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미디어법 저격수'로 통하는 최문순 의원(민주당, 비례대표)이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미디어법 개정과 관련 쏟아낸 발언들이다. 그러나 최 의원이 MBC 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07년 "언론을 상업적으로 만들고 언론을 돈벌이로 보는" 방송 스캔들이 발생했음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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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
MBC 아침드라마 '그래도 좋아'에 대한 MBC, 제이투픽처스(외주제작사), MBC프로덕션 간 3자 이면계약서(2007년 10월 1일 체결)에 따르면 MBC는 제작에 참여하지도 않은 외주제작사를 공동제작자로 올려주는 대가로 4억원을 해당 외주제작사로부터 받았으며, 그 비용은 외주제작사가 협찬광고를 끌어와 회수하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법시행령 제60조 '협찬 고지' 규정에 따라 지상파 방송사 및 해당 자회사가 아닌 외주제작사만 협찬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있는 것을 도리어 상업적으로 악용한 것이다.
동 계약서에 따르면 MBC가 지급하는 제작비는 제이투픽처스를 거쳐 100% MBC프로덕션으로 넘어가도록 되어있으며, PPL(Product Placement, 상표 노출 협찬) 위반으로 물게 되는 벌금 등 책임은 제이투픽처스가 지도록 되어있다. 뿐만 아니라 저작권 등 드라마에 대한 권리는 모두 MBC에 귀속되도록 명기되어 있다. 사실상 '노예 계약'에 비견될 정도로 제작사 측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이다.
이같은 MBC 측의 횡포에 따라 외주제작사 제이투픽처스는 MBC 측에 지급한 4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억8000만원 상당의 협찬을 받는데 그쳤으며,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제작사 대표 김모씨는 41세의 젊은 나이에 갑작스레 간암으로 숨졌다. 제작사 대표가 사망하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은 일제히 투자금 회수에 들어갔으며, 이로인해 제이투픽처스는 2007년 12월 파산했으며 총 138회 방송분 중 73회분까지 촬영을 마친 상황에서 해당 계약은 파기되었고, EM미디어가 새로운 외주제작사로서 74회 방송분부터 투입되었다.
이처럼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서 대단히 심각한 상황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드라마 방송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왜냐하면 드라마 '그래도 좋아'의 연출, 캐스팅, 스태프 구성 등 실제 제작을 모두 MBC 자회사인 MBC 프로덕션이 맡았기 때문이다.
MBC가 이처럼 거대 미디어로서 횡포를 부릴 수 있었던 이면에는 독과점에 따른 영향력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류 붐으로 인해 방송 제작에 거액의 자금이 몰림으로써 2007년 기준 850개가 넘는 방송프로그램 제작사가 운영되고 있으나 '김종학 프로덕션', '올리브나인' 등 극소수의 제작사가 총공급의 80%를 차지하는 가운데 최근 5년간 단 한건도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못한 군소 제작사가 전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문제의 중심에 있는 제이투픽처스도 설립 5년이 넘도록 자체 기획물을 단 하나도 제작하지 못했으며, 사업 부진에 따른 투자자들의 독촉과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MBC 측이 제안해온 '치명적 유혹'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제작 환경이 어려워진데에는 톱스타들의 지나치게 높은 몸값도 한 몫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방송재벌의 영향력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몇몇 대형 제작사들이 정상급 작가들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 제작사들이 내세울 수 있는 차별성은 거액 개런티를 내세워 톱스타들을 기용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며 "실제로 톱스타를 기용하지 않으면 방송사들이 프로그램 편성을 해주지 않는다"며 방송사의 책임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방송 관계자는 "과당 경쟁으로 톱스타 출연료를 높이는 건 외주제작사들"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결국 거대 미디어로서의 영향력을 앞세워 외주제작사에게 일방적으로 고통을 전가시키고 있는 방송사가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와같은 문제의 중심에 현행 방송법이 놓여있다. 실제로 지난 2007년 이 문제가 표면화되었을 때에 MBC, SBS 등 방송사 측은 "불합리한 방송 관련 정책과 규제가 이 같은 편법을 낳았다"며 방송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당시 MBC 사장으로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최문순 의원이 현행 방송법을 사수하는 데에 있어서 최선봉에 서있다는 사실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거대 방송으로서의 기득권 사수에 그토록 푹 빠져있는 것일까?
방송통신위원회의 '늑장 대응'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문제가 표면화된 것이 2008년 1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6월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측이 '협찬고지 위반에 대한 법적조치 요청서'를 접수시킬 때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했으며, 그 후 9개월이 경과한 지금까지도 어떠한 제재나 징계 조치를 내리지 않고 있다. 미디어법 개정에 '올인'하다 보니 정작 현행 방송법 운용 및 감시에 소홀해진 격이다.
MBC 노조 및 최문순 의원은 현행 방송법을 사수해야 하는 이유가 '언론의 자유' 및 '거대재벌 언론 탄생에 따른 미디어 독과점 방지'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현행 방송법으로 인해 MBC 등 거대 미디어 재벌이 외주제작사 및 해당회사 종업원들에게 사실상의 '노예계약'을 강요해왔음이 드러났다. 이와같은 상황에서 현행 방송법을 사수하겠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결국 거대 미디어로서의 막강한 기득권을 사수하겠다는 것이며 '언론의 자유'는 이를 감추기 위한 교묘한 속임수에 불과하다.
이것이 방송법 개정에 반대하는 MBC의 '진짜 이유'는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