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독점 타파 '정형선' vs 실무 조율자 '강청희' vs 재정 베테랑 '김필권'학계·여당·공단맨 '3각 대치' 건보 이사장 레이스 가열
  • ▲ (좌측부터) 정형선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부 명예교수, 강청희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위 위원장, 김필권 전 건보공단 기획상임이사 겸 동우회장.
    ▲ (좌측부터) 정형선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부 명예교수, 강청희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위 위원장, 김필권 전 건보공단 기획상임이사 겸 동우회장.
    차기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인선이 윤곽을 드러내며 학계, 정치권, 정통 관료가 정면충돌하는 초유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건강보험 도입 50주년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가파른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재정 고갈 위기와 계속해서 발생하는 의정 갈등의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막중한 자리여서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이번 공모는 각 후보가 걸어온 발자취와 내세우는 출사표의 성격이 워낙 판이해 '인사 메시지'가 무엇이냐에 따라 최종 낙점자가 가려질 전망이다.

    ◆ 정형선 연세대 교수 "의사(MD) 독점 기조 속 돌파구…보험자 정체성 회복"

    학계를 대표해 출사표를 던진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과거 본지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현재 보건의료 거버넌스의 구조적 모순을 이례적으로 날카롭게 직격한 바 있다. 정 교수의 핵심 논리는 '보험자-공급자 사이 견제와 균형'이다.

    실제 전 정부에 이어 현 정부까지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이사장·원장 자리는 물론 핵심 씽크탱크인 건보연구원과 심평원연구소장까지 전부 의사(MD) 출신들이 독식했다. 

    하지만 건보공단이라는 기관에서 보험자의 역할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국민이 낸 보험료를 기반으로 의료 공급자들을 상대로 수가를 협상하고 지출을 철저히 통제해 국민의 건강 관리를 효율화해야 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보건의료계 일각에서는 공급자 생태계의 정점에 있는 의사 출신들이 수뇌부를 장악하는 것은 심판과 선수의 경계를 무너뜨려 보험자 본연의 비판적 기능을 약화시킨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교수는 보건복지부 관료 출신으로 시작해 40주년 건보 기념식에서 최고 영예인 '황조근정훈장'을 수훈한 인물이다. 

    특히 건보공단의 가장 핵심 기구인 재정운영위원장을 역임했고 건정심 및 장기요양위원회 부위원장으로만 10년 이상 활동하며 대한민국 보건의료 정책의 굵직한 아젠다를 던져왔다. 학자로서의 타협 없는 개혁성과 이론적 깊이를 무기로 '의사 독점 체제'를 깨부수겠다는 명확한 명분을 쥐고 있다.

    ◆ 강청희 전 급여이사, 공급자·보험자·정치권 아우르는 실무형 조율자

    강청희 전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는 공급자와 가입자, 그리고 민주당 보건의료특위 위원장이라는 정치적 무게감까지 모두 아우르는 '입체적 서사'가 최대 무기다.

    그는 흉부외과 전문의 출신으로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을 지내며 의료 공급자의 논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후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를 맡아 가입자의 입장에서 수가 협상을 진두지휘했고, 공공조직은행장과 보건소장 등 공공 행정 영역까지 섭렵했다. 의사 출신이면서도 공급자의 사익보다 보험자의 공익을 대변해 본 독특한 이력을 지닌 셈이다.

    현재 강 전 이사는 더불어민주당 내 보건의료정책 실무를 총괄하며 전공의 사태를 포함한 초유의 의정 갈등 국면에서 출구 전략을 설계하는 정책 조정 실무의 중심에 서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과의 소통 능력이 검증된 만큼 정부가 각종 정책 추진과정에서 합리적인 타협점을 도출하기 위해 '강청희'라는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 공단맨 김필권 전 기획이사 "공단 살림 책임졌던 베테랑"

    김필권 전 건보공단 기획상임이사는 현재 공단 동우회장직을 역임 중이다. 그는 초고령 사회진입과 재정 적자라는 위기를 극복할 현장 전문성이 강점이다. 그는 1987년 아산군 의료보험조합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대전지역본부장, 자격부과실장 등 요직을 거쳐 기획상임이사와 이사장 직무대리까지 수행한 전형적인 '공단맨'이다.

    김 전 이사는 앞서 본보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지상의 가치가 됐다"며 "과거 공단의 곳간과 살림살이를 직접 책임졌던 경험이 있는 내가 이 분야의 진짜 전문가"라고 자부한 바 있다.

    그는 공단 이사장직에 계속 도전 중이다.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유는 평생을 바친 조직의 발전을 위한 명확한 개선 방안과 시스템 혁신 DNA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 낙하산 인사나 학자 출신이 조직을 장악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내부 피로감과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거대 조직을 가장 안정적으로 이끌 적임자라는 점이 내부 구성원들과 관료 사회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는 배경이다.

    한편 이번 인선 국면에서 가장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대목은 바로 조승연 영월의료원 외과 과장(전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의 거취다. 조 과장은 인천시의료원장과 성남시의료원장 등을 역임하며 평생을 공공보건의료 최전선에서 헌신해 온 이 분야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이 때문에 공모가 시작되기 전부터 정·관가 안팎에서는 그를 유력한 차기 이사장 후보군으로 꼽아왔다. 특히 공공의료 강화라는 거시적 비전과 맞물려 강력한 하마평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정작 지난 11일 서류 마감 전후 과정에서 조 과장의 실제 지원 여부는 베일에 싸여 있으며 서류 접수 명단 등 가시적인 확인 절차에 걸려들지 않고 있다.

    보건의료계에서는 이를 두고 두 가지 시선이 교차한다. 하나는 공모 참여를 철회했거나 애초에 뜻이 없었다는 단순 미접수설이다. 다른 하나는 정무적 판단에 따른 '전략적 잠행' 혹은 임추위 추천 등 수면 아래의 '히든카드'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