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2.5%로 동결하며 '인하 가능성' 문구 삭제'인하 사이클 종료' 해석 확산 … 국고채 금리 전 구간 급등동결에 묶인 한은, 뛰는 시장금리·꺼지지 않은 인하 기대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데일리DB.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데일리DB.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사실상 '장기 동결'로 굳어지는 모양새지만, 금융시장은 오히려 더 불확실한 구간으로 들어서면서 대출자들로서는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판단 근거 자체가 더 흐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은은 환율과 가계부채에 대한 경계심을 앞세우며 경기 부양을 위한 '완화 시그널'에서 한 발 물러섰고, 그 결과 기준금리 동결 여부와 무관하게 시장에서는 인하 기대가 약화되며 채권금리가 급등했다. 다만 그렇다고 한은이 인하 사이클의 종료를 공식화한 것도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이 올해 몇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한·미 금리차와 환율 부담이 완화되면서 한은 역시 뒤따라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즉 '인하에서 멀어졌다'는 메시지 때문에 시장금리가 오르고, 미국 인하에 따른 한은의 추종 가능성이 동시에 살아 있는 기묘한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통방문 한 줄 바뀌자 국채금리 전 구간 '껑충'

    한은이 15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공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은 기준금리 결정과는 별개로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한은은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하면서, 그동안 유지해 오던 '금리 인하 가능성' 관련 문구를 의결문에서 아예 삭제했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까지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열어두되, 대내외 여건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하 여부와 시기를 결정하겠다"는 취지의 문구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런 표현이 모두 빠지고, "성장세와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며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는 원론적인 문장만 남았다.

    시장은 이를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끝난 것 아니냐"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한은이 공식적으로 '인하 종료'를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인하 쪽으로 기울어 있던 정책의 무게추를 거둬들였다"는 해석이 빠르게 확산됐다.

    반응은 곧바로 채권시장에서 터져 나왔다. 통방문 공개 직후 국채금리는 전 구간에서 가파르게 뛰었다. 이날 오전 11시 28분 기준 국채 10년물 금리는 3.467%로 전일 종가대비 5.10bp(1bp=0.01%포인트) 상승했고, 3년물은 3.070%로 6.90bp, 5년물은 3.305%로 7.20bp 각각 올랐다. 장·중·단기물 가릴 것 없이 일제히 급등하는 모습이었다. 

    통상 '금리 인하 기대 약화 → 채권금리 상승'이라는 전형적인 반응이 한꺼번에 분출된 셈이다. 다만 이번에는 타이밍이 더 미묘했다. 전날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의 발언으로 환율이 한때 안정되는 듯했던 상황에서, 한은의 메시지가 오히려 시장에 불을 붙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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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DB.
    ◇기준금리는 그대로, 시장금리는 위로

    문제는 이 충격이 채권시장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국채금리 수준은 채권시장에서 은행채 금리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은행채 금리는 다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로 이어진다. 즉 '국채금리 급등 → 은행채 금리 상승 → 대출금리 추가 상승'으로 전이되는 경로가 열려버린 셈이다.

    그동안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이 같은 시장금리 영향으로 이미 꾸준히 올라왔다.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가 겹친 영향도 있지만 기준금리와 무관하게 대출금리가 먼저 움직이는 흐름이 굳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이날 기준 연 3.91~6.21%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말 금통위 당시(3.77~6.07%)와 비교하면, 불과 두 달도 안 되는 사이 상·하단이 모두 위로 이동한 것이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 역시 최근 3.49%대까지 올라와 있다. 지난해 11월 말(3.456%)과 비교하면 이미 0.04%포인트 이상 상승한 상태다. 기준금리는 그대로인데, 대출금리를 결정하는 '시장금리'는 위로 움직여온 셈이다.

    변동금리 상품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변동형 주담대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신규취급액 기준)는 지난해 11월 2.81%로 전월 대비 0.24%포인트 급등하며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월간 상승폭 기준으로는 2022년 11월 이후 3년 만에 최대치다.

    ◇금리 경로만 안개 속으로 … 고정·변동 못 고르는 대출자들

    만약 앞으로 금리가 계속 오른다는 확신만 있다면, 대출이 필요한 차주들의 선택은 그나마 어렵지 않다. 지금 수준에서 금리를 고정해 두는 것이 합리적인 방어 전략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인하 흐름이 분명하다면 변동금리를 택해 향후 금리 하락의 과실을 기다리는 선택지도 성립한다.

    문제는 지금이 어느 쪽도 확신하기 어려운 구간이라는 점이다. 한은은 환율과 가계부채, 부동산 시장을 의식해 사실상 '장기 동결' 모드에 들어갔고, 그 과정에서 인하 시그널을 거둬들이면서 시장금리는 오히려 먼저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중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 있어, 중기적으로는 다시 인하 기대가 되살아날 여지도 남아 있다.

    결국 차주 입장에서는 위로는 ‘시장금리 급등 리스크’, 아래로는 ‘향후 인하 가능성’이 동시에 열려 있는 구조에 놓인 셈이다. 지금 고정금리를 선택하면 이후 인하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고, 변동금리를 택하면 당장 코픽스 반등과 시장금리 상승의 충격을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금리 방향을 맞히려 하기보다, 변동성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느냐를 따질 필요가 있다"며 "고정이냐 변동이냐보다도, 만기 구조와 상환 여력, 향후 갈아탈 수 있는 여지를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불확실성이 대출 여력이 가장 취약한 계층부터 직격탄이 된다는 점이다. 이미 대출 문턱은 높아질 대로 높아졌고, 여기에 금리 경로까지 안개 속에 들어가면서 주거 이전, 갈아타기, 생계형 대출 수요 모두가 더 큰 부담을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