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정유사, 얀부항 우회하고 美 원유 수입 늘려 충격 방어정제마진·윤활기유 공급 부족, 韓 정유업계 반사이익 기대우회 항로로 한숨 돌렸지만, 장기화 땐 연쇄 물가상승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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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르무즈 해협 대기 선박들. 로이터=ⓒ연합뉴스
미군과 이란의 전면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폐쇄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국내 정유업계는 지난 봉쇄 당시 선제적으로 점검해 둔 우회 경로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국내 주요 정유사들은 지난 4월부터 홍해에 위치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얀부항 등 우회 항로를 통해 원유를 도입해 왔다.한국석유공사 역시 해외 자산을 활용한 직도입과 우회 항로 확보를 통해 힘을 보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는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항에서 선적한 원유 97만 배럴을 호르무즈 우회 항로를 통해 들여와 GS칼텍스에 인계했다. 또한, 중동 리스크와 무관한 캐나다 하베스트사를 통해 생산한 원유 57만 5000배럴을 울산항으로 반입해 SK에너지에 전달했다.이런 수입선 다변화 조치는 통계에도 나타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1~5월 한국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62.8%로 전년 대비 6.3%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미국산 원유 수입 비중이 26.6%까지 늘어나며 중동발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방어력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도입한 비축유 스와프 제도와 연계해 비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을 늘린 성과다.호르무즈 해협의 재봉쇄에 대해서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항 등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 우회 공급망이 열려 있어 단기적인 수급 차질 우려는 덜었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현 상황이 국내 원유 수급 상황에 단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일각에서는 우회 항로 이용과 대체 수입선 확보에 따라 물류비 및 보험료 상승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정제마진 강세와 경쟁국 설비 차질이 맞물리며 국내 정유업계가 반사이익을 얻어 이 비용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충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걸프 지역 정유 설비 정상화가 확인되지 않고 러시아와 중국의 설비 가동률도 낮아지고 있어 정제마진 강세는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카타르 설비 피격 등에 따른 윤활기유 공급 부족 사태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윤활기유 중 프리미엄급인 그룹3 제품은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S-Oil 외에는 대체 공급원이 사실상 없는 상태"라며 "공급 부족 장기화로 S-Oil이 올해 윤활기유 부문에서 1조 50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보고서에서 "국제적으로 윤활기유 생산량이 평년 대비 30% 감소할 전망"이라며 "세계 생산의 약 40%를 담당하는 SK이노베이션과 S-Oil 등 국내 정유사들이 수혜 기업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 ▲ '원유 수급 긴급 점검 회의' 참석한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연합뉴스
다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가 문제다. 우회 항로가 존재하더라도 송유관 수송 용량의 한계가 있어 호르무즈 해협 통과 물량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원유 물량 확보 경쟁이 심화해 국제유가가 치솟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물론 전기요금과 물류비까지 연쇄적으로 상승해 산업 전체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정부는 이날 긴급 점검에 나서며 사태 악화에 대비했다. 정부는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 주재로 정유·해운업계, 한국석유공사와 함께 '원유 수급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업계와 실시간 소통체계를 구축해 수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기로 했다.문 차관은 "중동 정세 불안정이 상시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원유 도입선을 다변화하는 등 석유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흔들리지 않는 에너지 안보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빙현지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지금과 같이 긴장 고조와 완화가 반복되는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상시적 변동성과 원유 도입단가 상승을 전제로 해서 비축이나 도입선 관리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제언했다.정부는 향후 신설 기금을 통해 국가 비축유 물량을 확대하는 등 공급망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또한 국내 정유사들이 미국산 등 경질유를 처리할 수 있도록 정제 설비 전환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의 전면 재봉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과 이란의 대응에 따라 상황이 변할 수 있어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