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영남 민심수습용으로 활용하나”영호남권 “삼각벨트 적극 검토해야”
  •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를 대전-대구-광주로 쪼개는 ‘분산배치설’을 놓고 정치권 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동아일보는 7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이른바 ‘삼각벨트’를 조성하는 방안을 청와대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기초과학연구원은 대전 KA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3개 과학기술 중심대학으로 분산 배치되고 본부의 위치는 대전·충남지역이 유력하다.

    하지만 세 군데로 쪼개 놓으면 탈락한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또 기초과학연구원 분산을 반대하는 과학계에서도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내에서도 연구원 분산에 대한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내용이 보도된 이후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과학벨트위원회 첫 회의 모두 발언에서 “지금 이 시점에서 교과부 과학벨트안(案)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 ▲ 7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상수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7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상수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민감한 반응이다. 이 장관이 사실을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야 의원들은 출신지역별로 의견이 엇갈렸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신공항 문제에 이어 과학벨트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격화될 조짐이 보이자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과학벨트 입지선정위원회가 첫 회의를 하기도 전에 (입지를) 결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고 아무 것도 결정된 바 없다”며 “교육과학기술부도 그런 것(분산배치)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전시장 출신인 박성효 최고위원은 “충청권 과학벨트가 실현되지 않을 경우 앞으로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는 신뢰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분산배치가 결정된다면 이는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고위정책회의에서 “과학벨트를 경북으로 배분하려는 긍정적 검토가 확인되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결국 과학벨트가 ‘형님벨트’로 갈 것”이라고 했다.

    대전 출신 같은 당 박병석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 “경북지사가 대통령을 만난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과학벨트를 반드시 경북에 유치하겠다고 했다”며 “오찬에서 과학벨트 언급이 없었다는 청와대의 해명에는 진정성이 없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은 이회창 대표가 긴급기자회견을 갖기로 하는 등 격렬히 반발했다. 권선택 원내대표는 “과학벨트를 영남 민심수습용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면서 “미래 경쟁력을 감안할 때 과학벨트를 분산배치하는 것은 한마디로 망국적인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그동안 과학벨트 유치를 강력히 희망해온 영호남 의원들은 ‘차선책’으로 과학벨트 분산배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 출신인 한나라당 서상기 의원은 “과학기술 수요, 국가 재정능력 등을 살펴볼 때 3조5000억원 규모인 과학벨트 예산규모를 10조원 정도로 늘려 충청·영남·호남에 배정, ‘삼각벨트’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대구·경북·울산 지역 의원 33명 중 박근혜 전 대표와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을 제외한 31명은 이미 이 같은 내용에 동의했고, 야당도 공감하고 있다는 게 서 의원의 설명이다.

    광주 출신인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과학벨트를 분산배치하면 대전과 광주, 대구의 과학기술 인프라와 연구개발(R&&D) 특구, 과학기술원대학 등을 한꺼번에 활용할 수 있다”며 “3개 지역을 하나로 묶어 삼각벨트화 하는 것이 국토균형발전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