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제의 난'으로 전격 해임된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찬구 전 화학부문 회장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해임된 지 엿새째가 되는 2일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조만간 모종의 `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박 전 회장 `오리무중' = 박 전 회장은 지난달 28일 오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금호석유화학 이사회에서 해임된 이후 현재까지 일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해임 이후 그는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있으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에서도 그의 모습을 확인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가족들과 주민의 말을 종합해 보면 박 전 회장은 해임 이후 대부분 시간을 집에서 보내며 외부 출입을 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 주민은 "박 전 회장의 운전기사들이 며칠째 집 안에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박 전 회장이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극히 꺼리는 평소의 내성적인 성격이 이번 사태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박 전 회장이 비밀리에 자택 등에서 외부인들과 접촉한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한 소식통은 "업계와 금융권에서 해임 이후 그의 주변 인물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며 "간혹 그의 집을 오가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박 전 회장이 자신을 해임한 박삼구 명예회장에게 대응할 카드를 은밀하게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응카드는 뭘까 = 박 전 회장이 장고를 거듭하는 이유로는 반전을 노릴 카드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현재까지 박 전 회장은 자신을 해임한 금호석유화학 이사회의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를 구하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법정에서의 해법도 박 전 회장에게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과 맥이 닿는다.

    지난달 28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사내 대표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 등 이사 전원이 참석했고, 그 중 박 전 회장을 제외한 6명이 그의 해임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절차상 법적으로 하자를 찾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그의 해임을 주도한 박삼구 명예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함께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28일의 기자회견에서 이사회의 해임 결의에는 흠결이 없다고 강조했고, 박찬법 신임 회장도 법적 분쟁 가능성은 `제로'라고 언급했다.

    지분 대결을 통한 반격도 박 전 회장에겐 현실적으로 어려운 카드로 꼽힌다.

    박 전 회장과 아들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이 가진 금호석유화학 지분은 약 18%로, 박 명예회장의 우호 지분인 29%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박 전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석유화학 계열사의 분리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지켜져온 `형제경영'의 원칙은 한 명이 원인을 제공해 그룹이 분리될 경우 당사자에게 모든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우도록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회장이 두문불출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복잡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