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2분기에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고 재고조정 상황이 나아지면서 일시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3분기 때는 성장의 모멘텀이 떨어지면서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본격적인 경기회복은 내년에나 가서야 가능하며 꽁꽁 얼어붙은 고용시장까지 해빙기를 맞으려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기업 구조조정, 세계 경제의 더딘 회복, 가계.중소기업 대출 부실 가능성, 유럽발 금융불안 가능성 등은 우리 경제가 완전히 회복 궤도에 오르는데 복병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분기 전기比 성장률 0.5∼2%"

    9일 예측기관들에 따르면 올해 2분기의 전기대비 성장률은 낮게는 0.5%에서, 높게는 2%대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성장률은 작년 4분기 -5.1%, 올해 0.1%에 비하면 개선 추세에 있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의 오문석 실장은 "세계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고 재고가 굉장히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면서 "2분기에는 주문이 늘면서 경기가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2분기에 2%대 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봤다. 다만, 가계나 기업의 실질적인 수요가 살아나 생산이 증가하기보다 앞으로 수요에 대비하려는 주문이 늘면서 일시적으로 경제 활동이 반등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금융연구원의 장민 거시경제연구실장은 2분기 성장률을 0.5% 안팎으로 제시한 뒤 "경제가 빠른 속도로 나아지지는 않겠지만 예상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회복 심리가 높아지면서 소비가 개선되고 있는 점, 재고 조정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최근 내놓은 수정 전망에서 올해 2분기에 전기 대비 0.7% 성장하는데 이어 3분기에 0.6%, 4분기에는 1.2%의 완만한 성장을 할 것으로 예측했다.

    ◇"더블딥 가능성 배제못해"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경기흐름은 U'자나 `L'자형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한국 경제가 회복 추세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를 겪는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의 오 실장은 "경기가 회복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아직 바닥을 쳤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김현욱 연구위원은 "경기는 올해 3분기 후반이나 4분기부터 개선돼 내년 중반 정도는 돼야 본격적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지원 JP모건체이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3분기 이후에는 재정쪽의 도움이 축소되고 유가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어 성장 모멘텀은 떨어질 것으로 본다"며 "향후 경기 흐름은 U자형으로 진행될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실장은 "지금과 같은 국내외 정책기조가 유지된다면 더블딥은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완연한 회복 기조로 돌아서기까지 곳곳에 걸림돌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직면한 문제는 기업 구조조정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권 실장은 "구조조정이 원활히 진행된다면 실물경제의 체질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부실이 쌓이면서 한꺼번에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KDI의 김 연구위원도 "세계경제와 국제 금융시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우리 내부의 불확실성부터 없애야 한다"며 "경기가 일부 호전 조짐이 있는 지금, 기업 구조조정을 적극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유럽발 금융불안, 가계와 중소기업 기업대출 부실, 노사 갈등, 북한 관련 리스크 등도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고용 빙하기는 내년까지 계속"

    경기회복에도 고용시장은 당분간 꽁꽁 얼어붙을 것이라는 대체적인 관측이다.

    금융연구원의 장 실장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기업들은 내년 이후에나 고용확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조경엽 본부장은 "고용은 통상 경기에 후행한다"며 "앞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고용 사정은 지금보다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권 실장도 "하반기 실업률이 3.6%로 상반기의 3.8%보다는 하락해 취업자 감소세는 둔화하겠지만, 고용 상황은 올해뿐 아니라 내년에도 개선될 것으로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물가는 풍부한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JP모건체이스의 임 이코노미스트는 "수요 압력이 상당기간 낮은 수준에 있을 것이며 올해 3분기에는 소비자물가가 바닥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이 실장은 "물가가 심하게 상승할 요인이 없다"며 "환율은 하반기에도 하향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국제 유가도 지난해처럼 치솟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