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해외에 강제로 도피하는 비상상황에 대비, 미화 40억달러(약 4조5천300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유럽 은행에 몰래 예치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4일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한국의 정보관계자들과 국제인권운동가들을 인용해 김 위원장의 비자금에 대한 동결조치가 내려지면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북한 주민들이 비자금 존재를 알게 되면 정권에 저항하는 봉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스위스 당국이 자금세탁 규제를 강화하기 전에는 북한이 비자금 대부분을 스위스 은행에 예치했었으나 규제 강화를 계기로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고 비자금을 현금으로 인출, 룩셈부르크의 은행으로 이체했다고 한국 정보기관 관계자가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 비자금의 룩셈부르크 은행 이체와 관련, 가토 켄(加藤健) 아시아 국제인권 대표는 "이것은 조직범죄 역사상 최대 규모의 돈세탁"이라면서 "하지만 비자금의 최종 목적지는 자금 규모에 상응하는 주목을 아직 받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토 대표는 "김정일의 비자금을 숨겨주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려는 은행가들은 세계 어딘가에 있다"면서 "비밀 은행계좌가 현재 룩셈부르크에 있거나 최근에 룩셈부르크에서 다른 조세피난처로 계좌가 옮겨졌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더러운 거래:국제자금세탁 말하지 않은 진실, 국제범죄와 테러리즘'의 저자인 피터 릴리 역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룩셈부르크 은행들을 자금세탁 거점으로 이용한 증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룩셈부르크 정부의 한 대변인은 북한과 관련된 모든 거래는 법적으로 조사하도록 의무화돼 있다며 룩셈부르크 은행에 북한 비밀계좌가 있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하지만, 이 대변인은 "그들(북한)은 가능한 한 연계 가능성을 없애 (증거를) 숨기려고 하고 있다"며 북한 비자금의 출처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가토 대표는 또 "김정일의 40억달러 비밀계좌가 동결된다면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김정일은 고위관리들의 충성심을 사기 위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핵무기를 포기하고 국제사회에 자금동결 해제를 애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텔레그래프는 김 위원장의 막대한 비자금은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판매와 마약 거래, 보험사기, 외국화폐 위조를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텔레그래프는 한국의 정보관계자가 "북한 주민들이 이 자금의 존재를 알게 된다면, 봉기해 북한 정권에 저항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