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폭등·보상 지연 영향 … 성남복정 4년 2개월 연장남양주왕숙도 사업기간 2년 밀려 … 지방 6년 지연된 곳도공급난에 매매·전세 동반 상승 … 빌라·오피스텔 응급처방"임차수요 단기흡수 가능 … 낮은 수요·공공재정 확대 과제"
  • 정부 역점 사업인 공공주택 공급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장 올해에만 1만7000여가구에 이르는 공공분양·공공임대주택 공급이 공사비 폭등과 토지 보상 지연, 추가 공정 등으로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정부가 빌라와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 비(非) 아파트 공급카드를 꺼내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수도권 집값이 다시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음에도 공공주택 공급이 지지부진하자 비 아파트라는 응급처방을 내놓은 셈이다. 하지만 아파트보다 현저히 낮은 비 아파트 수요와 선호도를 감안하면 실제 집값 안정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27일 국토교통부 공공주택건설 사업계획 변경승인 고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전국 총 27개 공공주택 건설현장의 사업 기간이 연장됐다. 가구 수 기준으로는 총 1만7384가구에 이르는 규모다.

    이들 사업장은 짧게는 한 달, 길게는 6년이나 사업 기간이 연장됐다. 사업 기간이 길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공공주택 착공과 입주도 늦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기존 공공주택 공실 문제로 당장 착공이 어려운 지방은 물론 서울 인접 수도권에서도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주요 사업장별로 보면 공공분양 1053가구가 공급되는 성남복정2 A-1블록은 사업 종료 시점이 지난해 12월에서 2030년 2월로 4년 2개월 밀렸다. 1400가구 대단지가 들어서는 성남낙생 A-1블록도 당초 지난해 12월 사업이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2029년 1월로 4년 1개월 연장됐다.

    공공분양 803가구를 공급하는 남양주왕숙2 A-1블록은 2027년 5월에서 2029년 2월로 1년 9개월, 686가구 규모 남양주왕숙2 A-3블록은 2027년 5월에서 2029년 7월로 2년 2개월 사업 종료 시점이 연장됐다.

    공공분양 792가구 규모인 인천영종 A62B블록도 사업 종료 시점이 2028년 6월에서 2029년 12월로 18개월 지연됐다.

    특히 지방 산업단지 인근에 위치한 공공주택 현장 경우 산단 조성 및 입주 지연 여파로 속도가 더욱 더딘 상황이다.

    일례로 충남 당진에 위치한 석문국가산업단지 B-3블록 경우 올해 6월까지 공공분양 1053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사업 종료 시점이 2032년 6월로 6년이나 밀렸다.

    정부 주도 공공주택 건설이 차질을 빚으면서 공급 지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국토교통부 3월 주택 통계를 보면 1~3월 누적 수도권 인허가는 2만7471가구로 전년 동기 3만7276가구 대비 26.3% 줄었다. 서울도 5632가구로 전년 동기 1만4966가구 대비 62.4% 급감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 착공 물량은 2만204가구로 전년 동기 1만7706가구로 14.1% 늘었다. 다만 이는 2022년부터 지속된 건설·부동산경기 침체로 착공 물량이 대폭 줄어든 데 따른 기저 효과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월 착공 물량만 놓고 보면 전년 동월 9272가구에서 6281가구로 32.3% 감소했다.
  • 집값 동향도 심상찮다. 집주인들의 매물 회수와 공급 부족을 우려한 실수요자 매수세가 겹치면서 집값 과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5월 셋째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31% 오르며 4개월여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임대차시장에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이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이 매매가격을 뛰어넘었다. 올해 수도권 전세가격 누적 상승률은 2.20%로 매매가격 상승률인 1.79%보다 0.41%포인트(p) 높았다.

    이에 정부는 시장에 안정 시그널을 주기 위해 비교적 빠른 공급이 가능한 비 아파트를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전날 국토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 도시형생활주택과 상가, 오피스텔 11만가구를 공급하는 비 아파트 건설·금융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가구수 및 층수 제한 등 건축 규제 완화와 건설사업자 금융 지원 강화로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을 늘리는 한편 빈 상가·오피스의 원룸·오피스텔 용도 전환을 허용해주는 게 골자다.

    지난 22일 빌라·오피스텔 등 매입임대주택 9만가구 공급안을 내놓은 지 4일 만에 또 한번 비 아파트 카드를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시장 내 수요와 선호도가 아파트로 치우친 상황에서 비 아파트 공급만으로는 '반쪽 효과' 밖에 거둘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시장 내 중론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물론 빌라나 오피스텔, 원룸 등을 대량으로 공급하면 전·월세 수요를 일부 흡수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비 아파트는 아파트보다 주거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지금처럼 수요가 낮은 상황에서 민간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단기적으로는 도심 전·월세 가격 안정 효과가 나타낼 수 있다"며 "다만 민간 사업자의 자생력 회복 여부가 관건이고 중장기적으로 시장의 공공 의존도가 심화되거나 공공 재정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