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23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국정홍보처가 꾸리는 국정브리핑은 세계 언론사상 유례없는 실험을 하고 있다. 국정브리핑은 자체 취재 편집 직원을 두고 보도와 논평, 그리고 이슈 제기를 한다. 정부 정책에 대해 배경을 설명하고 홍보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논평가의 역할까지 자임한 것이다. 영화감독이 자신의 작품에 대한 평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직접 평론을 하겠다고 나선 격이다.

    국정브리핑에 게재되는 칼럼은 차분하게 국정 현안을 설명하기보다는 비판 언론을 공격하는 내용이 많다. 국정브리핑은 ‘언론사 의제(어젠다) 독점의 시대는 갔다’며 언론이 의제 설정을 독점한 것처럼 몰아붙였다. 국가적 의제는 정부 언론 시민사회가 함께 설정해 나간다. 어느 한쪽이 독점할 수는 없다. 의제 설정에서 정부 언론사 시민사회의 역할은 각기 다르다. 정부가 언론과 시민단체의 기능을 하려고 해서도 안 되고 언론이 정부의 기능을 대신할 수도 없다.

    국정브리핑과 청와대브리핑은 합동으로 ‘부동산 이제 생각을 바꿉시다’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언론이 갈팡질팡해 온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세금 폭탄을 비판하자 국정브리핑은 ‘보수 언론들 부동산 거품을 먹고 사나’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언론을 공격했다. 김병준 대통령정책실장은 주요 신문이 광고 때문에 부동산 경기를 띄운다고 주장했다. 이 정부의 언론 탓과 뒤집어씌우기는 불치병 같다.

    관료나 국정브리핑이 제시한 통계에는 왜곡이 많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서울 강남 3구(區)의 집값이 도시 근로자 연간 수입의 18.9배에 이르러 거품이라고 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도시근로자 연평균 소득 3901만 원을 강남 3구의 33평형 집값과 비교한 수치이다. 강남 버블을 분석하려면 강남 주민의 소득을 비교치로 삼아야 하는데 전국 표본조사에 나온 평균소득으로 비교했다. 부동산은 지역마다 시장이 다른데도 무조건 버블로 때려잡기 위해 통계 왜곡을 서슴지 않은 것이다.

    국정브리핑은 스스로를 ‘국민과 소통하기 위한 관영 대안매체’라고 주장했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잘못된 정책을 호도하는 자화자찬의 도구이고 언론의 비판을 틀어막는 공격의 수단일 뿐이다. 이 정권의 국정홍보 실험은 언론과의 갈등을 확산하고 국민의 스트레스를 키우면서 실패한 실험이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