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화 결정에도, 주민들 "악취, 집값 하락" 꺼려… 님비현상 심화남동유수지에 멸종위기 저어새 번식… 市 후보지 선정 부적절 지적도
  • ▲ 남동유수지를 거니는 저어새 (자료사진) ⓒ 연합뉴스
    ▲ 남동유수지를 거니는 저어새 (자료사진) ⓒ 연합뉴스


    가동된지 20년이 넘어 수명을 다한 인천시 연수구 승기하수처리장 재건설에 대한 시의 대책 마련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다. 시가 뒷짐을 지는 사이 건설 후보지역 주민의 님비현상과 갈등은 심화하는 양상이다.

    1995년 조성된 연수구 동춘동의 승기하수처리장은 현재 연수구, 남동구, 남구 일대 생활하수를 처리하고 있다. 하루 27만5000여톤의 하수를 처리하는 승기하수처리장은 시설 노후화로 고장이 잦고 악취를 일으켜 민원의 대상이 돼왔다.

    시는 현 부지에서 처리장을 지하화하는 방안, 인근 남동 제1 유수지로 옮겨 조성하는 방안 등 두 가지를 놓고 골몰 중이다. 새 처리장은 양쪽 어디에서든 지하 시설로 들어서며 상부에는 공원 등 주민 편의 시설이 조성될 계획이다.

    시는 2015년부터 주민, 환경단체 간담회 등을 거쳐 이전부지 검토 등 방안 마련에 나섰지만 현재까지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28일 전성수 행정부시장 주재로 열린 승기하수처리장 관련 회의에서도 남동공단 폐수처리 대책 등을 논의했을 뿐 부지 이전, 주민 설득 과정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지하화 사업, 부지 결정 시기 등을 묻는 말에 시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현 부지에서 처리장을 지하화하기 위해서는 수십 년간 지속돼온 인근 연수구 주민들의 반대 민원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 남동 유수지로 이전할 경우 유수지 내 조성된 멸종위기 저어새의 서식지가 문제 된다.

    최근 주민과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남동구청이 시에서 인센티브를 받고 남동 유수지로의 처리장 이전을 동의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관련 민원이 폭주했다.

    강숙현 인천환경운동연합 처장은 "현재 남동 유수지에는 세계멸종위기종으로 정해진 저어새가 번식 중이다. 시에서도 해당 구역을 야생동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면서 "유수지 인근의 송도 습지 보호지역은 람사르 습지로 지정돼 있어 처리장 이전 시 국제적 망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처장은 "인천시가 남동유수지와 송도갯벌을 저어새 번식의 메카로 조성하겠다면서 한편으로는 저어새 주요 번식지를 훼손하는 승기하수처리장을 건설하겠다는 것은 모순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인천시는 환경부와의 협의를 거쳐 남동 1유수지를 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달인 10월에는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철새 보전을 통해 생태관광을 활성화 하고 생태 도시를 구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수년간 계속되는 민원에도 시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자 남동구로 이전을 주장하는 연수구 주민과 현 부지 지하화를 주장하는 남동구 주민 간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

    양 지역 주민 모두는 처리장을 지하화해도 악취, 주택 가격하락 등의 문제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남동 유수지 인근 주민 A씨는 "처리장이 지하화된다고 해도 악취 등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악취, 미관 등의 문제로 주택 가치 하락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처리장 인근 연수구 주민 B씨는 "지금껏 연수구 하수 처리장에서 남동구 하수까지 처리해 왔는데 처리장 이전에 무조건 반대만을 외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시 관계자는 "현 부지 유지와 이전 시 발생할 문제점을 모두 살펴가며 최적지를 고민하고 있다"면서 "남동구청에 이전을 명목으로 인센티브를 제시한 적 없으며 어느 곳으로 결정이 되더라도 악취, 미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설을 조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동구청 관계자는 "처리장 이전 문제는 시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어 시의 방침에 따르게 돼 있다"면서 "주민 민원을 반영한 의견 정도는 제시할 수 있으나 결정 권한은 없으며 인센티브와 관련해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