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은행의 부실자산 정리를 위해 민관 공동펀드를 통해 최대 1조달러까지 부실자산을 매입키로 하면서 금융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유력한 경제 전문가들이 경제나 금융시장 전망에 잇따라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24일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미 정부의 부실자산 정리계획이 충분치 않다면서 경제 및 금융위기가 더 깊어져 미 정부가 결국 대형 은행들을 국유화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전부터 금융시장 회복을 위해서는 은행 국유화를 통해 부실자산을 청산하는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크루그먼은 민관 공동으로 부실자산을 1조달러까지 매입한다고 해도 이것이 은행이 회생할 수 있기에 충분할 정도로 부실자산 가격이 매겨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이번 계획이 납세자에게도 매우 안좋은 거래라며 납세자 부담만 키울 가능성이 있음을 우려했다.

    크루그먼은 또 미국 경제는 올해 말까지도 안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미국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 위원인 마틴 펠트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도 이날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경기침체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정부의 부실자산 인수계획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펠드스타인은 경기침체가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올해 말에 끝날 것이라는 예측은 너무 낙관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경기부양책도 소비지출 위축에 따른 하강압력을 떨쳐낼 정도로 충분치 않다며 어느 시점에서는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추가적인 경기부양책 제안에 의회가 어떻게 반응할지 불확실하지만 7천870억달러에 달하는 기존의 경기부양책 규모는 돼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부실자산 인수계획이 상당한 양의 부실자산을 매입할 기회가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은행이 다시 대출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하면서도 1조달러가 은행이 대출에 나서는 것을 확신할 수 있게 할 정도로 충분할지 여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의 경제지표가 예상보다는 나쁘지 않고 금융시장의 혼란도 어느 정도 진정되고는 있지만 전문가들이 이런 견해를 내놓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의 심각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작년 4.4분기에 6.2% 감소해 1982년 이후 최대로 줄었다. 올해 1분기 GDP도 블룸버그가 전문가들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5.2%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2월에 실업률이 8.1%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고용시장 악화도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뉴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