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적자전환·GC녹십자 영업이익 57% ↓SK바이오사이언스, 미래 성장 위한 투자 지속 위해 적자 감내GC녹십자, 美 향하는 '알리글로'·CMO사업에 기대
  • ▲ SK바이오사이언스 L하우스(왼쪽)와 GC녹십자 사옥.ⓒ각사
    ▲ SK바이오사이언스 L하우스(왼쪽)와 GC녹십자 사옥.ⓒ각사
    국내 대표 백신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와 GC녹십자가 고민이 깊어졌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전환함에 따라 실적 부진 늪에 빠져서다. 양사 모두 올해 실적 반등을 노리지만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12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전년 115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적자전환한 것이다.

    연구개발(RD&)비가 45.2% 늘어난 것을 포함해 지난해 사용한 판관비는 1542억원으로 전년 대비 23.8% 증가한 점이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엔데믹 전환으로 국내 개발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의 매출이 전혀 나오지 못한 데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매출이 급감한 것이 적자전환 원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내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 공급 재개,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대응 변이주 대응 코로나19 백신 공급 시작,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 판매 호조 등도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영향을 넘기에는 부족했던 셈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스카이셀플루의 글로벌 진출 지역을 기존 태국에서 아프리카와 남미, 중동 지역으로 확대해 독감 백신 매출을 늘리고 스카이조스터의 국내 판매도 확대할 계획이다. GSK의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 보다 스카이조스터 접종자 수는 많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싱그릭스 약 50만원, 스카이조스터 약 30만원) 탓에 수익 확대가 제한될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향후 2~3년을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시기로 보고 기반 다지기에 집중할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8.7%에 불과하고 순현금 1조2700억원을 보유하고 있어 투자여력이 충분하다는 게 SK바이오사이언스 측 설명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매년 R&D 투자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매출 대비 R&D 비중은 2021년 10.7%, 2022년 24.7%, 2023년 31.7%로 2년 새 3배 이상 커졌으며 투자액수도 20221년 996억원에서 2023년 1173억원으로 17.8% 늘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범용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Pan-Sarbeco)의 임상 시험 진입, 폐렴구균 백신 후보물질(PCV21)의 글로벌 임상 3상 시험, mRNA 기반 일본뇌염 바이러스 백신 임상 시험 진입 등을 통해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4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3년을 집중 투자기간으로 보고 있는데 이 기간 적자가 이어질 수 있겠지만 이 기간이 지나면 과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 GC녹십자, 美 혈액제제 시장 진출·CMO사업 '실적 반등 키'

    GC녹십자도 엔데믹 영향에 크게 휘청였다. 지난해 영업이익 344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보다 57.6% 감소했다. 영업이익 감소폭이 매출 감소분 4.9%의 10배가 넘는다는 점에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셈이다.

    수입혈장의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율이 높아졌고 혈액 응고질환 등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R&D 투자를 늘린 영향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여기에 지난해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 독감백신 시장에 재진입하며 공공시장 조달은 물론 민간시장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졌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의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며 고수익을 내는 희귀질환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의 수출이 부진했던 점도 실적 부진 요인으로 꼽힌다.

    GC녹십자는 하반기 미국 시장에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알리글로’를 출시하고 의약품 CMO 사업을 본격 시작하는 것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시장은 2022년 기준 85억달러(11조3000억원) 규모인데 시장참여자는 GC녹십자를 포함해 7곳 정도에 불과하다. GC녹십자는 미국 현지법인 GC바이오파마USA를 통해 알리글로를 직접 판매(직판)할 예정이다.

    GC녹십자는 지난해 11월 유바이오로직스와 콜레라 백신 ‘유비콜’ 완제품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은 CMO 사업도 본격 확대할 방침이다.

    올 상반기부터 유니세프에 유비콜을 공급할 예정인데 2026년까지 1500만도즈를 생산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유바이오로직스가 자체 생산역량을 갖출 때까지 한시적으로 협력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GC녹십자로서는 CMO 사업에 필요한 트랙레코드를 쌓을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의약품 종류, 설비에 따라 통합완제관의 최대 생산케파는 달라질 수 있는데 연간 최대 10억도즈 분량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전남 화순 백신공장에 구축한 mRNA 생산시설도 본격 가동해 CMO 계약 수주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 자체 개발 중인 mRNA 기반 독감백신의 임상시험 진입을 노리고 있는데 임상시험용 의약품 생산을 시작으로 CMO 사업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신규사업 확대를 통해 올해 매출이 한 자릿수 중반대 성장할 것이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