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된 사고, 13명 목숨 앗아갔다대전사업장, 케파 늘리기 급급했나 선거 코 앞인데… 정치권도 촉각
  • ▲ 1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이날 사고로 현재까지 5명이 숨지고 2명이 중경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
    ▲ 1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이날 사고로 현재까지 5명이 숨지고 2명이 중경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를 이틀 앞두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대형 폭발 사고가 발생하자, 여야가 막판 유세를 자제하는 등 정치권과 산업계가 일제히 긴장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한 수사도 불가피해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방산 수출 확대에 맞춰 대전사업장의 생산능력을 키우던 상황에서 폭발 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하자 고위험 공정 안전관리 체계가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 반복된 사고로 13명 목숨 앗아갔다 

    2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일 오전 10시59분께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56동 세척공실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장 안에 있던 직원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사고 현장에서는 로켓 추진체 제작 과정에서 사용한 공구와 설비를 세척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화약이 묻은 공구를 세척하는 과정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직후 고용노동부와 경찰, 소방당국은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사망자가 5명에 달하는 중대 산업재해인 만큼 수사의 초점은 폭발 원인 뿐 아니라 회사의 안전보건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로 옮겨갈 전망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가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절차를 마련했는지, 안전보건 인력과 예산을 적정하게 배치했는지 등을 따진다. 이번 사고 역시 위험성 평가와 작업 절차, 잔류 화약 관리, 방폭 설비, 작업자 보호장비의 적정성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전사업장에서는 지난 2018년 5월 폭발 사고로 5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고, 2019년 2월에도 폭발·화재 사고로 3명이 숨졌다. 이번 사고까지 포함하면 같은 사업장에서 최근 8년 사이 세 차례 대형 폭발 사고가 발생해 총 13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과거 사고 이후 재발방지 대책이 실제 현장에서 이행됐는지도 수사와 감독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가 2018년 사고 직후 해당 사업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특별감독에서는 486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행위가 적발되며 '최하위등급'을 받았다. 당시 법원은 두 차례 사고에 회사의 법적 책임을 인정해 벌금을 각각 3000만원과 5000만원을 부과했다. 다만 회사 관계자들의 처벌은 집행유예에 그쳤다. 
  • ▲ 1일 오전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폭발 사고가 나 정문 앞이 통제 중인 가운데, 이날 오후 정문 앞에 도착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손재일 대표이사(가운데)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1일 오전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폭발 사고가 나 정문 앞이 통제 중인 가운데, 이날 오후 정문 앞에 도착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손재일 대표이사(가운데)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대전사업장, 케파 늘리기 급급했나 

    생산능력 확대 국면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도 살펴봐야할 부분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3년 7월부터 2028년 9월까지 대전사업장에 1092억9100만원 규모의 생산·검사설비 신설·증설 및 인프라 증설 투자를 진행 중이다. 투자 목적은 생산능력 향상이다. 

    K-방산 수출 증가로 추진기관과 유도무기 관련 생산량이 늘면서 해당 사업장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던 가운데 대형 사고가 발행하면서 생산 확대 속도에 비해 안전관리 체계가 충분히 따라가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방산 수출 호조로 납기 대응과 생산능력 확충이 중요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화약과 추진체를 다루는 고위험 사업장에서는 설비 증설보다 위험요인 제거와 공정 통제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전사업장은 로켓 추진체를 제작하는 방산 핵심 시설로 대형 추진기관 개발과 전술지대지 무기체계 개발 등이 이뤄진다. 사업장 내에서 화약 제품을 직접 다루는 만큼 폭발 사고가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상존한다. 

    민간 방산업체가 생산하는 제품의 특성상 보안 유지가 필수적이라는 이유로 외부 접근과 정보 공개가 제한돼 왔다는 점도 향후 조사 과정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 과거 인명 피해 사고 당시에도 안전실태 점검이 충분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관계자는 합동 브리핑에서 "발사체 등 추진제(화약 등)의 제작 도구에 묻은 화약을 세척하는 과정에서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화약은 물에 닿으면 위험성이 사라져 평소 위험한 작업으로 인식하지 않았다"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무기 만드는 곳에 덜 위험한 현장은 없다"면서 "합동감식에서 철저한 조사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 선거 코 앞인데 … 정치권도 촉각  

    이날 사고와 관련 이재명 대통령은 "인명 구조와 사고 수습에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해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사고 현장을 찾아 "행정안전부, 소방청, 경찰청, 대전시는 가용한 모든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해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정치권도 선거를 이틀 앞두고 발생한 대형 폭발 사고에 차분한 선거운동을 주문하고 나섰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일제히 각 선거캠프에 로고송 사용과 선거율동을 금지시켰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사고 직후 그룹 차원의 특별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 김 회장은 "유명을 달리한 직원들에게 최선의 예우를 다하겠다"면서 "사고로 숨진 직원분들과 유가족분들, 부상을 당한 직원분들, 그리고 지역 주민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