 일시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같은 도매시장 내 출하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다른 판매법인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공급 압력이 낮은 타 지역 도매시장을 활용하거나 경쟁업체와 정보를 공유해 시장 과잉 여부를 사전 파악하는 것도 방법으로 꼽혔다.

    제주감귤지도는 2025년 8월 제주시에서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서울대 농업자원경제학·수리과학부에 재학 중인 고건 대표(휴학 중)가 귀농한 아버지의 감귤 유통 현장을 오래 지켜본 끝에 직접 창업에 나섰다. 앱 개발은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재학생인 동생 고은 씨(현 병역특례 복무 중)가 맡았다.

    회사가 운영하는 '제주감귤지도' 앱은 전국 판매법인의 당일 경매 거래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며, 경매 종료 후에는 AI가 감귤류와 전체 과일시장 데이터를 분석한 일일 시세 브리핑을 발송한다. 2026년 5월 기준 제주도 내 노지재배 농가 5만여곳, 하우스시설 3만여곳이 앱에 등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