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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0일자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KBS가 현충일에 중국 마오쩌둥의 대장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마오쩌둥은 6·25전쟁에서 북한군의 패색이 짙어지자 중공군을 대규모로 투입해 우리의 통일 기회를 무산시키고 수많은 전쟁 희생자를 만든 장본인이다. 왜 하필이면 순국선열을 기리는 날에 ‘전쟁 가해자’ 마오쩌둥의 다큐멘터리를 내보냈는가. KBS가 어떤 역사 인식과 이념적 지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는지를 거듭 묻게 한다.
KBS 담당 팀장은 “날짜를 고려하지 못한 실수”라고 했다지만 수긍하기 어렵다. 2004년 북한 혁명가인 ‘적기가(赤旗歌)’를 내보내 사과했을 때도 “담당자가 ‘적기가’인지 몰랐다”고 했다. 2003년 다큐멘터리 ‘인물현대사’의 편향적 인물 선정에 대한 비판이 거셌을 때도 정연주 사장은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올해 2월 베네수엘라의 좌파 대통령 우고 차베스를 다룬 특집이 그의 부정적 측면을 의도적으로 비켜 간 편향 방송이라는 지적이 나왔을 때도 담당 PD는 오히려 “문제없다”고 맞받았다.
요즘 방영 중인 드라마 ‘서울 1945년’도 논란을 빚고 있다. 어제 이승만 전 대통령과 장택상 전 수도경찰청장의 유족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 드라마가 대한민국 건국 과정을 폄훼하고 좌편향적 시각에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유족들이 정면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런 방송 사례들을 우연한 실수의 연속으로 볼 수는 없다.
마오쩌둥 다큐멘터리가 나가던 날, 노무현 대통령은 국립묘지에서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평소의 지론인 ‘부끄러운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발언을 반복했다. 다시는 불행한 역사,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게 요지였다. 피로써 나라를 지킨 선열들 앞에서 ‘부끄러운 역사’를 강조한 대통령이다. ‘국민의 방송’이라는 KBS가 번번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깎아내리는 것도 노 정권 ‘이념 코드’에 사로잡힌 탓 아닌가.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