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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MBC 신임 사장이 출근 첫 날인 2일 노조의 '낙하산 사장 출근 저지 투쟁'에 막혀 MBC 사옥 진입에 실패했다.
김 사장은 이날 오전 8시47분께 승용차를 타고 서울 여의도 MBC 앞에 도착했으나 지난달 28일부터 1층 로비와 현관 등에서 밤샘 농성하던 노조원 80여 명의 저지를 받았다.
김 사장은 미리 나와 기다리던 황희만 보도본부장과 윤혁 TV제작본부장 등 MBC 이사진과 악수를 한 뒤 MBC 정문 현관 앞으로 이동,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 등 노조원과 15분 정도 설전을 벌이며 대치했다.
김 사장은 '청와대 낙점을 받은 낙하산 사장은 물러나라'는 노조의 구호에 "30년 넘게 MBC를 위해 일했는데 어떻게 내가 '낙하산'인가. 사장 선임 절차가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의 추천을 거쳐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사원 전체가 투표해서 (사장을) 뽑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내가 약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사원들에게는 약하되 방문진과 정권에는 강하겠다. 공정 방송을 하는지, 방송의 독립을 지키는지 지켜보면 알 것 아닌가"라며 "미디어렙과 월드컵 중계 등 산적한 사안 속에서 위기에 처한 이 회사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노조 위원장이 양해를 한다면 오늘이라도 노조 간부와 토론회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어 남문 광장 쪽으로 방향을 돌려 MBC 진입을 시도했으나 노조의 저지로 실패해 MBC에 도착한 지 20여 분 만에 승용차를 타고 떠났다.
김 사장은 MBC를 떠나기 전 PD수첩진상조사위원회의 설치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후배들을 믿지만 절차상 놓친 것이 있을 수 있다. 90%를 잘했더라도 10%는 못했을 수 있다. 대화를 하고 관련 자료를 읽어보고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본부장 인사에 대해서는 "지금은 (MBC 본부장의) 선임 절차가 방문진을 통하는 것 아닌가. 방문진으로서는 우리 회사를 위해 필요한 분이라고 해서 선임한 것"이라며 "지금의 임원진이 우리 회사를 위할 분인가 아닌가를 깊이 생각한 뒤 필요하다면 제게 신임을 다시 물으라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