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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1
"손학규, 9.7%p 차 압승!"
27일 오후 8시, YTN의 4.27 분당을 재보선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민주당 당사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당직자와 의원들이 전부 일어서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벌써부터 잔칫상(?)을 준비하는 사이 한나라당 당사는 마치 초상집을 방불케 할 정도로 얼어붙은 분위기가 역력했다.
내년 치러질 대선의 전초전이라 불린 선거였던 만큼, 후보자의 당락 여부를 예고한 YTN의 출구 조사는 순식간에 양 당의 분위기를 극과 극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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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YTN 발표 직전에 출구조사를 미리 입수했던 한나라당은 예상대로 강재섭 후보의 열세로 출구 조사 결과가 드러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의원은 "출구조사를 100%로 신뢰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며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또 다른 당직자는 "출구조사 결과만을 가지고 당락 여부를 논하긴 아직 이르다"며 "개표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자세를 보이기도.
그러나 개표 결과는 출구조사 결과와 정확히 일치했다.
민주당의 손학규 후보는 51.0%의 득표율로, 48.31%에 그친 강재섭 후보를 2.69%포인트 차이로 제치고 분당을 보궐선거에서 승리했다.
Scene 2
"오세훈 52.1%, 한명숙 41.6%!"
지난해 6월 2일 오후 6시, YTN의 6.2 지방선거 예측조사 결과가 나오자 이미 승리를 예감한 듯 한나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의 얼굴엔 득의양양한 미소가 가득했다.
반면 민주당 측은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벌어진 조사 결과에 대해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며 개표 결과를 신중히 기다리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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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 마감 결과 승리는 오세훈 후보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개표 막판까지 어느 한쪽도 안심할 수 없는 치열한 박빙승부가 전개됐다. 당초 오세훈 후보가 완승할 것이라는 예측과는 조금 다른 상황이 벌어진 것.
그나마 서울시는 양호했다. 인천시장은 안상수 한나라당 후보가, 강원도지사는 이계진 한나라당 후보가 이길 것이라는 YTN의 예측조사와는 정반대로, 이들 모두 민주당 후보에게 완패를 하고 말았다.
충청남·북도지사의 경우도 YTN은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후보가 유력하다고 예단했지만 결과는 이들의 참패로 끝났다.
선거가 모두 끝난 뒤 한나라당 후보들의 참패 소식과 더불어 YTN의 엉터리 예측조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KBS, MBC, SBS 지상파 방송 3사는 미디어리서치 등 3개의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전국 16개 지역 시도와 600개 투표소에서 투표자 18만명을 대상으로 공동 출구조사를 진행, 실제 결과와 거의 일치한 예측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반면 YTN은 갤럽에 의뢰해 전국 3만7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방식을 통한 예측 조사를 실시했고 결과적으로 개표 결과와 크게 빗나가는 오보를 내보내, 뉴스 전문 방송사로서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고 말았다.
당시 YTN은 정규 뉴스 시간을 통해 "YTN이 출구조사와 함께 발표한 예측조사가 선거결과와 차이가 나는 등 일부 혼란을 드린 데 대해 사과드린다"며 "결과적으로 예측치를 높이지 못한 데 대해 깊이 반성하며 보다 정확한 예측을 위해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는 사과 방송을 내보냈다.
지방선거도 아닌, 재보선에 출구 조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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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재보선의 경우 출구 조사를 실시하지 않는 게 방송사들의 관례다. 총선이나 지방선거와 비교해 규모도 작을 뿐더러 역대 재보선 중 '국민적 관심도'가 집중된 예가 거의 없었기 때문.
그러나 YTN은 이같은 관례를 깨고 이번 4.27 재보선에 출구조사를 도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YTN은 표면적으로 이번 재보선이 내년 총선과 대선의 '가늠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부분에 출구조사의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정작 속내는 다른 곳에 있었다. 다름 아닌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당한 굴욕을 설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이번 재보선을 삼고자 했던 것.
결과는 보기 좋게 성공했다. 태블릿 PC를 사용, 최대 격전지였던 분당 을 지역에서 출구 조사를 실시한 YTN은 손학규 후보의 승리를 정확히 예측함으로써 이전의 실수를 만회하는 전기를 마련했다.
반대로 이번 선거에서 뒷짐만 지고 있던 지상파 방송 3사는 YTN의 '자축 뉴스'를 조용히 경청해야만 하는 굴욕아닌 굴욕을 맛보게 됐다.
한 정치 관계자는 "향후 민심의 향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선거였음에도 불구, 방송 3사가 재보선이라는 이유만으로 관심을 덜 가졌다는 것은 그만큼 정치 감각에서 YTN에 뒤졌다고 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거꾸로 YTN은 위기를 기회의 발판으로 마련함으로써 '역시 뉴스는 YTN'이라는 인식을 시청자들에게 심어주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