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반군, 선박 공격 재개…드론도 출격물동량 증가 없는 운임상승에 불안감만↑불안 장기화 시 유가·물가상승 가능성 ‘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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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멘 반군의 공격으로 글로벌 해운사가 홍해 항로 대신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항로를 바꾸면서 해상운임이 급증하고 있다. 물동량 증가 없이 운임만 상승한 것으로, 해운사 실적 호재로 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치솟은 운임이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27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예멘 반군 후티는 26일(현지시간) 홍해에서 3차례 경고를 무시한 상업용 선박 ‘MSC 유나이트드호’를 겨냥해 미사일을 쏘고, 이스라엘 남부 항구 도시와 팔레스타인 점령지 내 군사시설을 겨냥해 여러 대의 드론을 출격시켰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홍해에서 자국을 향해 날아오는 공중 목표물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의 공격 재개로 중동지역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지난달 14일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최근까지 홍해 운항 선박을 나포하거나 공격했다. 이에 글로벌 해운사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항로인 ‘홍해~수에즈운하~지중해’ 루트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고 있다.

    HMM도 이달 15일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HMM 더블린호’에게 수에즈운하가 아닌 아프리카 희망봉 노선으로 우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선박은 지난달 27일 부산에서 출발해 아시아를 지나 수에즈운하를 거쳐 유럽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이후 현재까지 약 3척의 배가 희망봉으로 우회 중이다.

    HMM 관계자는 “모든 선원과 선박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이달 15일부터 수에즈를 통과하는 모든 선박을 아프리카 희망봉 쪽으로 우회하고 있다”며 “안전이 보장되면 수에즈 통항을 검토할 예정으로, 현재는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우회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2위 해운업체인 덴마크 머스크도 전날 다국적 연합군 출범에 따라 홍해 운항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후티 반군의 추가 공격으로 불안정세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해운사의 운항 재개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해운 운임 증가세도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올 들어 손익분기점인 1000선에서 등락을 나타내온 글로벌 컨테이너운임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22일 기준 전주보다 5.14% 오른 1254.99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25일 이후 13개월 만에 1200대를 돌파한 것으로 연중 최고치다.

    파나마운하 수위가 이상 가뭄으로 낮아져 선박 통행이 제한된 데 이어 예멘 반군의 공격으로 홍해 항로마저 막히며 운임이 급등했다. 파나마운하 이용제한으로 수에즈운하로 우회하던 선박에 기존 수에즈운하를 이용하던 선박까지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쏠린 형국이다. 희망봉을 지나는 우회로는 뱃길이 평균 5000㎞ 이상 길고, 소요시간은 7~8일 더 걸린다.

    업계에서는 해상운임 상승세가 얼마나 계속될지 불분명하고, 물동량 증가가 동반된 운임상승이 아니어서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만 운임상승 부담이 국제유가와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변수로 지목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에는 물동량 증가에 따른 해상운임이 급증했고, 여기에 임시선박 투입 등 선복량 공급이 뒷받침돼 해운사 실적이 좋았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우회만 할 뿐 물량이 늘어난 게 아니며, 불안정한 요소로 단기적 운임 변동이 생긴 것으로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예멘 반군의 선박 공격 재개로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2.73%(2.01달러) 오른 배럴당 75.57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달 30일 이후 최고치며, 주간으로도 3% 상승해 지난 10월 이후 최고 상승 폭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