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진 부사장, 내부 조사 결과 발표 … 휴대폰 제출 거부 등 한계4단계 보고에도 문제 제기 없어 … 일부는 첨부파일도 안 열고 승인법무 검증 생략·리스크 관리 결함 인정 … 경찰 조사 협조 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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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서성진 기자
신세계그룹이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해 자체 조사 결과 고의성을 입증할 명확한 근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논란이 된 마케팅이 마케팅 팀장, 담당, 본부장, 대표이사 등 4단계 보고 절차를 거쳤음에도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내부 검수와 리스크 관리 체계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전상진 신세계그룹 경영총괄 부사장은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스타벅스코리아 마케팅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해당 직원들과 임원진이 고의성을 가지고 해당 마케팅을 기획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 19일부터 일주일간 스타벅스코리아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룹은 이번 마케팅이 특정 목적을 갖고 기획됐는지 여부를 핵심 조사 사항으로 두고마케팅 승인 과정과 리스크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해서도 경위 조사를 진행했다.
논란이 된 518 탱크데이 마케팅은 스타벅스코리아 이커머스팀에서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안건은 팀장, 담당, 본부장, 대표이사 보고 라인을 거쳐 최종 확정됐다. 신세계그룹은 행사를 주관한 이커머스팀 전원과 전략기획본부, 대표이사 등 결재 라인에 대해 휴대폰과 노트북 포렌식 검증, 교차 심문 등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
- ▲ 신세계그룹 임원진 ⓒ서성진 기자
다만 조사에는 한계도 있었다.
탱크 네이밍을 제안한 직원 등 이커머스팀 팀원 5명 중 3명이 휴대폰 제출을 거부했고 사내 메신저 대화 기록도 회사 서버에 일주일만 저장돼 최초 마케팅 기획 단계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룹은 "법적·절차적 제약으로 모든 사실관계를 명명백백히 밝히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향후 경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은 경찰 조사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려는 고의성이 확인될 경우 관련 임직원을 즉시 해고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또 최고경영진 누구라도 이번 사안과 관련한 부적절한 개입이나 의도가 확인될 경우 지휘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큰 문제로 드러난 것은 스타벅스코리아의 마케팅 검증 및 리스크 관리 체계 부실이다. 논란이 된 마케팅은 총 4단계 보고 절차를 거쳐 진행됐지만 이 과정에서 누구도 5월18일에 탱크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지 않았다.
신세계그룹은 "마케팅 기획과 승인 과정에서 단 한 차례의 문제 제기조차 없었다"며 "행사 합의자 7명 중 일부는 해당 마케팅 디자인 시안이 담긴 메일 첨부파일조차 열지 않고 관행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은 실무자의 과실 여부를 넘어 스타벅스코리아 내부의 사회적·역사적 민감성 부재를 드러낸 것"이라며 "마케팅 검증 및 리스크 관리 체계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했다.이에 따라 신세계그룹은 고의성 여부와 관계없이 관련자와 결재 라인 전반에 대한 엄중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그룹은 이번 마케팅에 관여한 직원 5명을 직무 배제하고,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와 담당 임원을 해임 조치한 바 있다. 관련 본부장 역시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온라인상에서 제기된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탱크 텀블러 명칭과 503㎖ 용량이 특정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상징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해외 제조사의 기존 제품명과 17온스를 밀리리터로 환산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해당 제품은 2023년부터 한국뿐 아니라 호주, 태국 등에서도 판매됐으며 용량 표기도 동일하다는 것이다. -
-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서성진 기자
미니 탱크 텀블러 출시일이 세월호 참사일인 4월16일을 겨냥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행사 업체의 브랜드데이 일정 조율 과정에서 확정된 날짜라고 해명했다. 탱크 듀오 세트 할인율 21%가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집단 발포일인 5월21일을 상징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세트 구성품 가격 조정 과정에서 산출된 할인율일 뿐이라고 설명했다.신세계그룹은 "국민 여러분께서 1999년 1호점 오픈 이후 지난 27년간 스타벅스코리아에 한결같은 사랑을 보내주셨지만 저희는 이 사랑에 보답하지 못하고 되레 국민들께 큰 상처를 남겼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책임에 대해 숙고하고 리스크 관리 체계와 내부 통제 시스템 부재를 고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밑바닥부터 다시 신뢰를 쌓아 올려 국민들께 사랑받는 기업으로 다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이번 일로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한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이날 사과문을 발표하고 "상처와 실망을 느끼신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 여러분, 박종철 열사 유가족 여러분, 광주시민 여러분께 신세계그룹 회장으로서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직접 사과했다.
이어 "이번 스타벅스코리아의 부적절한 마케팅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깊은 아픔과 분노를 느끼셨다는 사실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유가 무엇이든 국민 여러분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은 그 책임이 결코 가벼워지지 않는다"고 말했다.정 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며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제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를 포함한 신세계그룹 구성원 모두 우리 사회의 역사와 희생을 기억하고 국민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