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매우 긍정적" … 주말·내주 초 종전 MOU 체결 가능성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기대 … 유가·환율 안정 여부 촉각美 물가·고용 동반 과열, 연준·한은 긴축 압력은 여전전쟁 끝나도 고물가·고금리 부담 지속 … 한국경제 시험대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APⓒ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APⓒ연합뉴스
    중동 전쟁이 종전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 경제가 중대 변곡점을 맞고 있다. 유가와 환율 불안은 다소 진정될 수 있지만 미국발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압력이 여전해 '3고(고유가·고환율·고금리)' 부담이 곧바로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외신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을 위한 막판 조율을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측의 종전 합의 가능성 언급에 대해 "매우 긍정적(very positive)"이라고 평가하며 이번 주말 또는 오는 15일께 서명 가능성을 언급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그 어느 때보다 합의에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시장 관심은 협상 자체보다 협상 이후에 쏠려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 여부가 최대 변수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분쟁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핵심 위험 요인으로 꼽혀왔다.

    전쟁이 격화되면서 국제유가는 한때 배럴당 100달러 돌파 가능성이 거론됐고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최악의 경우 120~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유가 급등 우려는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됐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유가 상승이 곧바로 무역수지와 기업 수익성, 소비자물가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미 경제 지표에는 전쟁의 흔적이 반영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1%를 기록하며 2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석유류 가격 상승과 수입물가 부담이 물가 전반으로 번진 영향이다.

    환율도 불안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장중 1561.5원까지 치솟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1530원 안팎으로 다소 내려왔지만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와 지정학적 위험이 겹치면서 시장의 경계심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종전 MOU가 체결될 경우 가장 먼저 반응할 분야는 에너지와 외환시장이다. 호르무즈 해협 운항이 정상화되고 원유 공급 우려가 완화되면 유가 상승 압력도 한풀 꺾일 수 있다. 환율 역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완화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일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항공·해운·정유업계에는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전쟁이 끝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4.2% 상승했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6.5% 올라 2022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달 비농업부문 고용은 17만 2000명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인 8만명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물가는 높고 고용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는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동결을 기정사실화하는 가운데 연내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최근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물가 대응을 우선시했다.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와 국제콘퍼런스, 창립기념사까지 세 차례 연속 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12일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중동 리스크가 완화되더라도 한은을 압박하는 변수는 여전히 많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증시 활황과 함께 이른바 '빚투' 수요가 늘면서 5월 가계대출은 9조 3000억원 증가해 2024년 8월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진정되더라도 금융안정 측면의 긴축 압력은 그대로 남아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종전 MOU 체결 이후에도 경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제유가와 환율 안정 여부뿐 아니라 미국의 통화정책과 국내 가계부채 흐름 등 주요 변수들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중동 리스크 완화는 분명 긍정적이지만 최근 시장이 우려하는 물가와 금리 문제까지 한 번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결국 향후 유가 흐름과 연준의 정책 방향이 한국 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