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조를 보이는 한미FTA 추가협상 반응미국차가 안 팔리는 진짜 이유이만큼 성공한 협상 찾기 어렵다
  • <방민준 칼럼> 뭘 알고 '굴욕-매국협상'이라 하는가?


    ◆ 대조를 보이는 한미FTA 추가협상 반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 타결을 놓고 미국과 한국에서 쏟아지는 반응들이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미국 쪽에선 한 목소리로 한국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냈다며 자축하는 분위기다. 미국 언론들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승리"라고 칭찬했다. 오바마 대통령 자신도 “이번 합의는 미국 근로자, 농민, 낙농업자 등을 위한 승리”라고 평가하면서 한국의 입장을 생각해서인지 “양국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협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의회도 민주당 공화당, 상·하원, 구별 없이 환영 일색이다. 유리한 협상을 위해 긴밀하게 노력해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협상팀에 감사를 표하기까지 했다.

    이번 협상에서 쇠고기 수입문제가 거론되지 않아 미국 낙농업계가 반발한 것이 유일한 반대 소리다.

    그러나 같은 협상 결과를 놓고 한국에선 난리다.

    민주당 쪽에선 “굴욕적 퍼주기” “밀실 협상” “일방적 조공협정” 등 최고 수위의 반대발언들이 쏟아졌다. “안보정국을 틈타 우리나라의 이익을 팔아먹었다”(손학규 대표) “북한에는 대포로, 미국에는 경제로 얻어맞았다”(박지원 원내대표)는 극한 표현도 나왔다.

    다른 야당들도 “세계 최악의 불평등 굴욕협상”(민주노동당) “속전속결의 밀실협상으로 국민 신뢰를 저버린 협상”(자유선진당)이라고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아무리 “상호 이익의 균형을 고려해 양국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결과”라고 설명해도 씨가 먹히지 않는다. 오죽하면 김 본부장이 “이 일이 잘못됐다고 해서 물러나게 되면 해병대라도 지원하겠다”고까지 말했을까.

    ◆ 미국차가 안 팔리는 진짜 이유를 아는가

    정말 이번 협상결과가 야당의 집중포화를 맞을 만큼 실패한 것인가.

    협상 결과의 행간을 읽을 줄 아는 전문가라면 이번 협상은 ‘절묘하게 실리를 챙긴 가장 성공적인 협상’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왜 우리 협상팀이 자동차 부분에서 많이 양보했는지 그 까닭을 알고 나면 협상팀을 그렇게 몰아칠 수 없다. 오히려 칭찬해야 마땅하다.

    야당의원들을 비롯한 비판론자들은 이번 협상으로 국내 시장에 미국차가 밀려들 것으로 걱정하는데 우리 시장에서 미국 차가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알면 그야말로 기우(杞憂)다.

    올 들어 10월말 현재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는 8만2,260대. 이중 절반에 가까운 48%가 BMW 벤츠 폴크스바겐 등 독일차가 차지하고 있다. 이어 도요타 혼다 니산 등 일본차가 35% 정도를 차지하고 미국차는 겨우 6,247대로 8.4%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올들어 10월말까지 수출 43만대, 현지생산 32만대로 총 73만대를 판매한 것에 비하면 비교대상이 못된다. 한국산 차에 대한 관세폐지가 유예된다고 해도 신장세가 다소 완만해질 뿐이다. 미국이 자동차문제를 들고 나올 만했다. 

    이처럼 국내에서 팔리는 외제차 10대 중 미국차가 한 대에도 못 미치는 것은 그만큼 경쟁력이 떨어지고 인기가 없기 때문이다.

    외제차를 살 사람이라면 디자인이나 품질, 성능, AS 등에서 탁월한 독일차나 일본차를 택하지 기름 많이 먹으면서 디자인도 별로인 미국차를 택할 이유가 없다.

    미국차의 관세를 내리고 미국의 안전·환경기준을 인정한다고 해서 미국차 수요가 갑자기 급증할 까닭이 없다. 국산차의 품질도 글로벌 수준에 육박해 있다.

    자동차관련 규제 때문에 미국차가 한국에서 안 팔린다는 논리는 미국의 시각이다. 그것도 현실을 오해한 시각이다. 우리한테 별로 충격을 주지 못할 것을 요구하는 데 굳이 지키려고 다른 것을 양보했다면 이거야말로 실패한 협상이다.

    한국은 모른 척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고 대신 자동차부품 관세 폐지, 수입 돼지고기 관세폐지 유예, 복제약 제조·판매 규제 유예 등의 짭짤한 양보를 얻어내 실익을 챙겼다.

    이것이 어찌 ‘굴욕·매국협상’이란 말인가. 반대론자들의 주장대로라면 자동차업계가 환영입장을 밝힌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 이만큼 성공한 협상 찾기 어렵다

    대단한 것을 얻어낸 양 김칫국부터 마시는 미국을 보고 “실은 그게 아니다”고 친절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다. 자동차관련 규제를 푼다고 미국차가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해줄 이유도 없다. 미국은 자신들이 원하는 자동차분야의 요구사항을 관철시켰으니 만족할 것이고, 우리는 별 피해가 없는 자동차를 양보하는 대신 실익을 챙겼으니 역시 성공한 협상이다.

    야당이 협상 결과를 비준해주지 않아 또다시 추가협상에 들어간다면 실익도 챙기지 못하고 그야말로 다 내어놓는 상황이 빚어질 지도 모른다. 그때는 정말 큰일이다.

    지금 여당으로선 못이기는 척 협상안을 비준해주는 것이 최선이다. 지금까지의 협상 비난은 미국에도 “저 봐라,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얻어냈으면 한국이 저 야단이냐”하는 분위기를 조성했으니 효과는 없지 않았다.

    미국이 딴 소리 하기 전에 다른 정쟁과 분리해 협상 결과를 신속히 비준해주는 것이 국민들로부터 “그래도 야당이 할 일은 하는구나”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다.

    <방민준/본사 부사장,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