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경주의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는 비정규직이 없는 공장이다. 자동차용 모터를 만드는 이 회사에선 식당에서 일하든 경비직이든, 생산직이든 사무직이든 임직원 875명 전원이 정규직이다. 경비원의 경우 연평균 임금이 7600만원이고 청소원, 취사원(식당아줌마), 운전기사는 평균 7200만원이다. 임금 수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웬만한 대기업 대졸 간부 사원보다 높다. 하지만 늘 노사분규로 몸살을 앓았다. 올 초부터 경비직원 외주문제로 시작된 파업은 93일이나 이어졌다. 프랑스 본사는 직장폐쇄를 결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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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홍섭 새 노조 위원장 ⓒ 조선닷컴 제공 
    그런데 지난 19일 쿠데타가 일어났다. 지난 19일 평조합원들은 ‘투표 쿠데타’로 민노총 금속노조 소속의 강성 집행부를 축출하고 민노총을 탈퇴했다.
    정홍섭 새 노조 위원장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파업이 93일째 이어지면서 조합원들이 생계곤란에 처했고, 회사 역시 현대차 납품 물량이 줄어들어 삶의 터전 자체가 송두리째 무너질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믿고 투쟁을 계속하다간 회사도 망하고 조합원도 망할 지경이라 평조합원들이 들고 일어선 것"이라고 ‘투표 쿠데타’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전 강성노조의 대의원 대표였던 정 위원장 역시 파업 초기엔 천막 농성장에서 밤샘 농성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노조의 파업 위협에 매번 굴복했던 회사가 전과 달리 강경하게 나오면서 파업이 장기화되자 조합원 사이에 동요가 일어났다.
    정 위원장은 금속노조에 대한 조합원들 실망도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속노조 경주지부가 지난 3월 네 차례의 연대파업 때 의례적인 집회만 하고 돌아가는 걸 보며 ‘이러다간 우리 조합원들만 죽겠구나’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제 파업으로 주문 물량이 대폭 줄어든 회사를 살리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