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37거래일 만에 1500원 아래로 … 변동성은 지속주요 제약사 10곳 5년 환율민감도 분석 … 손익 영향 엇갈려원화 약세에 손익개선 확대-축소 … 일부 기업은 마이너스 전환해외사업 확대에도 외화자산-부채 구조 따라 고환율 영향 '천차만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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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약사들의 손익을 둘러싼 고환율 셈법은 뚜렷하게 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챗GPT 활용 이미지. ⓒ뉴데일리
원·달러 환율이 약 두 달 만에 1500원 아래로 내려왔지만, 제약사들의 손익을 둘러싼 고환율 셈법은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글로벌 사업 확대와 외화 기반 수익원 증가로 원화 약세에 따른 손익개선효과가 커진 기업이 있지만, 일부 기업은 환율 상승이 오히려 손익 부담으로 작용하는 구조로 바뀌었다.주요 제약사 10곳의 최근 5년 환율 민감도를 분석한 결과 같은 고환율 국면에서도 기업별 사업구조와 외화자산·부채 구성에 따라 손익 영향이 확대·축소되거나 방향까지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9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29.7원 내린 1498.5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500원 아래에서 마감한 것은 5월14일 1491.0원 이후 37거래일만이다.다만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국제유가 상승,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가능성 등이 남아 있는 만큼 환율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주요 제약·바이오기업 10곳의 사업보고서와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글로벌 사업 확대는 기업들의 환율민감도를 같은 방향으로 이끌지 않았다.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글로벌 사업 규모 확대 속에 환율민감도의 절대 규모가 크게 나타났고, 한미약품과 SK바이오팜은 원화 약세에 따른 손익개선효과가 장기간 확대됐다. 반면 대웅제약과 종근당은 지난해 환율 상승이 손익 부담으로 작용하는 구조로 바뀌었다.가장 큰 변화는 글로벌사업 규모가 큰 기업에서부터 나타났다.삼성바이오로직스는 환율 10% 상승시 세전손익 영향이 2022년 317억원 감소에서 2023년 329억원 증가로 돌아섰다. 2024년에는 증가 효과가 834억원까지 확대됐으며 지난해 734억원, 올해 1분기 690억원으로 낮아졌지만 조사대상기업 가운데 여전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글로벌 CDMO(위탁개발생산) 수주 확대 등 달러화 기반 사업 비중이 커지는 가운데 달러화 익스포저가 전체 환율민감도를 좌우한 것으로 보인다.셀트리온도 글로벌 판매구조 변화가 환율민감도 확대와 맞물린 사례다. 지난해 각 외화 환율이 8% 상승할 경우 손익증가효과는 3122억원으로 전년 말 같은 8% 변동 가정의 392억원보다 8배로 확대됐다.특히 유로화 환율 상승에 따른 손익증가효과가 2199억원으로 전체 민감도에서 70%가량을 차지했다. 유럽 등 글로벌 판매 확대와 맞물려 유로화 중심의 외화 순노출이 커지면서 손익민감도도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한미약품은 환율 상승에 따른 손익개선효과가 꾸준히 커진 대표적인 기업이다. 원화환율 10% 상승시 세전손익 증가 효과는 2021년 3억원에서 △2022년 19억원 △2023년 71억원 △2024년 121억원 △지난해 146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1분기에는 166억원까지 확대됐다.북경한미약품 등 해외사업 기여와 외화 기반 수익원이 확대되는 가운데 환율 상승에 따른 손익개선효과도 장기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SK바이오팜은 미국 직접판매사업이 환율민감도 확대와 맞물렸다. 환율 10% 상승시 세전손익 증가 효과는 2022년 35억원에서 △2023년 126억원 △2024년 139억원 △지난해 170억원 △올해 1분기 214억원으로 확대됐다.1분기 기준 달러화 환율 10% 상승에 따른 세전손익 증가 효과만 214억원으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의 미국 매출 확대가 달러화 노출 구조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원장은 "신약개발이나 CDMO는 품질과 맞춤형 생산역량이 중요해 고객사가 단기간에 공급처를 변경하기 어렵다"며 "제네릭 의약품처럼 가격탄력성이 높은 영역과 달리 장기계약구조라 환율 변동에 경쟁력이 약화하는 영향은 적다"고 말했다. -
