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단체 "세전 영업익 기준 성과급 산정은 위법 소지"이사회 결의 무효·협약 효력정지·주주대표소송까지 예고노사 갈등, 상법·주주권·기업가치 논쟁으로 확산
  • ▲ 삼성전자 주주단체 집회ⓒ연합뉴스
    ▲ 삼성전자 주주단체 집회ⓒ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의 총파업 위기는 가까스로 멈췄으나 이번에는 주주권 논란이 불붙었다. 노사가 파업 직전 마련한 성과급 잠정합의안을 두고 일부 주주단체가 “주주총회 결의 없는 자본분배”라고 반발하면서다. 성과급 갈등이 노사협상 테이블을 넘어 이사회 책임, 상법 위반 여부, 기업가치 논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와 삼성전자 주주 일동은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삼성전자 노사의 잠정합의안에 법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합의안이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1.5%와 특별경영성과급 10.5%를 합산해 영업이익 약 12% 수준의 성과급 재원을 만드는 구조라고 봤다. 지급 방식이 세후 자사주라는 점은 일부 진전으로 평가하면서도, 재원 산정 기준이 세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인 이상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주주단체의 문제 제기는 성과급 규모 자체보다 이익 배분의 순서에 맞춰져 있다. 회사가 이익을 내면 세금과 이자비용, 투자재원, 배당가능이익 등을 따진 뒤 주주총회 등 정해진 절차를 거쳐 배분해야 하는데, 노사 합의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먼저 성과급 재원으로 묶는 것은 주주의 잔여 이익과 회사의 투자 유보재원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이를 “위장된 위법배당”이라고 규정하며 상법상 배당가능이익 원칙과 충돌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이 논리를 받아들일지는 별개지만, 성과급 합의가 주주권과 자본시장 질서 문제로 옮겨붙은 것만으로도 삼성전자에는 새 부담이다.

    주주단체는 이사회가 잠정합의를 비준하거나 집행할 경우 이사회 결의 무효확인 소송, 위법행위 유지청구 가처분, 주주대표소송 등을 제기하겠다고 예고했다. 성과급 합의에 찬성한 이사들에게 주주 이익을 훼손한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노조를 향한 압박도 이어졌다. 주주단체는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잠정합의안이 부결되거나, 이후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을 관철하기 위해 파업이 재개될 경우 노조 집행부와 참여 조합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손해 항목으로는 생산 차질에 따른 매출 감소, 주가 하락, 향후 배당 재원 감소 등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총파업이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더 복잡한 법적 리스크를 안게 됐다. 합의안이 조합원 투표를 통과하더라도 주주단체가 예고한 가처분과 무효확인 소송, 주주대표소송이 실제 제기되면 성과급 집행은 법원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