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0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MBC PD수첩의 광우병 과장·왜곡 보도 경위가 잇따라 드러나고 이에 따라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자 PD수첩 책임프로듀서, 기획·대외·보도·홍보 등 MBC 핵심 팀장들과 변호사가 모여 지난 6월 27일부터 7월 1일까지 네 차례 걸쳐 'PD수첩 상황실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 보고서가 공개됐다.

    27일 첫 회의는 PD수첩의 번역자가 "제작진이 어떤 의도와 목적에 따라 주저앉는 소를 광우병과 연결시키고 젊은 흑인 여성 사인(死因)이 인간광우병인 것처럼 보도했다"고 증언한 지 이틀 만에 소집됐다. 대책팀은 이 자리에서 "잘못 인정이나 사과는 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시간을 끄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대응 기조부터 정했다.

    29일 2차 회의에선 "PD수첩 내용에 실수가 있었다고 인정하는 순간, MBC에 대한 실망과 공격이 이어질 수 있다" "PD수첩 내용에 대한 (사내) 심의에 착수하는 것 자체가 보도가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우리 패를 먼저 보여주기보다 검찰의 패를 보고 난 후에 대응하자"면서 "오역(誤譯) 등의 문제를 발표하지 말자"고 중간결론을 냈다.

    30일 3차 회의에선 방송통신심의위가 PD수첩 제재 문제를 심의하기로 한 것과 관련, "PD연합회 등 직능단체나 언론노조가 나서는 것이 (반대 활동에) 더 낫다" "방통위 심의 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여 피케팅을 하는가가 심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했다. "검찰 수사에 대비해 실전을 방불케 하는 시뮬레이션이 있어야 한다"며 제작진 소환과 컴퓨터 압수수색에 대비한 대책도 논의됐다.

    MBC PD수첩은 지난 4월 29일 광우병에 대한 아무런 상식도 없는 국민들을 향해 주저앉는 소를 전기충격기와 물대포를 쏴서 일으켜 세워 지게차로 밀어붙이는 잔인한 화면(畵面)을 연속해서 던졌다. 그리고 의도적 오역(誤譯)을 통해 MBC가 인간광우병 환자로 '제조'했던 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가 딸의 장례식 후 딸이 입던 옷가지 등을 쓰다듬으며 흐느끼는 비극적 장면을 모자이크해서 보여주었다. 그것도 부족해 산송장과 같은 처참한 인간광우병 환자의 모습을 담은 화면이란 달군 인두로 시청자의 마음을 또 한번 지졌다. PD수첩 앵커의 등 너머엔 "목숨을 걸고 광우병 쇠고기를 먹어야 합니까"라는 캡션까지 걸어놓았다. PD수첩은 "이래도 흥분하지 않을 거요"라며 순진한 어린 학생과 그 아이들의 어머니와 그 집안의 가장들을 촛불시위로 불러냈다. 광우병의 촛불은 그 이후 두 달 동안 대한민국을 불태웠다. 그러나 주저앉는 소를 광우병이라고 한 것도, 미국인 여성을 인간광우병이라 한 것도 모두 의도적 '날조' '왜곡' '과장'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런 짓을 벌인 PD수첩은 양심(良心)의 흔적이라곤 범죄집단의 대책회의보다 찾아보기 어려운 이런 대책회의를 벌이고 MBC 노조는 시위 현장에서 'PD수첩을 지켜달라'는 유인물을 뿌렸다. 검찰이 PD수첩을 심판할 일이 아니다. PD수첩에 농락된 국민들이 PD수첩을 심판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