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에서 출발, 동구-러시아-카자흐스탄-고비 사막을 거쳐 중국 상하이에 이르는 1만3천㎞의 대장정을 운전자 없는 전기차로 주파하는 데 성공했다.

     이탈리아에서 중국까지 노정이 이어지는 현대판 `마르코폴로 여행'이라 할 이 시험주행에는 4대의 운전자 없는 전기차가 참여, 28일 상하이 국제박람회 현장에 도착했다.

    이들 차량에는 태양광 발전으로 작동되는 4대의 레이저 판독기와 7대의 비디오 카메라가 갖춰져 있고 이 장비들이 서로 협력해 장애물을 찾아내고 피하게 해 준다. 도로 안전상태 개선, 자동운전기술 향상을 위한 실험용으로 제작됐다.

    또 감지기도 설치돼 있는데 악조건의 도로·교통·기상 상황에서도 차가 목적지를 찾아 갈 수 있도록 한다.

    이 차량에는 운전자도, 지도도 없으며 비상상황에 대비해 연구원들이 `승객'으로 타고 있을 뿐이다. 연구원들이 몇 차례 `개입'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모스크바에서 교통정체에 갇혔을 때, 또 통행료 징수소를 통과할 때 등이었다.

    시험주행 기간 지도를 사용하지 않은 채 시베리아, 중국의 외진 곳을 지나가기도 했고 편승을 원하는 여행객을 태워 주느라 멈춘 적도 있다.

    `골드(GOLD)'로 명명된 인공시력장치는 감지기에서 보내 오는 정보를 분석, 자동으로 주행 속도와 방향을 조절한다.

    이탈리아 파르마대(大) 연구소 소속으로 이번 실험의 선임 연구원인 알베르토 브로기는 "운전대는 피시(PC)가 조종한다. 피시가 명령을 내리면 운전대가 움직이고, 우리는 그저 길을 따라가고, 커브를 돌고, 장애물을 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시험주행은 두 대륙에 걸친 긴 노정, 각이한 기후·교통·도로 등 여러 상황을 겪으면서 주행장치를 점검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술은 사람의 운전기술을 보완해 주는 데도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농장, 광산, 건설현장에서도 응용될 수 있다고 연구원들은 말했다.

    차량의 최고 시속은 60㎞이고 2∼3시간 운행 후 8시간 충전해야 한다. 너무 단조롭고 승객이 종종 안절부절 못할 때도 있는데 이는 순전히 사람 탓이라고 한 연구원은 덧붙였다.

    그는 "어쩌다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우리 차가 뒤따라가다 앞차를 들이받았다. 멈춰 섰을 때 작동 전원을 꺼야 했는데 깜빡 잊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