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데일리는 자유주의연대가 발간한 <권력 저널리즘의 꽃, '코드방송 괴물 포털'>을 연재합니다. 3부 '코드 저널리즘-권력의 공영방송 간접통제'입니다.
     
    “KBS는 간부일 경우에는 눈치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조직이 방대하기 때문에 일선 제작자는 사후에 칭찬을 들을 수는 있겠지만 사전에 최고 인사권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구조는 없다. 인사권자와 사전에 접촉하는 것도 사실은 금기시된다.…… 지금 KBS에서는 제작과 관련해서 사장이 발언만 하면 문제가 되는 구조이다. 현재 KBS에서는 오히려 내부 또는 내부를 가장한 외부의 압력이 아주 금기시되는 것으로 정착되고 있고 그런 합의가 형성되고 있다.” - KBS PD 갑

    현재 유신이나 5공식의 정보기관 상주방식이나 제작지시, 보도(선거)지침과 같은 직접적인 언론통제는 없으며 불가능하다. 노동조합 등 강력한 내부 견제세력이 존재하며 국민 전반적으로 민주주의 의식이 고양되어 직접적인 언론 통제를 할 경우 오히려 고립을 자초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방송노조의 역사적 역할은 분명히 평가되어야 하며 현재와 미래에서도 노조의 순기능은 존재한다. 기자나 PD 개인들의 의식도 매우 향상되어 과거와 같은 간섭과 통제를 참고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2004년 탄핵 정국 등에서 부분적인 취재지침을 내렸을 가능성은 있다.청와대에서나 문화관광부 등의 부탁이나 지시를 그들에 의해 선택된 사장들이 이를 거부하거나 무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인다. 따라서 그 사장들이 어떤 의견을 낼 경우 그에 의해 발탁된 간부들이 이를 거역하는 것 역시 어렵다. 간부의 지시를 기자 등이 막무가내로 거부하기는 어려우며, 간부의 지시가 자신의 생각(이념코드)과 맞을 때 적극적으로 그 지시를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

    <사례>“탄핵 정국 때 그랬다고 합니다. ‘중계차와 ENG 카메라는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만한 곳으로 나가라’고 지시를 했다는 겁니다. 지역총국의 편성제작국장 몇 명이 ‘그렇게 하면 균형이 깨지고 공정성 시비가 있을 텐데, 좀 어렵지 않나요?’라며 수동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해요. 그러자 ‘여론조사 3:7이니 찬성 3, 반대 7 비율로 하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 윗선도 그렇게 생각한다. 걱정마라’ 이렇게 독려했다고 그러더군요. 그 제작지침을 받은 사람도 탄핵에 대해 심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으니 함께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뚜렷하지 않지만 당시의 엄청난 편파보도를 보고, 현재 경향을 보면 그랬을 가능성이 더 많다고들 하지요"-KBS 모PD 

    ◆대통령이 임명하는 사장 공영방송인 KBS와 MBC의 사장은 실질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KBS는 이사회에서 제청해서 대통령이 임명하고, MBC는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사장을 임명한 후 주주총회에서 승인하는 구조이다. 물론 문화방송의 최대주주는 정부이다. KBS 이사회나 방문진 이사들은 방송위원회를 통해 임명된다. 방송위원회는 대통령 추천 1/3과 국회의 추천 2/3를 통해 구성되는데, 국회의 경우 여당과 야당이 대체로 절반씩 이사를 추천하니 결국 집권세력의 뜻을 반영하여 구성되게 된다. 이 기구에 의해 KBS 이사회와 MBC 방문진이 구성되니 결국 정부가 주도하는 의사결정구조가 창출되게 되는 것이다. 결국 공영방송 사장은 사실상 대통령이 임명하고, 이 사장이 공영방송 내에서 인사권을 통해 편파방송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KBS 이사회의 구성을 보면 그 실체가 분명해진다. KBS 이사 11명 중 김금수 이사장(한국 노동사회연구소 명예이사장, 노사정위 위원장)과 이기욱 이사(민변 부회장,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 부위원장), 이춘발(지역신문발전위 위원장), 조상기(전 한겨레신문 편집국장), 신태섭(민언련 공동대표), 남인순(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등 6명은 뚜렷하게 친정부적 성향을 드러낸다. 반면 4명은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 이춘호 이사를 포함하여 참여정부와 분명하게 차이가 나는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나머지 1명은 (재)시민방송 감사이자 한미회계법인의 공인회계사이니 친정부적 성향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이 같은 이사회에서 대통령에게 추천할 사장후보가 친정부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MBC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회 구성도 그 편파성이 뚜렷하다. 이사장 이옥경은 내일신문 편집국장 출신이며 대통합민주신당 이미경 의원의 친언니이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이수호, 전 한겨레신문 전무 조영호, 오마이뉴스 논설위원이자 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차병직, 언론노련 쟁의대책국장 출신의 옥시찬 등 9명이다. 최문순 노조위원장을 MBC의 사장으로 임명하는 과정에서 이수호 이사와 이옥경 이사장이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한다. 실제 이사가 사장 취임식에 참여하지 않아 왔던 전례를 깨고 이수호 이사는 최문순 사장 취임식에 등장하기도 했다.

