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 외부에서 본 언론의 문제는 어떨까'
    날로 심각해지는 우리 언론의 갈등과 반목을 언론 외부의 시각에서 진단하고 치유하기 위한 토론회가 관훈클럽 주최로 11일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렸다.
    한국언론재단 후원으로 열린 토론회는 지난 6월 제주도에서 '언론 내부 반목의 벽 허물기' 주제의 토론회에 이어 두번째로, 토론회에서 전직 언론인 출신의 주제발표자 4명은 위기에 처한 우리 언론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자성과 의식전환으로 공동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손태규 단국대 언론영상학부 교수(전 한국일보 기자)는 "한국의 저널리즘은 죽었다"고 규정하고 "우리 언론의 문제는 기자들의 정체성 결여와 노동의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지금까지 기자들은 전문지식이 결여된 상태에서 오직 다양한 정보접근과 중요도 결정능력, 이에 따른 전달력으로 가치를 인정받았다"며 "그런데도 현실은 현장이 아닌 홍보실과 전화에 의존하는 타성에 젖어 스스로 가치를 상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전 KBS 기자)은 "언론사회의 갈등과 반목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동반침몰이라는 위기의식이 현실이 되고 있다"며 "우리 언론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바보의 벽'에 갇혔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언론이 매체의 다변화로 갈수록 영향력이 줄고 사양산업으로 가고 있지만 언론인들은 변화를 거부하고 기득권 유지라는 과거의 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는 스스로 벽을 허물고 사회의 일원이라는 현실인식을 가지고 전문성과 독자적 사고, 철학을 가진 진정한 언론인이 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전 MBC기자)은 "언론의 반목과 갈등의 위기는 바로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균형이 깨진 것은 자사 이익에 따라 보도하고 편집하는 것으로, 미디어법 만 보더라고 특정언론을 염두에 두고 진행되고 균형이 깨진 보도가 난무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우리나라가 발전하려면 앞으로 정치도 이념보다는 생활정치로 가야하고 언론도 자사이익이 아닌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균형잡힌 시각과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인용 삼성전자 부사장(전 MBC기자)은 "커뮤니케이션은 본질적인 한계가 있으며 언론이 추구해야 할 것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실관계의 검증을 통해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이라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그러나 현재 우리 언론은 자기들에게 유리한 것만 취해 이익을 추구하는 선택적인 행보와 가치가 다른 상대의 주의.주장을 공격하는 데만 충실하고 있다"며 "상대의 다른 점을 인정하고 가치를 존중해 주는 자세를 가져야만 우리 언론도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종합토론에서 연합뉴스 이선근 정치분야 에디터는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상대방의 기반을 허물고 빼앗으면 안되며 자신의 주장이나 기사가 사회적 공존이라는 가치와 갈등해소라는 지향점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 반성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참석자들은 "자사 이기주의가 기자정신, 시대의식을 압도해 기자가 생활인화 되는 게 문제", "신문이 어느 정도 색깔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팩트(사실)와 논쟁이 섞여 들어가는 것이 문제"라는 다양한 의견도 제시됐다. (경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