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의심받는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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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 여파가 금융감독 당국에까지 미치고 있다. 태광그룹의 흥국화재(옛 쌍용화재) 인수에 대한 금융당국의 특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게다가 이런 논란 속에 지난 2006년 태광그룹의 쌍용화재 인수 직후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 팀장이 흥국생명 감사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 부국장급 이상이 금융회사 감사위원으로 영입된다는 점에 비춰 팀장급이 간 것은 파격적인 조치다. 보험사나 은행의 감사위원은 거액의 연봉에 예우 수준이 매우 높다. 금감원은 보험이 아닌 은행업무를 맡은 사람이 갔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또 파격적인 대우를 받은 것은 태광그룹 오너와 대학동기였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궁색한 변명이다. 이번 사태로 국민들의 의혹과 불신은 커지고 있다. 당국은 감독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는가.
금융감독의 생명은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감독의 칼날은 항상 공정하고 엄정해야 한다. 칼끝이 어디를 겨누냐에 따라 강약을 조절해서는 안될 것이다. 하지만 태광그룹의 쌍용화재 인수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지난주 국정감사에서도 흥국생명 등 태광그룹 보험 계열사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묵인.방조 의혹을 놓고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쌍용화재가 이사회를 열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STX에 넘기려 했으나 금감원이 제동을 걸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금융당국이 태광산업의 쌍용화재 인수를 열흘만에 결정한 것은 태광측의 조직적 로비 때문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통상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는 한달이 걸리는데 열흘만에 결정된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초 흥국생명에 대한 정기검사에서 계열사 골프장 회원권을 비싸게 구입한 사실을 적발하고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다 뒤늦게 다시 실태 파악을 벌이고 있으며, 문제점이 드러나면 본격적인 검사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한다. 이러니 감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부인하고 있지만 만일 공정하지 못하다면 그것은 이해관계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낙하산 인사'를 꼽을 수있다. 지난 5년간 금감원 2급이상 고위직 출신 88명 가운데 재취업 업체를 밝히지 않은 4명을 제외한 84명 모두가 금감원의 감독을 받는 금융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금감원은 고도의 전문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민간 금융회사들이 전문성만 보고 금감원 퇴직자를 받아들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각종 검사때 회사의 방패막이나 로비 역할을 염두에 두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자기들이 감사 자리로 나갈 금융회사를 제대로 감독할 리 있겠느냐는 의혹이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비이락(烏飛梨落)격이라도 감독의 공정성이 의심을 받아서는 안된다. 감독당국은 다른 기관보다 훨씬 높은 도덕성으로 무장해야 한다. 금융회사의 재취업도 지금보다 더 엄격하게 제한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공정성 시비가 불거진다면 금융회사 재취업을 전면 금지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지켜 금융위기를 막는 감독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