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협상 잠정 합의안 74% 찬성 가결메모리 중심 보상 체계에 내부 균열 심화파운드리·시스템LSI 반발 확산 "성과급 4배 차이"분사론까지 재점화, 종합반도체(IDM) 전략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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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노사의 2026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이 최종 가결됐지만 반도체(DS) 부문 내부의 '노노(勞勞) 갈등'은 오히려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사업부를 중심으로 한 성과급 체계가 확정되면서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파운드리·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사업부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수년째 추진해온 종합반도체기업(IDM) 전략이 내부 균열이라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에 따르면 2026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는 찬성률 73.7%로 최종 가결됐다. 전체 재적 조합원 6만5593명 중 6만2616명이 참여해 95.5%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다만 노조별 온도차는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에서는 찬성률이 80.6%에 달했지만 2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조에서는 찬성률이 21.1%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DS 부문 직원 비중이 높은 초기업노조 중심으로 표결이 이뤄지며 사실상 가결이 예견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합의안의 핵심은 DS 부문 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특별경영성과급을 자사주 형태로 지급하는 내용이다.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준으로 하면 메모리 사업부 직원들은 평균 5억6000만원대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적자를 기록 중인 파운드리·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사업부는 1억원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DX(완제품) 부문은 상생 차원의 600만원 지급에 머물렀다.

    문제는 같은 DS 내부에서도 메모리와 비메모리 간 보상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졌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메모리 사업부 인력이 파운드리와 시스템LSI로 이동 배치되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원래 한 몸이었던 조직을 사실상 갈라놨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제 노조 게시판에는 비메모리 사업부를 뜻하는 '르팡(LSI·파운드리)'을 언급하며 "이럴 거면 메모리 갔지", "르팡은 버리는 것이냐"는 반응까지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직원들은 "10%를 받더라도 DS 전체 공통 재원으로 나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메모리 사업부에서는 "적자를 내는 사업부까지 동일하게 보상하는 것은 성과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반론도 나온다. 실제 사측 역시 협상 과정에서 실적 기여도가 높은 조직과 적자 사업부를 동일 기준으로 보상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구조적인 갈등을 극대화 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는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 중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모두 운영하는 사실상 유일한 IDM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메모리 중심의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달리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까지 함께 운영하며 시너지를 추구해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비메모리 적자가 장기화하고, 성과급 갈등까지 겹치면서 시장 안팎에서는 다시 파운드리 분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파운드리를 분리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글로벌 팹리스 고객사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파운드리가 독립할 경우 엔비디아, AMD, 퀄컴 등 고객사 확보에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물적분할 이후 이른바 '쪼개기 상장' 논란이 불가피한 데다 지배구조 개편에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역시 과거 파운드리 분사 가능성에 대해 직접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삼성전자의 고민은 더 커질 전망이다. 비메모리 사업은 향후 수년간 대규모 투자와 적자가 불가피한 영역이지만 내년부터는 성과급 체계 상 수익 여부가 곧바로 보상과 연결된다. 당장 내부 구성원 설득부터 쉽지 않은 셈이다.

    여기에 중국의 추격도 거세지고 있다. 최근 중국 최대 반도체 기업인 화웨이와 SMIC는 미국 제재 속에서도 독자 기술을 기반으로 1.4나노급 반도체 성능 구현 목표를 공개하며 첨단 파운드리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초격차 유지와 동시에 비메모리 경쟁력 확보까지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부 갈등 장기화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호황기에는 갈등이 덜 드러났지만 이제는 비메모리 육성을 위해 누군가는 비용과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며 "성과주의와 IDM 전략 사이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삼성전자의 새로운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