    ◆인사권의 행사 “물론 회사 내의 인사권자에 줄서기를 통해서 코드를 맞추는 경우도 있다. KBS의 경우는 간부일 경우는 눈치를 볼 수 있다. 일선 제작자는…… 인사권자와 사전에 접촉하는 것이 금기시된다.” - KBS PD 갑

    “KBS는 그런 내부 문화(BBC에 있는 독특한 사내문화)가 없기 때문에 사장이 어떤 사람이 오느냐에 따라서 확확 바뀐다. 팀장과 본부장을 누구를 시키느냐 따라서 크게 보도 방침이 바뀐다. 어느 라인이 주요 자리를 앉느냐에 따라 보도 방침도 크게 달라진다. 편파방송이라고 하는 것을 백업해 주는 것은 사실 가장 중요한 인사권이다. 때문에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또 KBS의 보도 방향이 달라질 것이다.…… 옛날처럼 좋은 짓이든, 나쁜 짓이든 방송에 대한 직접 지침이나 지시가 있으면 바로 반발이 생긴다. KBS는 권력이 방송을 직접통제하려고 나서면 엄청나게 반발할 것이다. 하지만 현상적으로는 인사권을 통해 권력의 간접통제를 받는 것이 사실이다.” - KBS 보도국 모 기자

    PD와 보도기자의 발언에는 차이가 있다. PD의 경우 상층 간부들만이 인사권자의 영향하에 있다고 말하는 반면 보도기자의 경우는 팀장이나 본부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말하고 있다. 기자와 PD 업무는 상호 특성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것이 위와 같은 차이를 노정한 것으로 보인다. 보도기자들은 정확성과 합리성에 기초하여 짧은 스트레이트 기사를 생산한다. 반면 PD들은 창의성과 자율성에 기초하여 기획 프로그램을 만들어 낸다. 기자는 원고 작성 후 그림을 입힌다면 PD는 주제설정과 그림 작성 후 원고를 만들기 때문에 PD들이 훨씬 이념적 경향을 강하게 띠고 간부들의 영향이나 통제를 덜 받게 되었을 것이다. 대체로 최고 인사권자가 핵심 요직에 자신과 코드가 맞는 사람을 임명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간부들은 최고 인사권자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공개적으로 정연주 사장의 제작 관여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던 박복용 PD가 스페셜팀에서 환경정보팀으로 좌천되었던 사례는 이러한 경향을 증명한다고 하겠다. 

    보도기자들은 상급간부의 영향을 좀 더 강하게 받고 있고, PD들은 상대적으로 자율적이지만 완전히 독립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신의 상급간부이든 아니면 최고 인사권자이든 자신이 생산한 프로그램이 누군가에게는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지속적으로 방송을 제작할 수 있고, 진급 등 이후 개인의 진로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MBC는 최문순 사장 취임이후 지역 사장을 거의 교체했는데 노조의 눈 밖에 난 사람들은 취임될 수 없었으며, 그렇게 해서 취임한 사장들이 노조의 뜻에 거슬러 행동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권력은 이같이 인사권을 통해 코드가 맞는 노조저널리스트를 전진 배치하고 이들의 활동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편파방송을 유도했다고 판단한다.

    ◆코드방송의 기반을 구축한 정연주 사장 KBS의 정연주 사장은 제도개편, 즉 팀제 개편을 통해 코드방송의 기반을 구축하였다. 종래의 5단계 체제(평직원⟶차장⟶부장⟶국장⟶본부장)를 3단계 체제(팀원⟶팀장⟶본부장)로 전환했고, 이 과정에서 차장 이상 간부직위 1,121개를 175개로 대폭 축소하였다. ‘간부들의 옷을 벗겨 평팀원으로 돌려보내는 방식’이 마치 중국의 ‘문화대혁명’과 유사하다. 정 사장은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은 누구나 각 부서의 사령탑인 팀장’으로 보임할 수 있게 했다. 코드가 맞는 젊은 제작자들을 프로그램 책임자에 임명할 수 있는 제도 변화를 통해 정연주 사장은 코드 방송을 진행할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취임 1년 3개월 동안 소요 연한을 채우지 못한 부장급을 국장급으로 무려 20명이나 특별 승격시켰는데, 이는 홍두표 사장 재임시절 5년 동안의 1명, 박권상 사장 재임 5년 동안의 5명에 비하면 비약적인 숫자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정연주 사장의 팀제 개편에 따라 차장, 부장, 국장으로 이어지는 자체 검증-검열기능(게이트키핑)이 상실되었다는 점이다. 팀당 60~100명 규모이며 많을 경우 100명을 넘어서는 규모로 사실상 팀장이 팀원들의 프로그램에 대해 게이트키핑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 또한 자율과 책임의 강조, 상향식 평가제도 도입 등으로 팀장의 게이트키핑 기능은 매우 약화되었다. 이로 인해 저질스럽거나 이념적으로 심각한 편향성을 노정하는 방송이 전개되었다.

    Q. “강동순 씨 책에 보면 어떤 PD가 방송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주의, 주장을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하자 팀장이 반대했고, 그러자 일선 PD가 자신이 책임진다며 오히려 팀장에게 팀제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고 따졌다던데요?” - 필자

    A. “저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얘기는 조직구조가 팀제로 개편되고 KBS가 혼란스러울 때 떠돌았죠. 이념성이 강하고 당찬 PD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었죠.” - KBS PD 을

    <기타 사례>
    * 생방송 <시사투나잇> : 한나라당 박 전 대표와 전재희 의원에 대한 누드 패러디
    *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 며느리가 시아버지의 아이를 임신한다는 내용
    * <미디어포커스> : 이라크 파병반대 애니메이션에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적기가’
    * <한국사회를 말한다> : ‘돌아온 망명객’과 ‘경계인 송두율’ 등에서 조선노동당원 송두율 씨를 옹호 

    저자소개
    최홍재
    1968년 전남 나주에서 출생.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으며, 고려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조통위원장 대행, 한총련 조통위 정책실장을 역임했다. 현재 자유주의연대 조직위원장과 뉴라이트은평연대 대표로 활동 중이다.

    김배균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했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민중연대사업부장을 지냈으며 현재 정치웹진 뉴라이트폴리젠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