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이번주 계약 해지 통보'중대 악화사유' 해석 분분"법리해석이 먼저… 보수적 접근"
  • ▲ ⓒ 아시아나항공
    ▲ ⓒ 아시아나항공
    10개월을 끌어온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국 무산될 전망이다. 아시아나는 채권단 산업은행 경영 체제가 유력하다. 거래 무산으로 인수자 HDC현대산업개발과 매각자 금호산업 간 이행보증금 소송도 예상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이번 주 중 HDC에 아시아나 매각 계약 해지를 통보한다. 관련 일정은 채권단 지침에 따라 조율될 전망이다. 해지는 11일 예정된 아시아나 기간산업 안정기금 심의 회의 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 파기 후에는 이행보증금 2500억원을 둔 소송전이 예측된다. 지난해 12월 HDC는 아시아나 SPA를 체결하며 금호산업에 계약금 2500억원을 지급했다. 현재 양측이 무산 귀책을 서로에게 돌리고 있는 만큼 보증금 반환을 둔 공방은 치열할 전망이다.

    통상 기업 인수합병(M&A) 계약서에는 인수자 보호를 위한 MAC(Material Adverse Change) 조항을 넣는다. ‘중대 악화 사유로 인한 변경’으로 해석되며, 매수인이 예측하지 못한 어려운 상황 발생 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HDC는 지난 6월 코로나19, 아시아나 우발부채 등을 ‘중대 악화 사유’로 시사한 바 있다. 당시 입장문에서 HDC는 “계약 체결 당시 예상할 수 없었던 중대한 부정적 영향과 인수 가치를 훼손하는 여러 상황들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금호산업은 HDC의 고의적인 거래 지연으로 반박할 전망이다. 딜 무산으로 구주 대금 3200억원 가량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 금호는 보증금 2500억원을 지켜야하는 처지다. 금호는 HDC의 거래 지연으로 인한 피해를 증명하는 자료를 주로 제시할 것으로 예측된다.
  • ▲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 뉴데일리경제
    ▲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 뉴데일리경제
    전문가는 HDC의 승산 가능성을 낮게 점친다. 법원이 관련 판례에서 MAC 조항을 매우 보수적으로 해석해왔다는 시각이다. 법원은 관련 사건에서 협상 의지와 성사 가능성 등을 따지는 ‘거래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

    코로나19 관련 기업 소송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한다. 현재 법조계 내부에서는 코로나19의 MAC 해석 가능성을 둔 의견차가 분분하다. 

    종식 시점과 이후 파급 효과를 가늠할 수 없어 현재로서는 명확한 판단이 어렵다는 시각이다. 양측 계약 내 ‘코로나19’로 해석될 수 있는 용어가 포함되어 있는지도 관건이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항공업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은 맞지만, 거래상 결정적 장애요인이었는지에 대한 법리해석이 먼저”라며 “판례가 많지 않은 데다 법원이 MAC 조항에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어 HDC 측 승산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계약 내 ‘코로나19’로 해석될 만한 용어가 포함되었는지도 관건”이라며 “항공업 특성을 고려해 ‘감염병’이라는 용어를 포함했을 수 있지만, 천재지변 등 통상적인 용어를 사용했을 때는 이를 해석하기 위한 다툼도 상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08년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하며 계약금으로 지급한 3150억원 중 1260억원을 반환받은 바 있다. 관련 소송에는 총 8년이 걸렸다. 당시 법원은 한쪽 과실을 인정한 것이 아닌 손실분배 차원에서 계약금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