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장 첫날 흥행 … 글로벌 투자자 관심 확인AI 전문 자금 유입 기대, 투자자 저변 확대엔비디아·마이크론과 같은 무대, 밸류 재평가 주목
-
- ▲ SK하이닉스 HBM3E 12단 이미지ⓒSK하이닉스
미국 나스닥에 입성한 SK하이닉스가 상장 첫날부터 흥행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기업가치를 다시 평가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예탁주식(ADS)이 공모가를 12% 이상 웃돌며 국내 본주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된 가운데 시장에서는 단순한 '미국 프리미엄'보다 글로벌 투자자 기반 확대와 AI 반도체 기업으로서의 밸류에이션 재평가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ADS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나스닥에서 공모가(149달러)보다 12.8% 오른 168.0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ADS 10주가 국내 보통주 1주에 해당하는 점을 감안하면 원화 환산 가격은 약 252만원으로 같은 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를 마친 SK하이닉스 종가(218만원)를 약 16% 웃도는 수준이다.눈에 띄는 것은 가격 차이 자체보다 미국 시장이 SK하이닉스를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해외 투자자는 한국 증시 계좌 개설과 환전 등의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ADR 상장으로 미국 증시에서 달러만으로 손쉽게 투자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연기금과 국부펀드, 기술 전문 투자펀드 등 한국 증시에 직접 투자하지 않았던 장기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통로가 열린 셈이다. 이번 공모에서도 글로벌 장기 투자펀드와 AI 전문 기관 투자가들이 대거 참여하며 높은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시장에서는 투자자 구성이 바뀌면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는 국내 반도체 대표주로 평가 받았다면 앞으로는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AMD, 마이크론 등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들과 같은 시장에서 직접 비교되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메모리 업황 뿐 아니라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HBM 경쟁력 등이 보다 적극적으로 기업 가치에 반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실제 상장 과정에서도 시장의 기대는 확인됐다. SK하이닉스는 공모가를 국내 주가보다 높은 수준에서 확정하는 '프리미엄 프라이싱'에 성공했고, 수요 예측에는 공모 물량의 7배가 넘는 주문이 몰렸다. 총 265억달러(약 40조원)를 조달하며 미국 IPO 역사상 손꼽히는 규모의 거래를 성사시킨 점 역시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다만 ADS 가격이 국내 주가를 그대로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미국과 한국의 거래 시간이 다르고 환율과 투자자 구성, 결제 구조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예탁 주식과 국내 보통주 간 전환에도 시간이 필요해 두 시장의 가격 차이가 곧바로 해소 되지는 않는다. 과거 TSMC 역시 미국 ADR이 대만 본주보다 장기간 높은 가격에 거래된 사례가 있었지만 본주가 즉시 같은 폭으로 상승하지는 않았다.일각에서는 오히려 미국 투자자들이 ADR을 선호하면서 국내 시장으로 유입될 자금 일부가 미국 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UBS도 최근 고객들에게 ADR 매수와 국내 본주 매도를 권고하며 미국 시장에서 일정 수준의 프리미엄이 유지될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증권가는 이번 상장의 의미를 단기적인 주가보다 장기적인 기업 가치 변화에서 찾고 있다. AI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는 SK하이닉스가 세계 최대 자본 시장에서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들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는 점 자체가 가장 큰 변화라는 것이다. 향후 실적과 HBM 경쟁력이 뒷받침될 경우 미국 시장을 통한 투자자 저변 확대가 밸류에이션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특히 업계는 메모리 업황의 장기 호황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KB증권은 내년 이후에도 공급 확대 속도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메모리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2027년 D램과 낸드 생산능력은 웨이퍼 기준 각각 7%, 4% 증가하는 데 그치는 반면 수요는 17%, 19% 늘어나 공급 부족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KB증권은 글로벌 AI 투자 규모가 2025년 3900억달러에서 2027년 1조1000억달러까지 확대되면서 HBM을 비롯한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에서는 메모리 업황과 실적 중심으로 평가받았다면 미국 시장에서는 AI 인프라 투자와 HBM 경쟁력까지 함께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며 "투자자 풀이 달라지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기업 가치 평가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