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22일 사설 'KBS, 정연주 방송인가 국민 방송인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감사원은 어제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를 열고 KBS를 상대로 특별감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국민행동본부와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시민단체가 제출한 국민감사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KBS는 2003년 12월부터 2004년 4월까지 국회의 요청에 따라 특별감사를 받은 바 있다. 4년 만에, 이번에는 시민단체의 요구로 다시 감사 대상에 올랐으니 명색이 공영방송으로서 수치스러운 일이다. 

    시민단체들은 “KBS가 정연주 사장 취임 이후 5년 동안 1500억 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으므로 그 원인에 대한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평균 1년에 한 명꼴이던 특별 승진자가 2003, 2004년에는 20명으로 급증했고 징계 중인 PD까지 승격시키는 등 인사권이 남용됐다”고 지적했다. 공기업이면서 언론기관인 KBS에 대한 감사가 정권교체 시점에 이뤄져 ‘표적 감사’ 논란이 일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감사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KBS의 방만 경영을 더는 좌시해선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엄정하고 중립적인 잣대로 KBS 운영 전반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투명한 감사를 통해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감사가 아님을 국민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감사원은 지난번 감사 때 지적된 예비비의 직원성과급 전용과 비효율적 조직 운영 같은 고질적 문제들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따져야 한다. 이번 감사에선 일단 제외됐지만 편파방송 의혹과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방송이 되풀이되는 근본 이유에 대해서도 국민은 알고 싶어 한다. 

    노무현 정권이 임명한 정 사장에 대한 퇴진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정 사장은 국민이 내는 수신료를 받고 상업광고까지 하면서도 적자를 키운 책임이 크다. KBS 노조 조합원 70%가 ‘정 사장 퇴진과 낙하산 사장 반대’를 요구하고 있다. KBS 이사회는 정 사장의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 사장은 볼썽사나운 ‘농성(籠城)’을 그만두고 사퇴하는 것이 옳다. 이번에야말로 무너진 공영방송의 기틀을 다시 쌓는 계기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