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 패키지 줄다리기 … 협상 구도 재가동 관측"독촉성 엄포" 해석 속 韓 산업 패키지 신뢰 흔들릴라車 넘어 조선·방산·원전 등 사업 계획 불확실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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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챗GPT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국회의 합의 이행 지연을 이유로 자동차·목재·의약품 등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언급하면서 한국 산업계가 다시 불확실성 국면에 들어섰다. 다만 현재까지 행정명령이나 세관 집행지침은 확인되지 않아 실제 발효 여부와 품목 범위, 시행 시점은 모두 불투명한 상태다.

    이번 국면의 핵심은 관세율 자체보다 ‘대미 투자 패키지’ 집행을 둘러싼 압박이 전면에 부상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입법부가 역사적인 무역 합의를 입법화하지 않았다”며 “각 합의마다 미국은 합의된 거래에 따라 관세를 신속하게 인하해왔고, 교역 상대국도 동일하게 행동하길 기대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미국이 관세 카드를 다시 꺼낸 배경으로 한국의 대미 투자 계획을 조기에 ‘이행 단계’로 끌어내기 위한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가 최근 대미 투자금의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 활용 가능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어, ‘투자 집행 속도’와 ‘투자처’가 협상 지렛대로 재부상할 가능성도 관측된다. 투자처가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집행 속도까지 압박 카드로 격상되면 관세·투자·산업협력을 한 덩어리로 묶는 협상 구도가 다시 작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미국 정부로부터 공식 통보나 세부 설명은 아직 없다”며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예고했고, 캐나다에 체류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조속히 미국을 방문해 러트닉 상무장관과 관련 내용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관세 논란이 장기화될 경우 자동차를 넘어 조선 MASGA(마스가), 방산, 원전 연료주기 협력 등 한미 산업 패키지 전반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관세의 핵심은 ‘25%’가 아니라 ‘투자 이행 속도’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은 법안은 지난해 11월 26일 발의된 대미투자특별법으로 알려졌다. 법안은 대미 투자를 위한 기금 조성과 이를 관리하는 공사 설립, 투자 관련 안전장치 마련 등을 골자로 한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11월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MOU 이행을 위한 법안이 한국 국회에 제출되는 달의 1일 자로 관세 인하 조치를 소급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실제로 대미투자특별법안이 제출된 이후 미국 정부는 한국산 자동차 등 관세를 11월 1일 자로 15%로 소급 인하했다.

    다만 양국 합의 문서에는 ‘법안 제출’과 그에 따른 관세 인하 조치만 명시돼 있을 뿐, ‘법안 통과’ 시한이나 지연에 따른 불이익을 담은 조항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법안 통과 지연’을 직접 겨냥해 관세 인상 카드를 꺼낸 것은 투자 절차가 기대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야당 측은 “양해각서를 한국에만 구속력이 있는 국내법으로 발의한 것은 문제”라며 국회 비준 동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등 논의가 더딘 상황이라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원화 약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연간 대미 투자 한도 200억달러(약 29조원)에 실제 집행이 크게 못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거론된다.

    ◇“25% 즉시 집행은 비현실 … 지금은 ‘독촉성 엄포’ 가능성”

    김수동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7일 이번 조치를 “현재로선 엄포에 가깝다”는 취지로 해석했다. 양국 간 문서 합의와 서명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SNS 게시만으로 관세를 일방 인상하면, 기존 합의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이유다.

    김 연구위원은 “25%로 올린다는 건 앞선 합의를 전면 파기하는 의미”라며 “당장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이행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미국에 충분히 설명하는 과정이 부족했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산업계도 발언에 과도하게 휘둘리기보다 정부와 협업해 제도·절차를 정리하고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자동차 수출 전용 부두ⓒ현대차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자동차 수출 전용 부두ⓒ현대차
    ◇반도체·전장은 ‘직격탄’보다 불확실성 비용 … 자동차발 2차 충격 경계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업종에 대해 “관세 압박이 반복될 가능성은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단기 충격은 ‘관세 부과’보다 ‘불확실성 비용’에서 먼저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이 교수는 “반도체는 미국 빅테크 고객과의 연계가 중요해 수주를 전제로 한 대미 생산라인 투자 확대나 신규 투자 검토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측과 협상을 이어가며 연계의 모양새를 만들어두면, 일방적 관세 조치로 가는 가능성을 낮출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계에서는 반도체·전자 분야가 관세 적용 품목으로 확정되기 전까지 고객사들이 단가·납기·재고 정책을 재조정할 유인이 커지고, 그 결과가 가격 인상보다 발주 지연이나 조건 재협상으로 먼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메시지에서 자동차가 직접 언급된 점도 변수다. 관세 인상이 현실화되면 완성차의 가격 부담이 커지고 생산 계획이 조정되면서 전장부품과 차량용 반도체, 배터리·소재 발주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관세 논란이 반복되면 환율 변동과 투자 지연이 겹치며 전기·에너지 등 설비투자 산업 전반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자동차 업계는 관세가 15%에서 25%로 되돌아갈 경우 비용 충격이 수치로 바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더 크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집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4사(현대차·기아·한국GM·르노코리아)는 지난해 북미 지역에 164만9930대를 수출했고, 이 중 현대차 71만2570대, 기아 48만4292대로 두 회사 합산 119만6862대에 달했다. 한국GM은 44만6784대, 르노코리아는 6242대였다.

    업계에서는 대미 자동차 관세가 25%로 유지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연간 관세 비용이 약 8조4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관세율이 15%일 때와 비교하면 약 3조1000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는 셈이다. 실제로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4월 미국의 25% 관세 부과 이후 2~3분기에 총 4조6352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바 있어, 관세가 다시 25%로 인상될 경우 올해 실적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GM은 리스크가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GM은 전체 생산량의 약 90%를 미국으로 수출해온 만큼 관세 부담이 커지면 미국 GM 본사가 국내 공장 생산 물량을 축소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