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건전성 지킨 정책금융 … 부실은 공공부문에 집중코로나 정책대출 만기·고금리 겹쳐 장기 연체채권 급증대손상각·채무조정 손질, 부실 처리체계 전면개편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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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정부가 이달 중 장기 연체채권 관리 개선방안을 발표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정책금융기관이 떠안아 온 부실 처리 구조에 대대적 손질이 이뤄질 전망이다. 시중은행 연체율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됐지만 정책보증과 대위변제, 부실채권 이전 등을 통해 위험이 공공부문으로 이동하는 구조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발표에서 이달 중 금융 공공기관 연체채권 관리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표했다. 장기 연체채권 매각·소각을 확대하는 한편 자체 채무조정 기능을 강화해 연체채권 누증을 해소하는 것이 골자다.

    ◆ 은행 건전성 뒤에 쌓인 정책금융 부담 … 3년간 부실 14조 폭증

    정부가 연체채권 관리 체계 전면 개편에 나선 것은 정책금융기관이 흡수해 온 부실 규모가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커졌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공공기관이 보유한 개인금융부실채권 관리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주요 금융 공공기관 12곳이 보유한 개인금융 부실채권은 지난해 말 기준 44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요 금융기관에는 신보와 기보, 서금원과 주금공, 소진공과 중진공 등이 포함됐다. 채권액은 자산관리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10조원을 넘기며 가장 많았고, 지역신보(7.1조)에 이어 서금원(4.3조)과 소진공(3.1조)순으로 부실이 쌓였다.

    코로나19 당시 대규모로 공급된 정책대출과 보증부 대출의 만기가 본격적으로 돌아오면서 공공기관이 떠안는 부실채권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로 차주 상환능력이 악화된 영향도 겹쳤다. 개인금융부실채권액은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28조원에서 30.6조원으로 완만하게 늘어났지만, 이후 3년간 약 14조원 늘어났다.

    반면 시중은행 연체율은 공공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4대 시중은행 연체율은 0.32%~0.39%,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0.30%~0.37%로 나타난다. 금융당국의 건전성 관리 강화와 은행들의 적극적인 연체채권 정리 노력도 있었지만, 정책보증 대출의 대위변제와 장기 연체채권 정리 제도 등이 은행 건전성 관리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증부 대출이 부실화되면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이 은행에 먼저 보증금을 지급해 은행의 손실을 보전한다. 이후 해당 기관이 채권을 넘겨받아 채무자에 대한 회수 절차를 직접 진행한다. 장기간 회수가 어려운 연체채권도 캠코의 새출발기금 등을 통해 별도로 관리되면서 은행이 보유하던 신용위험의 상당 부분이 정책금융기관과 공공 부문에서 관리되는 구조다.

    ◆ 10년 넘은 '좀비 채권' 6조 … 배임·도덕적 해이 끊을 처방 나올까

    이 같은 구조는 은행권 건전성 지표를 방어하는 역할을 했지만, 반대로 정책금융기관에는 대위변제 채권과 장기 연체채권이 누적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동안 정책금융기관이 수행해 온 사후 처리 방식도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그동안 소진공과 서금원 등을 중심으로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신보·기보도 차주 상환능력 회복을 지원하는 제도를 확대해 왔다. 최근에는 대안 신용평가를 활용해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차주를 선별하고, 연체가 장기화되기 전에 채무를 재조정하는 방안도 추진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예방적 채무조정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정책금융기관마다 지원 대상과 심사 기준이 제각각인 데다, 상당수 제도가 연체 발생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사후 대응 성격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안신용평가는 실제 여신 심사와 채무조정 과정에서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었다.

    국책기관 특성상 정책 목적과 재무 건전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어 선제적인 채무 감면이나 적극적인 채무조정에는 제약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리한 원금 감면은 도덕적 해이 논란을 불러올 수 있고, 반대로 지원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운영하면 연체가 장기화돼 결국 더 큰 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는 분석이다. 5년~10년 미만 부실채권은 5.8조원(13.0%)이며, 10년 이상 부실채권도 6.2조원(13.9%) 규모에 이른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대책에 장기 연체채권의 대손상각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채권 소각 범위를 확대하는 실효성 있는 면책 제도가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관별로 분산된 채무조정 기능을 정비하는 한편 원금 감면 기준도 현실화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은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공공부문이 부실을 흡수하는 방식이 불가피했다면 이제는 구조 자체가 임계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대책은 단순히 장기 연체채권을 얼마나 정리하느냐보다 연체가 누적되는 정책금융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첫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