- ▲ 제약사들의 손익을 둘러싼 고환율 셈법은 뚜렷하게 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데일리
반대로 해외사업 확대가 환율 상승에 따른 손익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은 기업도 있다. 대웅제약은 환율 10% 상승시 세전손익 영향이 2023년 112억원 증가에서 2024년 18억원 증가로 축소된 뒤 지난해에는 27억원 감소로 전환했다.종근당 역시 2023년 41억원 증가에서 2024년 7억원 증가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4억원 감소로 돌아섰다. 외화 매출이 늘더라도 원재료 수입이나 외화 매입채무와 차입금 등 외화부채 구조에 따라 고환율이 손익 부담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의미다.이처럼 환율민감도가 엇갈리는 것은 수출 증가나 해외사업 확대만으로는 고환율의 손익 영향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기업이 공시하는 환율민감도는 외화 매출 규모 자체가 아니라 결산시점 보유한 외화 금융자산과 부채 등 순노출 구조의 영향을 받는다. 외화 현금과 매출채권 등 외화 금융자산이 많으면 원화 약세시 손익개선요인이 될 수 있지만, 외화 매입채무와 차입금 등 외화 금융부채가 상대적으로 많으면 반대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실제로 유한양행과 GC녹십자는 원화 약세시 손익개선구조를 유지했지만, 장기 흐름은 달랐다. 유한양행은 환율 10% 상승시 손익증가효과가 2021년 188억원에서 2023년 27억원까지 줄었다가 올해 1분기 108억원으로 다시 확대됐다.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글로벌 상업화에 따른 마일스톤, 로열티 등 외화 기반 수익원이 확대되면서 최근 민감도 회복과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GC녹십자는 2021년 129억원에서 지난해 8억원까지 감소한 뒤 올해 1분기 51억원으로 늘었다. 미국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알리글로' 판매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올해 1분기 환율민감도도 다시 확대됐다. 미국 사업 확대에 따른 외화 매출채권 등 외화 금융자산·부채의 순포지션 변화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최근 들어 변화가 두드러진 기업도 있다. 동아에스티는 2021년(42억원)부터 지난해(62억원)까지 환율 10% 상승시 손익증가효과가 40억~70억원대에 머물렀지만, 올해 1분기에는 13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해외사업과 원료의약품 수출 구조가 있는 만큼 외화자산·부채 구성 변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HK이노엔은 2021년 7823만원, 올해 1분기 5억원으로 최근 5년간 환율 상승에 따른 손익증가효과가 대부분 한 자릿수대에 머물러 조사대상기업 가운데 상대적으로 낮은 민감도를 유지했다.다만 환율민감도는 실제 환율 변동에 따른 확정 손익이 아니라 결산시점의 외화 익스포저를 기준으로 일정폭의 환율 변동을 가정한 분석치다. 기업별로 세전·세후손익 등 측정 기준이 다르고, 셀트리온처럼 적용한 환율 변동폭이 연도별로 달라 수치의 절대 규모를 단순 비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그럼에도 최근 5년 흐름은 글로벌 사업 확대가 고환율 수혜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해외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환율 노출도 함께 확대될 수 있지만, 외화자산과 부채의 구성에 따라 손익 영향은 확대·축소되거나 방향까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이에 업계에서는 고환율 영향을 단순히 수출 증가나 원가 부담으로 판단하기보다 기업별 사업모델과 외화 노출 구조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원료의약품 수입 비중이 높고 내수·제네릭 중심의 사업구조를 가진 기업은 원화 약세에 따른 비용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매출과 기술수출, 글로벌 판매 확대 등 여러 요인에 따라 환율 영향은 다를 수 있다"며 "고환율 국면이 길어질수록 기업간 수익성 차이가 더 뚜렷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한편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종가 기준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84.6원으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 1493.1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