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방산매체, 한화에 납기 여부 질의한화 유럽법인 "직접적 영향 미치지 않을 것"K9·천무 수출 확대 속 생산 안정성 관리 과제로
  •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를 두고 유럽 방산시장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폭발사고가 일어난 대전사업장 ⓒ뉴시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를 두고 유럽 방산시장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폭발사고가 일어난 대전사업장 ⓒ뉴시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를 두고 유럽 방산시장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 등을 앞세워 폴란드·에스토니아·루마니아 등 유럽 주요국에서 대형 수주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은 납품 차질 가능성까지 직접 거론하고 있다.

    4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폴란드 방산 전문매체 디펜스24는 최근 '한화 공장 폭발, 폴란드 주문은 어떻게 되나'라는 취지의 기사를 내고 대전사업장 사고가 폴란드군 납품 일정에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대전사업장이 천무 체계와 관련된 핵심 생산 거점이기 때문에 납품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한화에어로 유럽법인은 "현재 이번 사건이 제품 공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면서 "운영 중단은 사건 발생 지역에만 한정된다"고 답했다. 

    폴란드는 한화에어로의 유럽 수출 확대를 상징하는 최대 고객으로 꼽힌다. 한화는 2022년 폴란드와 K9 자주포 672문, 천무 288대 공급을 골자로 한 기본계약을 맺었다. 이후 실행계약을 단계적으로 체결하며 납품을 구체화했다. 2023년 12월에는 K9 자주포 152문을 추가 공급하는 3조450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고, 2024년 4월에는 천무 72대를 추가 공급하는 약 2조2700억원 규모 2차 실행계약을 맺었다. 

    지난해에는 폴란드에서 천무 유도탄을 현지 생산하는 협력도 추진하며 단순 완제품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공급망 구축으로 협력 범위를 넓혔다.

    폴란드가 이번 사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폴란드군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상화력 보강을 서두르며 한국산 무기를 대거 도입했다. K9 자주포와 천무는 폴란드 육군 화력 현대화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한화 제품은 빠른 납기와 대량 생산 능력을 강점으로 유럽 시장에 안착했지만, 이번 사고로 생산 안정성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 5월 천무 로켓 발사기 3대 추가로 도입하기로 한 에스토니아도 이번 사고를 무게감 있게 보고 있다. 에스토니아 공영방송 ERR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에스토니아와 천무 미사일 발사대 및 미사일 공급 계약을 체결한 기업으로 첫 번째 물량은 내년에 인도된다"라고 보도했다. 에스토니아는 지난해 말 천무 발사대 6대와 3종의 유도탄, 운용·훈련 지원을 포함한 약 2억9000만유로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올해 5월에는 천무 3대를 추가 도입하기로 했다.

    한화에어로는 이날부터 이틀간 일부 필수 공정을 제외하고 국내 9개 사업장의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한 채 특별 안전점검과 안전교육을 진행한다. 

    점검 대상에는 추진제와 장약을 생산하는 대전·보은·여수사업장, K9 자주포·장갑차·항공엔진 등을 생산하는 창원 1·2·3사업장, 대전·판교·아산 R&D캠퍼스 등이 포함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화약류를 취급하는 대전·보은·여수사업장의 추진제 생산·취급 공정에 대해 무인자동화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방산업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당장 수출 계약 이행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유럽 고객국 언론이 사고 직후 납기 차질 여부를 직접 확인한 점은 의미가 꽤 무겁다. 그동안 K-방산의 경쟁력이 가격과 성능 뿐 아니라 빠른 납기에서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복된 안전사고는 향후 신뢰도 관리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한화에어로는 폴란드 추가 계약 뿐 아니라 루마니아 현지 생산, 에스토니아 후속 물량 등 유럽 방산시장 전반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유럽 각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이후 무기 재고 확충과 전력 현대화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생산 안정성과 납기 이행 능력은 수주 경쟁의 핵심 평가 요소로 꼽힌다. 

    최근 중동전쟁까지 장기화되면서 유럽을 포함한 주요국의 방산 수요는 더 커지는 분위기다. 안보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무기체계 도입 과정에서 가격 경쟁력 뿐 아니라 적기에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생산 역량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고가 실제 납품 지연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한화에어로 입장에서는 안전관리 체계와 생산 안정성을 동시에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 셈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유럽 고객국들이 한국 무기를 높게 평가한 이유 중 하나가 정해진 물량을 빠르게 납품하는 능력이었다"며 "이번 사고가 실제 납품 지연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안전관리 체계와 품질, 생산 안정성을 더 엄격하게 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에서는 지난 1일 오전 폭발 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사고가 난 곳은 로켓 추진제 관련 공정으로, 당국은 정확한 사고 원인과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한화에어로는 사고 직후 손재일 대표이사 주재로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사고 수습과 유가족 지원, 당국 조사 협조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