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기업환경 대처 위해 컨트롤 타워 필요" 판단"계열사 위 군림보다는 지원하는 역할에 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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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그룹 조직이 부활된다.
지난 2008년 6월 삼성특검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건희 회장 퇴진과 함께 전략기획실이 해체된 지 2년 여만이다.
이 같은 방침이 발표된 19일은 고(故) 이병철 회장의 23주기가 되는 날이며 올해는 그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삼성은 복원될 그룹 조직의 구체적 명칭과 형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그룹 조직을 이끌어갈 책임자로 신사업추진단장인 김순택 부회장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그룹 조직 책임자로 복귀할 가능성이 제기됐던 이학수 상임고문은 삼성물산 건설부문 고문으로, 김인주 상담역은 삼성카드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 다시 그룹체제로 = 삼성은 전통적으로 그룹 조직이 다른 어떤 기업보다도 강한 기업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고(故) 이병철 창업주 시절의 비서실로 출발한 삼성의 그룹 조직은 이후 구조조정본부와 전략기획실을 거치며 글로벌 기업 삼성을 이끄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삼성특검 등의 사태를 거치면서 그룹 조직이 재벌의 이른바 '황제경영'의 친위대 역할을 하는 것으로 간주되면서 비판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2년 전 이 회장 퇴진과 함께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기로 했던 것도 이 같은 비판에 대한 수용이었다.
그러나 최근 경영권 편법승계 의혹에 따른 법적인 분쟁이 모두 마무리되고 삼성특검 사태로 사법처리를 받았던 이들이 대부분 사면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경영일선에서 퇴진했던 이 회장도 올해 삼성전자 회장으로 경영에 복귀했고 이학수 고문과 김인주 상담역도 광복절 사면을 통해 부담을 벗으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어갔다.
여기에 도요타의 위기사태와 애플의 급부상 등을 거치면서 삼성을 둘러싼 위기감이 증폭됐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강한 오너십과 그룹 조직 부활 필요성에 대한 안팎의 인식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19일 "중국 출장에서 돌아오신 이 회장이 '21세기의 변화가 예상보다 더 빠르고 심하다.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그룹 전체의 힘을 모으고 사람도 바꿔야한다'며 그룹 조직 복원을 지시했다"고 그룹 조직 복원 배경을 설명했다.
결국 삼성의 전통이자 장점이었던 강한 그룹 조직 복원을 통해 급변하는 글로벌 기업환경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효율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어떻게 운영될까 = 새로운 그룹 조직 책임자로 임명된 김 부회장은 1999~2009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하면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2차전지 등 삼성의 차세대 핵심사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해왔다.
또 올 초부터는 신사업추진단장으로 일하면서 삼성의 신수종 사업을 개발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김 부회장이 그룹 조직의 새로운 책임자로 발탁된 배경도 이 같은 경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1978년 이후 15년 이상 그룹 통할조직의 효시 격인 비서실에서 근무하며 그룹 전략과 현안을 꿰뚫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회장의 경영철학과 비전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점도 발탁의 배경으로 꼽힌다.
신설된 그룹 조직은 과거의 전략기획실과 같이 계열사 위에 군림하고 통제하기보다는 사업적 측면에서 계열사들의 역량을 모으고 지원하는 역할을 주로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3월 이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한 뒤 여러차례 강조했던 '차세대 먹거리'를 개발하고 추진하는 데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과거 부정적 이미지의 전략기획실을 이끌었던 이학수 고문과 김인주 상담역이 복원된 조직의 책임자로 임명되지 않고 계열사 고문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그룹 조직'을 원하는 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아직 구체적 형태나 인선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연말 인사에서 승진과 함께 어떤 자리를 맡게 되느냐에 따라 그룹 조직의 운영도 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인용 팀장은 "과거 그룹 조직에 대해 어떤 평가가 있었는지 잘 알고 있다"며 "새로운 조직은 계열사들 위에 있기보다는 지원하고 도와주고 역량을 모아서 계열사들이 일하는 데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조직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