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매출 5조·ROE 8% 목표 제시애경산업·동성제약 앞세워 뷰티·헬스케어 확장트러스톤 “자사주, M&A보다 소각이 우선” 반발
  • ▲ 태광산업이 지난해 인수에 성공한 메리어트 명동. ⓒ뉴데일리
    ▲ 태광산업이 지난해 인수에 성공한 메리어트 명동. ⓒ뉴데일리
    태광산업이 인수합병(M&A)을 앞세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놨지만,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다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난해 태광산업은 자사주의 EB(교환사채)발행을 시도했다가 트러스톤 등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된 바 있다. 

    태광산업은 석유화학·섬유 중심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뷰티·헬스케어, 첨단소재, 부동산 개발로 사업 축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트러스톤은 보유 자사주 24.4%를 M&A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주주환원 회피”라며 반발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최근 ‘2026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2030년 매출 5조원, 자기자본이익률(ROE) 8%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2025년 기준 매출 1조8000억원, ROE 2% 수준에서 외형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사업에서는 NaCN, 아라미드, 모다크릴, 직물 등 고수익 제품을 키우고, 신규 사업에서는 전략적 M&A를 통해 뷰티·헬스케어와 첨단소재 분야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태광이 M&A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기존 주력 사업만으로는 저평가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부진, 범용 제품 비중이 높은 포트폴리오가 수익성을 끌어내렸다는 것이다.

    태광산업은 2022년 이후 4년 연속 영업손실이 이어졌고 2021년 2조4880억원이던 매출이 2025년 1조8274억원으로 주저 앉은 상황이다. 

    실제 태광은 올해 들어 뷰티·헬스케어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태광산업 컨소시엄은 애경산업 경영권 지분 인수에 나서 생활용품·화장품 기반의 B2C 사업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 태광산업은 또 유암코와 동성제약을 인수했다. 동성제약은 정로환, 세븐에이트, 미녹시딜 등을 보유한 중견 제약사로, 태광은 이를 뷰티·헬스케어 플랫폼 구축의 핵심 퍼즐로 보고 있다.

    동성제약은 인수 이후 회생절차 종결을 통해 법정관리에서도 벗어났다. 태광 입장에서는 애경산업으로 화장품·생활용품 축을 확보하고, 동성제약으로 제약·염모제·헤어케어 영역까지 넓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 셈이다. 

    태광산업이 밸류업 계획에서 “애경산업 및 동성제약을 필두로 하는 뷰티&헬스케어”를 새로운 비즈니스 축으로 언급한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맞닿아 있다.

    다만 모든 M&A가 순항한 것은 아니다. 태광산업 컨소시엄은 최근 케이조선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실패했다. 매각 측은 컨소시엄의 신용공여 해소 및 승계 방안이 미흡하다고 판단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태광그룹 계열 흥국생명이 참여했던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서도 글로벌 사모펀드 힐하우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향후 태광산업의 M&A는 뷰티, 부동산을 중점에 두고 진행될 전망이다. 성과를 낸 분야에 투자를 확대해 회사의 성장을 더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다만 태광이 보유한 자사주 24.4%를 M&A 재원으로 쓸 수 있느냐는 쟁점으로 남아있다. 태광산업은 보유 자기주식을 전략적 M&A 투자재원으로 활용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구체적인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을 수립해 2027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겠다고 밝혔다.

    트러스톤은 이를 정면으로 문제 삼고 있다. 트러스톤 측은 "태광산업 주가가 순자산가치 대비 크게 저평가된 상황에서 자사주를 M&A 교환수단으로 쓰면 주주 자산을 헐값에 넘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한 때 태광산업 지분이 5.95%에 이르렀으나 OK캐피탈 등에 지분을 매각하며 현재 지분은 1.7% 규모에 머물러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논란을 지난해 자사주 교환사채(EB) 갈등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태광산업은 지난해 자사주 전량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3186억원 규모 사모 EB 발행을 추진했다가 2대주주의 반발과 시장 여건 변화 등을 이유로 철회했다. 당시에도 쟁점은 자사주 24.41%였다. 

    이번에는 EB가 아니라 M&A 재원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트러스톤 입장에서는 저평가된 자사주가 외부로 이전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같은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태광 입장에서도 논리는 있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과 범용 제품 경쟁 심화로 4년 연속 영업손실을 낸 상황에서 배당 확대나 액면분할만으로는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태광산업 측은 "적자 구조를 탈피하고 지속적인 이익 기반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 축을 세워야 하며, 신사업에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배당 확대에 대해서도 "호의적 환경은 아니나 경영실적 회복 추이와 재무건전성, 미래 성장투자 등을 고려해 합리적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