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국무회의서 '군·소방 헬기 총동원' 이송 혁신안 등 발표 산과 현장선 "의사·간호사 다 떠났는데 무용지물" 직격 과거 대책 짜깁기·구체적 예산 실종 … '그럴싸한 허울' 비판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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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분만실 및 소아 응급실 붕괴로 인한 뺑뺑이 사건을 막기 위해 군·소방 헬기까지 총동원하는 이송·전원 체계 혁신안을 내놓았지만 의료 최전선의 반응은 싸늘하다. 

    전문가들은 환자를 실어 날라도 정작 받아줄 의사와 병실이 없는 상황에서 이송망만 넓히는 것은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현장을 지키는 분만병원에는 낡은 규정을 들이대며 수억 원대 '과징금 폭탄'을 때리면서 겉으로만 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외치는 정부의 이중적 태도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국무회의에서 고위험 임산부와 신생아가 365일 24시간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고위험 임산부·신생아 및 응급 의료체계 개선방안'을 보고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광주·전라 지역에서 실시했던 '이송체계 혁신 모델'을 올 3분기 내에 전국으로 조기 확대하는 것이다. 고위험 임산부가 119를 부르면 네트워크를 가동해 전국 단위로 병원을 수배하고 장거리 이송 시 닥터헬기와 소방·군헬기 등 정부 보유 헬기를 공동 활용해 신속하게 전원시킨다는 파격적인 인프라 동원 계획이 골자다.

    그러나 정부 발표 직후 현장 분만의들의 여론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송 체계를 강화하는 취지 자체는 좋다"면서도 "하지만 받아줄 병원과 실제로 진료할 의사, 간호 인력이 없는데 헬기만 띄운다고 시스템이 돌아가겠느냐"며 의문을 던졌다.  

    그는 "현장에서는 이미 분만 의사들이 다 떠나고 사람도 없는 상태여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수용 가능한 병원과 인력을 확보하는 대책이 무조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며 분만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시스템 구축은 결국 무용지물에 불과하다"고 쓴소리를 뱉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번 정부 발표를 두고 "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요식 행위이자 보여주기식 정책 발표"라는 날 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럴싸한 응급의료 대책을 만드는 것처럼 포장해 표심을 겨냥했을 뿐 정작 현장을 살릴 핵심 열쇠인 구체적인 예산이나 인력 지원 방안은 단 하나도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복지부가 내놓은 '비수도권 중증 모자의료센터 6개소 확충'이나 '시니어 의사 인건비 지원' 등의 대책은 새로운 정책이 아니다. 

    한 지역 분만의사는 "시니어 의사 인건비 지원을 비롯한 대다수 사업들은 이미 이전에 다 발표됐던 것들을 알맹이 없이 무태로 다시 집어넣은 짜깁기에 불과하다"며 "실질적으로 가동되려면 구체적인 예산 규모와 정확한 인력 수급 실적, 공식적인 인력 규모가 발표되어야 하는데 허울만 빚어놓았다"고 폭로했다.  

    여기에 최근 법원이 분만 산부인과의 1·2인실 중심 병상 운영을 이유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7억원대 환수 처분을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감염 예방과 산모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실제 산모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상급병실 운영을 두고 수십 년 전 만들어진 획일적인 다인실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거액의 징벌적 처분을 내렸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의사회는 "과거 기준을 근거로 수억 원대 환수와 업무정지 처분까지 강행하는 것은 결국 분만의료기관을 행정적으로 압박해 필수의료 현장에서 강제 퇴출시키는 꼴"이라고 날을 세웠다.

    실제 대한민국 분만 인프라는 이미 완연한 파산 상태다. 2003년 1371곳에 달하던 분만 기관은 2025년 400곳 수준으로 토막 났으며 전국 시군구의 40%는 분만실이 단 한 곳도 없는 '분만 제로 지역'으로 전락했다.

    김재연 산부인과의사회장은 "환자가 헬기를 타고 도착했을 때 수술방을 열고 들어갈 '사람'에 대한 근본적인 보상 구조나 사법 리스크 완화 속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번 정책 역시 도로 위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비극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그는 대한민국 분만의료체계의 구조적 붕괴 거시적 인프라 위기 심층 분석 보고서를 통해 ▲분만의료 준공영제(국가가 민간 분만실 기본 운영비 직접 보전) ▲불가항력 사고 국가배상책임제 및 의학 지침 준수 시 형사 면책 ▲파격적 수가 개편(고령·응급·야간·휴일 가산 수가 대폭 상향) ▲거점형 분만 센터 구축 및 권역별 전문의 순환 당직 네트워크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