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가 9일 “대기업 발전이 국가 경제 발전이라는 믿음 아래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약탈 행위를 방조했다”며 대기업 위주 등 우리나라 경제 현실을 비판했다

    안 교수는 이날 오전 국회 사무처 주최로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국회 AM아카데미’ 강연에서 “우리나라 중견기업은 0.2%에 불과할 정도로 거의 전멸했다”면서 “대기업에서 약탈 행위 하는 것을 정부가 방조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중소기업 불공정 관행 개선을 하지 못하는 정부를 비판하며 “대통령, 대기업 총수들이 나와서 말하는 거대 담론이 필요한 게 아니라 현행법 틀에서 현장에서 불법이 이뤄지는 것만 잡아도 불법 행위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감시 자체도 잘 작동하지 않는데다가 공정위가 고발하면 90% 이상 대기업이 어떤 방법으로든 알아내서 불이익을 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에 행하는 횡포도 큰 문제인데 정부에서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벤처기업 및 중소기업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를 꼽으며 한국 경제계를 비판한 그는 “선진국은 투명한 기업일수록 변동성이 적어 프리미엄이 붙지만 우리나라는 반대로 투명하게 운영하면 디스카운트가 발생한다.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서는 여러 전문가들 의견이 모여서 결정을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은 혼자서 독단적으로 하다보니까 망한다”면서 ‘독단적 CEO 리더십’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대안으로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기업 정리가 잘 되어야지 실패를 극복하고 다시 창업을 한다”고 전제하면서 “우리나라는 10개 기업 중에서 한 곳이 망했는데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가격) 덤핑을 하면 전체적인 가격 구조가 다 깨져서 잘 나가던 9개 기업도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10여년 전에는 이를 고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지금은 놓쳤다. 국지적으로 건드릴 게 아니라 이제는 전체적인 이해관계를 정부가 조율하는 역할이 유일하게 남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 징벌적 배상제도 도입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사회 신뢰 범주에서 너무 관대하다. 감시효과를 강화해야 한다”며 “징벌적 배상제 없이는 작은 정부도 유지를 못하고, 큰 정부도 감시를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강연회에는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 정두언 의원, 박영아 의원 등이 참석했으며, 헌정기념관 2층 대강당이 모두 찼다.