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품이 더 칼칼하고 얼큰한 맛 느껴져… 국물색도 더 붉고 진해농심 "동일한 레시피로 생산되지만 현지 원재료에 따라 다소 다를 수 있어… 세계 표준화 노력중"
  • ▲ 신라면 해외 수출 제품(좌)과 국내 내수용 제품. ⓒ김수경 기자
    ▲ 신라면 해외 수출 제품(좌)과 국내 내수용 제품. ⓒ김수경 기자


"국내 신라면과 해외 수출용 신라면은 정말로 맛이 다를까?" 


해외여행을 할 때 각국의 별미를 맛 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늦은 밤 숙소로 돌아와 끓여먹는 라면의 맛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궁극의 만족감을 선사한다.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라면 국물은 여행의 고단함을 달래주고 느끼한 속을 후련하게 풀어주는데. 해외에서 산 라면을 끓여먹을 때면 어딘가 모르게 2% 부족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맛톡톡>에서는 이같은 궁금증을 풀기 위해 국내 라면 시장 1등 제품인 농심 '신라면'의 국내용, 해외 수출용 제품을 동일한 조건에서 끓여 맛 봤다.

먼저 제품 봉투를 살펴보면 디자인은 거의 비슷하다. 해외 수출용 제품에는 이름과 성분 등이 영어로 표기돼 있는 것을 제외하면 국내 제품과 큰 차이가 없다.

뒷면에 적힌 성분표에도 국내 제품과 거의 비슷한 성분이 함유돼 있다. 국내 제품은 1회 제공량 1봉지 120g을 기준으로 표기됐지만 해외 수출 제품은 절반인 60g을 기준으로 적혀 있다. 중량은 총 120g으로 면 108g, 스프 10.5g, 후레이크 1.5g이며 국내용과 수출용이 동일하다. 

열량은 1봉지 기준 500kcal, 지방 16g, 탄수화물 79g, 당류 4g으로 동일하지만 나트륨은 한국 제품이 1790mg, 해외 제품은 1840mg으로 다소 높았다.  

  • ▲ 신라면 해외 수출 제품(좌)과 국내 내수용 제품. ⓒ김수경 기자
    ▲ 신라면 해외 수출 제품(좌)과 국내 내수용 제품. ⓒ김수경 기자

  • 제품을 개봉해보면 면과 함께 라면스프, 건더기스프가 각각 들어있다. 면이나 건더기 스프에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라면 스프는 한국 제품이 더 선명한 붉은색을 띄었다. 똑같은 조건하에 제품을 조리하기 위해 조리법에 적힌 대로 550ml의 물을 정량으로 넣고 라면을 끓였다. 

  • ▲ 신라면 해외 수출 제품(좌)과 국내 내수용 제품. ⓒ김수경 기자

  • 각각 끓인 신라면 해외 수출용(사진 좌측)과 국내 제품(사진 우측)을 흰색 그릇에 담아보니 육안상으로도 분명한 차이점이 느껴졌다. 국내 신라면이 해외 수출용에 비해 더욱 붉은 색을 띄고 있었고 기름도 더 많이 떠 있었다.

    익숙한 맛의 국내 신라면을 맛보자 매콤한 기운이 단번에 느껴졌다. 파와 고추, 고춧기름 등이 들어간 듯한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입안을 감싸 얼큰했다. 반면 해외 수출용 신라면은 칼칼한 느낌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구수한 육수 맛이 더 강해 다소 느끼하게 느껴졌다.

    국물맛도 국내 제품은 칼칼하고 얼큰한데 비해 해외 수출용은 매콤한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라면을 다 먹고 난 후에 빈 그릇을 보니 국내 신라면을 담은 쪽에 훨씬 더 많은 기름기가 남아 있었다. 

    해외에서 신라면을 먹으면서 2% 부족하다고 느껴졌던 부분이 바로 이 얼큰한 맛으로 추정된다. 기분 탓에 맛이 다른것 같았지만 실제 직접 끓여서 맛을 보니 확실히 두 제품에는 확연한 맛의 차이가 느껴졌다.

    동일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품과 해외 수출용 제품에 이같은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은 국내와 해외에서 모두 동일한 레시피로 생산되기 때문에 신라면의 맛은 전세계가 동일하다"면서도 "다만 고추나 버섯 등 현지 원료가 다르기 때문에 당시 원재료 상황에 따라 해외에서 생산되는 라면이 덜 맵거나 맛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지원료가 다르기 때문에 전세계 신라면의 맛을 표준화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며 "연구부서에 면, 스프, 별첨개발팀 등이 있는데 이들이 신라면 표준화를 위해 정기적으로 해외 원재료 분석도 하고 맛을 맞추는 등 신라면 표준레시피에 최대한 가깝게 조정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똑같은 레시피에 맞춰 생산하고 있지만 원재료를 현지에서 수급하다보니 현지 상황에 따라 제품 맛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해외에서 사 먹는 신라면의 맛이 어딘가 다르게 느껴졌던 것이 단지 기분 탓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농심 '신라면'은 현재 10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한국과 미국,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미국 생산분은 아메리카 대륙, 중국은 아시아, 국내는 그 외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으로 공급된다. '신라면' 가격은 1봉지 당 국내 830원, 해외에서는 1달러(한화 약 1129원) 선에 판매된다.

  • ▲ 짜파게티 해외 수출용 제품(좌), 짜파게티 국내 제품. ⓒ김수경 기자
    ▲ 짜파게티 해외 수출용 제품(좌), 짜파게티 국내 제품. ⓒ김수경 기자


  • *별첨
    신라면에 이어 짜파게티도 해외 수출용과 국내 제품을 동일한 조건으로 끓여 맛 봤다. 그러나 신라면과 달리 짜파게티는 유의미한 맛의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